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그대로 엄마하고 연을 끊는 과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제 나이도 이제 마흔 중반이라 이 나이에 엄마 잘못 들추는 것도 힘겹고, 엄마 손붙잡고 울면서 가족상담 가자고 어렸을때 나를 낳아서 시댁구박에 얼마나 고생했었냐며 근데 엄마, 나 엄마가 나한테 모든 스트레스를 쏟아부어왔던게 너무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다, 우리 같이 테라피받자 했던, 내 30대 초반, 엄마와의 관계를 개선해보려했던 내 안쓰럽던 열정도 이제 더이상 남아나있지 않고,
이제 마흔 중반인 딸, 더이상 엄마사랑 기대지 말자, 그냥 엄마가 삐진거 비아냥대며 애들처럼 나를 심적으로 조종하려해도, 무던하게 넘어가자, 저런 행동 반응하지말자. 그리고 상처받은 지나간 과거는 잊자 마음 속으로 수만번을 다짐하고 또 다짐했어도..
오랜만에 통화하는 안부전화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수동적 공격, 비아냥, 연락을 점점 뜸하게 하는 딸에 대한 분노로 잔뜩 기분상한 엄마의 목소리, 너는 뭐가 그렇게 예민하냐, 무서워서 뭔 얘기를 하겠냐며, 내가 시댁식구 짜증나는 사건을 말하면 그냥 듣고 네네 엄마 힘들었겠네 공감이나 해주면 될걸 어따대고 잔소리로 가르치려드냐며,
시가 친척한테는 찍소리도 못하는 모든 스트레스와 짜증을 나에게 퍼부어대는 일흔도 안된 젊은 우리 엄마.
어렸을때부터 기억이라는게 생기던 나이부터 나만 붙잡고 하루종일 시댁욕, 아빠욕을 한 후에 결국에는 너도 저 씨, 저핏줄이니 싸가지없을거라며 말을 끝맺던 엄마라는 사람.
담배두갑씩 피던 골초 엄마, 옆에서 칵칵거리면 칵칵거리는거 짜증난다고 난리치던 사람.
중학교부터 고3까지 잠자고 있는 새벽에도 친구랑 전화한다고 아빠피해 내방으로 전화기 가져와서 새벽 3-4시까지 친구랑 낄낄대던 사람.
한번은 고등학교때 일기장에 우리엄마 너무 싫다 무섭다 미친년같다라고 썼다가 먼지나도록 맞고 비오는날 쫓겨도 났죠. 알고보니 제 일기를 초등학교때부터 보고 있었더라구요. 그 후로 일기를 안쓰다 스물중반 넘어서 다시 쓰게 됐는데, 어느날 보니 가방도 뒤지고 해지된 오래된 핸드폰도 뒤져서 남친하고 사적인 이야기, 사진도 다 읽고 보고 있었던 걸 알게된후, 일기도 더이상 안쓰고 핸드폰도 오래된건 팔아버려요.
스물 한참 넘어서까지 열받으면 발차기 따귀 머리박기하던 사람, 그런데 그런 모든 기억이 나지 않는 엄마가 신기하구요.
대학합격후 입학 하던날, 이제 나보다 가방끈 기니 좋냐고 묻던 모친.
서른넘어서는 따귀는 안때리고 손올리면 눈을 질끈 감는나를 보며 이게 커서 오냐오냐하니 부모를 가르치려든다며 권력을 즐기셨던 나랑 고작 스무살차이나던 젊은 모친.
30대때는 엄마를 이해래보려고 엄청 노력했어요. 테라피도 혼자 다니고. 엄마 손붙잡고 진심으로 눈마주치며 엄마 힘들었던 거 이해해, 근데 이런이런거 내가 너무 힘드니, 엄마도 이제 좀 어른답게 나를 대해주면 안될까...라고 대화도 시도해보고.
결론은. 전 지금 아주 멀리 떨어져살고요.
사랑하는 사람하고 아주 잘살고 있는데,
이 엄마라는 사람은 저에 대해 못마땅한게 너무 많아서,
제 옆지기도 보기 싫어하고,
언제 자기랑 같이 살거냐며, 부모랑 같이 살아야 가족이라며 죄책감 심어주고, 오랜만에 전화하면 숨넘어가듯이 자신의 이야기만 계속하는데, 주로 주변사람 욕, 아빠욕.
제가 아파서 응급실 갔다왔다 하면, 어머, 나도 얼마전에 저혈압으로 병원갔다왔는데. 합니다.
이제는 뭐가뭔지도 모르겠어요.
얼마전에 전화했다가 또 한바탕 모든 스트레스를 저에게 퍼붓길래, 제가 나는 엄마의 감정의 쓰레기통이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저더러 무서운 딸이라 가벼운? 불만도 이야기 못하니 눈치보여 못살겠다고 하길래,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평생 손한번 잡지도 않고 포옹한번 해준적도 없는 엄마인데 딸 마음이 병들어가는 것도 모르고, 자신때문에 아직도 테라피를 정기적으로 받는 줄도 모르는 저런 엄마.
이제는 진짜 마음도 열정도 식어가요.
이제 곧 애기도 태어나는데,
저런 할머니 보여주기도 싫고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제가 너무 안쓰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