내 마음이 몇년 사시 늙은건지
감흥이 전처럼 크질 않네요.
제주도가 이국적이다 자연이 아름답다
그런 이미지인데요.
원래 내가 바닷가쪽 사는 사람이라선가
바다가 그리 큰 감흥이. 있지 않아서
숲을 운전해 다녀도 그닥 또 감흥이 없어서
스스로도 놀라고 왔네요.
우도도 그새 뭐가 그리 뺵빽하게 들어섰는지
울긋불긋 채도 높은 간판들에
우후죽순 가게들만 그득하니...
숙소는 바닷가쪽 가까운데 잡아서
뷰는 나쁘지 않았는데 틈만 있음
새로운 공사하고 있는 곳들이 보여서
좀 그랬어요.
한라산은 눈 와서 아이젠까지 하고
가야한대서 못가고 돌다가 근처 있는
작은 오름이나 구경하고...
제주도 4등분 해서 하루에 한구역씩만 돌았거든요.
무슨 체험,박물관 이런 인공적(?)인 곳은
취향이 아니라 최대한 제주도 자체를
돌아보려 해안도로, 숲길 위주로 다녔는데
감성적으로 소위 포텐 터지는 곳은
못만나고 온지라 아쉽네요.
음식이야 비싼줄 알고 갔지만
이맛이야 하고 놀랄 맛도 아니고
제주산 갈치, 흑돼지 안먹어 본 거도
아니니 특별할 것도 아니다 싶고...
시장 다녀봐도 정통스타일로 할머니들이
손으로 오메기떡 만들어 팔던 곳들은 몇년 사이
없어지고 전부 공장식으로 만든듯 하대요.
그 포슬하니 구수한 팥의 깊은 맛이 일품이던 기억인데 지금은
고명도 이거저거 다채로운 시도인지
몰라도 어색한 관광지 식품 느낌...
중국 자본 많이 들어온 건 알았지만
중국어 플랜카드가 곳곳에 보이고
동문시장 귤가게 하필 들어간 곳
판매원이 중국인인지 중국식 억양과
한국어 발음에 멈칫...그렇다고 묻고
안사기도 그래서 젤 싼 귤 사서 나왔네요.
국내 면세니 큰 세일가도 아니라
면세점 들를 것도 없었고요.
남들은 바리바리 싸들고 탑승전 짐
부치고 난리던데 기내용 트렁크 하나
달랑 끌고 하나로 마트서 제주 흑돼지고기
안속고 산다기에 그나마 구워먹을 거
좀 사서 온 게 다네요 ㅎ
계절이 지금이라서 그랬을까
너무 큰 기대를 하고 간걸까
거의 십년만에 운전대 잡고도
사고없이 잘 지내다 올 수 있던 것이
제주도라 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운전 실컷 해보고 와서 좋았다 싶네요.
다음 여행은 해외로 다녀와야
제대로 이국적인 설레임을 만끽하고
올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