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혼자 있는거 좋아하고 사람들 몰려다니고 모여서 먹고 떠들고 하는거 딱 질색인 아줌마예요
친구도 얇고 넓게 사귀기 보다는 베프 몇명으로 10-20년 가는 스타일인데 친구들도 딱 저 같아요 ㅎㅎ
연락도 어쩌다 한번씩 하고 만남도 몇달에 한번 만나고 ㅎㅎ전화나 카톡으로 쉴새없이 떠들고 만나고 이런 거 없지만 또 만나면 어제 만난듯 무지 편하게 떠들고 웃고, 책도 서로 빌려 읽고, 어렵거나 힘든 일 있으면 한밤중에도 달려와 도와주고 기쁜 일 있으면 두팔벌려 안아주며 축하해주는 친구들이예요
그러다보니 다른 친구들을 더 사귈 필요성도 못 느끼고 그 친구들과의 시간 외에는 저 혼자서 돌아다니고 운동하고 방에 콕박혀 책보고 음악듣고.. 그것만 해도 시간가는 줄 모르는 그런 아줌마였는데...
그러다 작년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지금의 동네로 이사왔어요
지금껏 그랬듯 혼자 잘 놀며 지내다 동네 가게를 드나들면서 몇몇 가게 주인분들과 친해지기 시작했어요
다들 자신들이 하는 일과 음식에 자부심도 있고, 친절하고, 1인 운영 시스템인데 저에게 딸뻘인 젊은 여성분들이 어찌나 존경스럽게 열심히 일하시는지 참 좋게 보여서 한두마디 칭찬을 건네는 걸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오가다 손님 뜸하면 들어가 수다떨고, 맛있는 과일이 생기면 달랑 몇개라도 주고받고, 겸둥이 아이에게 이모라 불리우는 이웃사촌이 되어버렸네요^^
다른 가게 여사장님도 단골이 되니 식성을 파악해서 긴 설명 필요없이 다 알아서 해주시고, 주말에 여행가는 길에 먹는다고 샌드위치 싸달라고 하면 가면서 드시라고 커피에 직접 구운 쿠키도 같이 넣어주시고 잘 다녀오시라 하고, 저도 맛난 거 생기면 나눠 주고, 비오는 날이면 재즈 틀어놓은 그 가게에 가서 커피 마시며 수다 떨고..
평생 정해진 울타리 안에서 놀고 말수도 없는 제가 한번 가게 들어가면 안 나오고 하니 남편도 제가 달라졌다고, 그런데 보기 좋다고 하네요
오늘도 갑자기 떡집 사장님이 전화 주셔서는 잠깐 가게로 오실 수 있냐고 해서 쓰레빠 끌고 나갔는데 (가게가 바로 아파트 앞) 갔더니 비주얼 예술인 떡케잌을 예쁘게 포장해서 주시더라고요
다른 이유 없고 그냥 해드리고 싶어서, 고객님만 보면 말씀도 예쁘게 하시고 사람 기분좋게 해주셔서 좋다고, 저를 위해 만들었다며...
세상에 저를 위해 케잌을 사온 사람들은 많이 봤어도 저를 위해 '직접 만들어주신' 사람은 처음, 것도 전문가의 손길로 정성스레 만든 케잌을 받고 감동을.. ㅠㅠ
혼자도 얼마든지 좋다고 지냈는데 만나면 웃으며 인사하고, 안부 물어주고, 맛있는 거 생기면 나누고 싶은, 그야말로 '이웃사촌들'이 생기니 이것도 생각한 것 이상으로 좋네요 ^^
남의 동네 같았던 이곳이 점점 내 동네가 되어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