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들이 어릴때부터 마음이 여리고 착했어요.
옛날 몇년전에도 쓴적 있는데
말문 완전히 트이기 전부터도
앙상한 겨울나무보면서
이불덮어줘 추워 불쨩해 하던 애였어요.
동네 멀리서 개짖는 소리도 엄마 아빠 찾는 소리 같다는 애에요.
그래서 너무 나약하게 클까봐 걱정했어요.
놀이터에서 누가 사마귀 다리 떼었다고 울고
친구들이 외국인친구 놀렸다고 울고
저렇게 남 불쌍한것만 알다가 약하게 클까봐서요.(저도 동정심 많아 손해 많이 보고 살았어서요)
얼마전부터는 저랑 같이 핸드폰으로 유튜브 숏츠(짧은 동영상) 보는데 재미도 없는 영상에 좋아요를 눌러줘요 옆에서 콕콕
와 이게 너는 재밌어????
하니까
아니 재미는 없는데 좋아요가 없어서 너무 슬퍼 . 이 누나가 내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좋아요가 없으면 슬플것 같애요. 이렇게 열심히 찍었는데
이러는 거에요.
그리고 오늘 식구들끼리 동네 번화가가서 밥먹고 오는데 식당앞에서 식사하고 나가는 사람들한테 인당 한개씩 풀빵을 나눠주는데
젊은 대학생쯤 되어보이는 남자애가
너무 바쁘게 붕어빵을 구우면서 어쩔줄 모르고 나눠주는데
우리가 받은건 완전 덜익음
남편이
아니 이게 붕어빵이야 반죽이야(우스개로)
들리도록 말했더니
아이가
아빠 제발 큰소리로 말하지 마요.
형이 저렇게 힘들게 만들잖아요.
저도 나중에 저렇게 잘 못하는 일 하고 있을수 있으니까 이해해줘요.
너무 착하지 않나요.
남편이 평소에 식당에서 맛이 있네 없네 하는 것도 쏙들어갔어요.
주인이 일부러 맛없게 했겠녜요.
그냥 담에 안오면 되지 그래요.
성인군자가 따로 없어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
아직도 산타의 존재를 20프로쯤은 의심하지만 여전히 믿는 저희 아이.
나쁘고 우는 아이한테 자기 선물줘도 된다고.
그 아이는 어려서 뭘 몰라서 나쁘게 한건데
산타할아버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선물 없으면 너무 슬프지 않냐고.
자긴 선물 없어도 된다네요.
자기도 어릴때 뭘 몰라서 울고 나쁜짓도 했다고 산타할아버지가 그 정도까지는 이해 못해주나????
하고 진짜 맑디 맑은 눈망울로 진지하게 물어보는데 참 제 자식이지만 너무 사랑스러워요.
TMI 저희 애 10년전쯤 옛날에 본명 춘복이로 지을까요.
82에 글 올렸다가 베스트 올라가서 아주 혼쭐나고 예쁜 이름 지어 키우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