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종종 드라이브 다니던 길이었는데
전혀 유명하지 않은 평범한 절이 있어요.
늦가을이라 그냥 산책삼아 산길을 올랐어요.
절 뒤편에 작은 오르막이 있는데
소원바위라는게 놓여있고
절을 세번 한 후에 그걸 돌려서 들어보면
그 소원이 이루어질지 알수 있다는 거예요.
평생 그런 미신이나 기원같은거 코웃음치며 살았어도, 얼마나 간절한 때인가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절을 했어요.
남편은 그냥 웃으며 지켜보고 있었고요.
그런데....
그 돌을 차마 들어볼수가 없는거예요.
안들리면 어떡하지? 저 돌 무게가 내아이의 간절함을 결정해 버린다고??
한참 고민을 한 끝에 그냥 일어섰어요.
돌 옆에 조그만 유리상자가 있고 그 안에 현금들이 들어있는데 대부분 만원짜리들...
남편의 지갑을 열어보니 현금이 딱 오만원짜리 한장. 그걸 넣고 내려오는데, 남편이 당신도 어쩔수없는 대한민국 어머니였네 라고 웃길래, 나도 그냥 장난삼아 절해본거야... 어쩌고 하며 내려왔어요.
그리고 수능날.
아이는 최고의 수능 결과를 가져왔어요.
하마터면 신문과 방송에 나올뻔한 점수였어요.
그리고 소위 납치를 당했지요. ㅎㅎ
아이는 결과에 만족하고 그냥 최초합격한 학교에
잘 다니고 있습니다.
벌써 몇년이 지났는데 문득 생각나요.
그때 그 돌을 들어보지 못한것은
내 미심쩍은 용기없음이었을까.
지나친 감정이입이었을까.
지금도 저는 운명에 대하여
조금도 미리 알고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냥 흘러가는대로의 시간을
겪어내고 견디어내고 기다리는것이
사람의 할 일이고, 살아가는 의미라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