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미워한 사람은 초딩 2학년 담임이었다.
할머니 선생이었는데
미술시간에 갑자기 내 등을 후려쳤다.
왜 이렇게 못그려?
나는 못그리지 않았다.
네 엄마 요즘 일하러 다니니?
아뇨.
그럼, 집에서 살림만 하냐?
네.
근데 왜 학교에 안와?
내가 학교에 좀 오란다고 그래.
......
선생은 체육시간에도 빨리 달리라며
나를 또 때렸다.
요즘은 외동이 흔하지만
당시엔 반에서 외동은 한명 뿐이었고
부자동네에 살던 난
이 할망구의 타겟이 되었다.
호구타겟. 촌지타겟.
엄마가 놀라서 촌지를 들고 달려가
선생을 달래고 나서야
나는 맞지 않았다.
학교에서 처음 맞아본 나는
깊은 분노를 품었고
선생을 보며 생각했다.
사라지면 좋겠어.
저 마귀할멈. 죽어버렸으면.....
어느 날
교대를 갓 졸업한
젊은 여자 선생님이 담임으로 왔다.
그 할망구는 대상포진으로 휴직했다고 했다.
내가 6학년이 되어 졸업할때까지
할망구는 복직하지 못했다.
젊은 선생님은
말썽부리는 남자애들을 감당못해
힘들어했고 때로 울기도 했다.
당연하지만 나는 맞을 일이 없었다.
4학년이 되었을때
남자애들은 나를 자주 괴롭혔다.
관심없는 애는 아예 건드리지도 않는다는걸
그땐 몰랐다.
그 중 한명이 나를 끝없이 괴롭혔다.
아이스케키, 머리끈 뽑기, 동화책 뺏어가기. 등등......
화가 머리끝까지 난 나는 소리쳤다.
돼지새끼! 맘모스같이 생겨가지고!!
괴물같은게!!! 너같은건 학교도 다니지 말아야해!!!
맘모스...... 괴물......
화가 난 그 애는 내 배를 주먹으로 힘껏 쳤고
나는 순간 의자에 주저앉았다.
숨이 막혀 한참을 일어날 수가 없었다.
지금 같으면 학폭위원회가 열릴 일이지만
그때는 아무 일도 아니었다.
나도 굳이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저 깊은 분노를 새길 뿐이었다.
ㅇㅇ이는 학교에 안나와야해.
사라지면 좋겠어.
몇달 뒤 그 애가 교통사고로 죽었다.
죽기를 바란건 아니었는데......
반 아이들이 모두 울었고 나도 울었다.
6학년 담임은 변태였다.
매일 음담패설을 하고
키크고 소녀같은 여자애들에게
안마를 시켰다.
아동이 아닌 여자느낌이 나는 애들만
골라서 어깨를 주무르게 했다.
나는 항상 뽑혔고 열심히 안마를 했다.
담임은 58세였는데
아빠보다도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
안마하는게 문제인지도 몰랐다.
어느날 선생은 나를 따로 불러서
남자 몸이 궁금하지 않은지 물었고
여러가지 야한 얘기들을 했다.
그루밍 성폭행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강간이 아니면 추행이라도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나는 남자 몸에 아무관심이 없어서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
그 이후 선생은 나를 자주 때렸다.
애들이 떠드는건 부반장인 내 잘못이라며
나를 벌주고 때렸다.
나는 깊은 분노를 느끼고
선생이 죽기를 바랐다.
졸업하고 중학교에 다니면서도
버스타고 오는 길에 초등학교가 보이면
그 선생을 떠올렸다.
죽어야 하는데......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때
친구한테 그 선생이 죽었단 소식을 들었다.
그 초등학교에 다니는 친구 동생이
들려준 소식이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며
커트였던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커트에서 긴머리까지
머리는 지저분한 상태가 된다.
미친개 체육선생이 이걸 흠잡았다.
나는 일부러 그런게 아니고
기르는 중이라 그렇다며 항변했고
그는 날 때렸다.
나는 또 깊은 분노를 품었다.
저런건 사라져야 하는데......
대학생이 되었을때
그가 학교에서 짤렸단 소식을 들었다.
부속대학의 체대교수와 짜고
체대지망하는 애들에게
돈 받아먹은 것이 걸려
짤렸다고 했다.
매우 불편한 관계의 친척이 있었다.
따지고 들면 친척은 아니지만
친척이라고 치고.
극 내향인인 나는
불편한 사람들이 있으면
말을 안하는 버릇이 있었다.
어느 날 집안 모임에서
어린 애들이
내가 자폐라고 떠드는걸 들었다.
애들이 처음 그런 말을 한걸까?
아니. 그 부모들이 그랬을 것이다.
그걸 애들이 듣고 말하는 거겠지.
그 이후에도
그 부모들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질 일이
하나하나 늘어났다.
또 오랫동안 분노가 쌓여갔다.
하아..... 좀 안보면 좋겠네.
사업이 망하면서
한 사람은 부인과 함께 외국으로 도망갔다.
그들은 사라졌다.
다신 한국에 오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서 도망갔고
그 돈을 외국에서 사기당해
거의 다 잃었다고 했다.
또 한 사람은 이혼후 힘들게 살아갔다.
그들이 불행해지길 바란건 아니었다.
그저 깊은 분노를 품었고
안보길 바랐을뿐.
모임에서 싫은 사람이 있었다.
싸운건 아니었기에
분노를 품은건 아니었다.
그저 안보면 좋겠다 생각했을뿐.
그녀는 모임을 초토화시키고 갑자기 떠났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가고
코로나 기간 중 모임은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오프라인 모임이 재개될 무렵,
싫은 사람 하나가 남아
이 사람 때문에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지 말까?
생각하는 중......
어제 그가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모임에선 그들을 싫어했고
안보길 바랐지만,
원한을 품은건 아니었는데.
어쨌든 사라졌다.
나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