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이가 이번 학기부터 공부하겠다고 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이에요. 그동안은 그냥 순둥순둥 대충 대충 살았고 남편이나 저나 사교육계에서 오래 일해서 사교육으로 밥은 먹지만 지긋지긋한 입장이기도 해요. 애들 힘든거 보고..물론 잘 되서 꿈찾아가는 거 보면 기특도 하고 뿌듯도 하지만 그렇게 되기위해 힘들게 자아를 죽여야하는데 많이 회의적인편이에요. ( 남편은 수학가르쳐요).
돈 쓸시간이 없다시피하니 벌어놓은 돈으로 애 어릴때부터 하고 싶은 거도 많이시키고 생활은 풍족하게 자란 편입니다. 남편이 특히 입시로 짓눌린 애들을 너무 많이 봐서 그냥 적당하게 공부해서 지 관심 분야 찾아가는 게 낫다라고 해서 사실 크게 힘주지 않았어요. 영어만 확실하게 해주고 수학도 재학년보다 한 두학기 정도만 선행 . 저희 학원 애들보다 훨씬 더 못 하죠 ㅎㅎ .
아무튼 그랬는데 입결 좋은 고등학교 가더니 한 학기는 잘 놀고 두 번째 학기부터 공부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수업 좀 더 듣고 싶다고 해서, 잘 아는 분 학원에 보냈습니다. 아이에게 맞는 시스템인 거 같아서 아빠학원말고 다른 곳으로 의논 끝에 보냈어요. 잘 적응하고 있고 아직은 내공이 쌓인 게 없어서 잘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성실하게는 하고 있습니다.
국영수과는 사교육을 어떻게 한다 쳐도 결정적으로 공부법 자체를 잘 모르는 거 같아서, 지인의 학습 컨설팅에 보내려고 알아봤더니 흔쾌히 해주겠다고 하셔서 약속을 다 잡았는데, 갑자기 이 녀석이
모르는 사람이랑 상담하고 싶지 않고 그냥 아빠랑 하겠다는 거예요. 아빠가 자기 상태나 그런 걸 잘 알고 있고 아빠가 좋은 학교 많이 보내본 선생님이니까 훨씬 잘 알고 있을 거 같다고요. 저희는 그렇게 나올 거라고 상상을 못해가지고 좀 어리둥절했는데 남편은 굉장히 기뻐하면서 1-2주째 진행중입니다.아직까지는 괜찮게 따라가긴 하는데 혹시라도 하다 보면 아빠한테 상처받고 괜히 마음의 응어리나 생기던지 저항감이 생길까 갑자기 걱정도 됩니다. 자기 자식 가르치는 부모 잘 없는거 누구보다 잘 아는데 애말만 듣고 괜한 일 만드나 싶은 생각으로 복잡하네요
아직 기말고사가 좀 많이 남긴 했지만 계속 매일매일 체크하고 진행 중인데(아빠학원있는 건물 스카에서 자습. 아빠가 틈틈이 공부하는 법 위주로 체크하고 진행 중인데 한 번씩 피드백이 부정적인 부분이 오가면 회의감도 듭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조금 걱정이 되는데 과연 이 이야기의 끝이 어찌될지 모르겠네요. 애아빠의 집요한면과 근성을 모르지않않아서.. 중고딩들 수백 트럭 봤지만 내 자식은 또 다르네요ㅠㅠ 중간 역할도 잘하고 앞서서 아이와 남편 마음 서로 상하지않게 도움 줘야 할 일이 은근 있어서 저도 뭔가 마음속 압력이 올라가는 느낌이에요. 82에나 복잡한 마음 털어놓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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