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인원이 적어서 어쩌면 처음부터 무리한 계획이었을지도 모르는데요. 이런 소중한 기회를 여러 가지 변명 대면서 그냥 흩어버린 거 같아서 너무 아깝습니다. 연줄도 없고 어디 아는 사람도 없고 혈혈단신인 저 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기회가 거의 유일한 승진의 기회인데 이걸 못 찾아먹은 제가 바보같아요. 저는 제가 잘 외우고 머리가 좋고 공부에 대한 실력이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아닐 수도 있는데 이렇게 생각하고 살았거든요.
근데 공부도 재능이라는 말을 이제서야 실감하구요. 저는 공부에 재능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공부하고는 거리가 좀 있는 우리 회사사람들 중에서도 놀라운 몰입력과 행동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끼네요. 후배들 치고 올라온다는 푸념을 누가 하면 그게 왜 걱정인지 이해가 안 갔는데 세상은 온실이나 꽃밭이 아니고 약육강식의 전쟁터라는 걸 몰라서 그렇게 생각했나 봐요. 노력을 하고 성과가 있어야 사는 재미도 있는 건데 안 그래도 재미 없는 인생이었는데 더 재미없어 졌습니다. 무기력증 이겨내는 중이었는데 더무기력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