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를 놓고 여러 번의 변화를 겪고
아이가 재수를 합니다.
그 전까지 장점도, 재능도, 공부력도 어느 정도는 되어서
부모 보다는 훨씬 낫겠거니 했는데(부부 모두 공부로 먹고 살아요)
지금 와서 보니 정말 아니에요.
어떻게든 편하게 대학 가려고 용쓰는 애 처럼 진로를 바꾸고,
아니 그러다가 자기 꾀에 빠져서 이도 저도 안되고
의욕마저 상실해 버리고 방향조차 잃어버린 듯.
그런데 자기 부족함을 인정도 못하니 부모와 의논도 거부합니다.
올해들어 학원도 첨엔 가겠다더니 안가고,
내도록 혼자 방에서 처자다가 오후 늦게 일어나 유투브 보고 낄낄거리며
택배나 시키고 지 먹을것만 챙겨먹는 거 보고
말이 안나오더군요.
그러나 잔소리로 달라질 계제가 아니라 판단되어 가끔 언질만 줄뿐..
좋은 얼굴로 잘지내는 걸 목표로 삼았네요.
수능 한 두 달 남겨두고 취미삼아 공부하는 듯 보이더라고요.
하루 몇시간 끼적끼적.
여전히 음악은 집안에 울려퍼지고, 노래를 불러대고...
밤까지 유투브 보며 키득 거리고 혼자 빵빵터지고 웃고요.
현실거부하는 아이같아요.
어젯밤 물어보니 내일은 스카 갈거라고 하더니만...
오늘 밖에서 보낸 카톡 2시나 되어야 확인하는 거 보니 중천에 일어났고
너무 멀어서 안간다나...
그냥 모든 것이 계획대로 할 의지도 없고, 잘 되지도 않는 거죠.
너는 공부를 못할 아이구나...이제 확실히 알겠네요.
노력을 수치스러워 하는 아이처럼 살아요.
이번 수능도 아무 기대가 없어요.
그냥 쭉 빠지는 힘을 다시 주워 담아서 나나 잘 살아야겠어요.
집에 있으니 밥 해대는 것도 더 힘들군요.
수능이 끝난다음 선언 해야겠어요.
이렇게 하는 거면 부모 도움 못주고, 삼수 못한다.
뭘 하든 먹고살 궁리하고 몇 년 후 독립 준비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