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엄마가 혼자 사시는데 통장이라는 남자가 안부 전화도 하고 햇반 같은 거 갖다 주기도 하고 그러더라구요. 엄마가 그 사람 얼굴을 본 건 햇반 갖다줄 때가 처음이었고 그 사람이 엄마 전화번호를 어떻게 가지게 됐는지는 엄마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하세요.
저희 단지 바로 옆이고 도보로 5분 거리에 사셔서 저희 가족이 수시로 왔다갔다 하는 편인데, 어제 제가 엄마 집에서 저 혼자 목욕가신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데 통장이라고 하는 여자 분과 남자 한 분이 동의서 받을 게 있어서 오셨더라고요.
제가 의아해하면서 통장이 두 분이시냐, 통장이라고 연락오는 남자분 계신데 그 분은 누구냐 했더니 여자분이 자기가 통장이고 자기 전에 했던 통장도 여자라고 이상하다 하더군요. 일단 그들은 무관한 일이니 그냥 돌려보냈고 목욕갔다 돌아오신 엄마에게도 얘기를 했어요. 엄마가 '통장'이라는 말을 못 알아들은 건 아닌 것이, 한 번은 엄마 집에서 같이 콩나물을 다듬고 있었는데 그 남자에게 전화가 왔더라구요. 전화번호 저장하기 전인데 엄마가 마른 손이 아니라고 저더러 스피커폰으로 해달라고 해서 스피커폰으로 받았는데 또렷하게 '어르신, 저 통장입니다' 하더군요. 저도 같이 들은 그 통화는 더운 날씨에 건강은 괜찮으시냐, 어디 불편한 데 없으시냐, 묻는 전화였고 별 이야기 없이 끊었어요. 그런 전화가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옵니다. 오죽하면 엄마가 니 오빠보다 전화를 많이 한다고 하실 정도 ㅠㅠ
이 사람 정체가 뭘까요? 정말 안부 묻고, 민원 사항 없는지 묻고, 딱 한 번이지만 햇반 가져다주고 한 게 전부이긴 해요. 뭔가 요구한 게 있는 것도 아니구요. 이 사람은 뭐하는 사람일까요? 제가 전화를 해보는 게 맞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