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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호상입니다.

... 조회수 : 5,171
작성일 : 2023-09-14 02:01:15

벌써 20년도 더된일인데, 저희 증조할머님께서 90세 넘으셔서 돌아가셨어요.

큰 지병 없으셨고 전날까지도 거동하시다 집에서 주무시다 떠나셨답니다.

다들 곱게 가셨다 했어요.

 

아빠엄마와 저도 조문차 시골집에 갔는데, 밤늦게 아주 깜깜할때 도착했어요.

시골밤은 더욱더 칠흑같이 어두웠어요.

어두운 시골길을 더듬어 아빠차가 도착하니, 누군가 나와 인사를 하며 이렇게 말했어요.

 

호상입니다.

 

증조할머님의 손자쯤 되어보이는, 저희 아빠보다는 젊어보이는 아저씨였는데, 저는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천수를 누리고 가셨대도, 호상이라고 말하는건 너무 이상하지 않나?

 

근데 

 

알고보니 그아저씨 이름이 호상이었더라구요.

아빠가 오랜만에 어두운데서 만나 누군지 못알아볼까봐 자기가 호상이라고 얘기한거였어요.

 

장수란 무엇인가, 잘죽는다는건 무엇인가, 적당히 사는게 좋지않나를 고민할때면 어김없이 호상이아저씨가 떠오릅니다. 

IP : 211.51.xxx.172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3.9.14 2:12 AM (118.37.xxx.38)

    어휴~제목 보고 깜놀 했네요.
    아무리 편히 가셨어도 호상은 없습니다.

  • 2. ...
    '23.9.14 2:16 AM (222.236.xxx.19)

    ㅎㅎㅎ호상입니다... 하필이면 이름이 호상인가요..그 이름 잊어버리기는 힘들겠어요 ..
    그분 장례식장에 조문갈때마다 이름때문에 난감하겠어요...

  • 3. 호칭을
    '23.9.14 2:18 AM (119.71.xxx.22)

    불렀어야 하는데 말이죠.
    아저씨! 저 호상이 입니다.
    이런 식으로요.

  • 4. 어머
    '23.9.14 2:22 AM (59.6.xxx.211)

    제 초등 동창 ㅇ이름도 호상인데…ㅋ

  • 5. ...
    '23.9.14 2:49 AM (118.235.xxx.104)

    시어머니가 50대에 갑자기 돌아가신 친정아버지의 죽음에 호상이라 말했던 것을 죽을 때 까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절대로 어떤 죽음도 호상은 없습니다

  • 6. dd
    '23.9.14 3:10 AM (207.244.xxx.166) - 삭제된댓글

    악질이라 다들 얼른 죽길 바란 인물이 아니고서야..
    50대에 죽은 걸 호상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나요 무섭네요ㅜㅜ

  • 7. 쩜쩜쩜님
    '23.9.14 5:28 AM (108.41.xxx.17)

    세상에나... 50대의 사돈이 갑자기 세상을 등졌는데! 생판 모르는 남도 안타까워 할 일인데 어찌 거기에 호상이라는 소리를 할 수가 있었을까요?
    그 뒤로 시모 얼굴 보기 너무 힘드셨을 거 같애요.
    남편이 그 뒤로 평생 '나 죽었다' 식으로 기어 들어오는 경우 아니라면 저는 용서가 안 될 것 같습니다. ㅠ.ㅠ

  • 8. ...
    '23.9.14 6:38 AM (223.39.xxx.75)

    장례식장에서 조심히 불러야하는 이름이네요

  • 9. ㅇㅇ
    '23.9.14 6:49 AM (73.83.xxx.173)

    동기 중에 호상이 있었는데 그땐 어릴 때라 그 호상과 연결짓지 않았던 거 같아요

    선배 중 진상도 있었음요
    그 당시에 요즘 쓰는 진상이라는 단어는 들어본 적도 없었는데
    나중에 그 선배 자기 이름이 싫어졌을듯. 호상이도 그렇고.

  • 10. 플럼스카페
    '23.9.14 7:20 AM (182.221.xxx.213)

    저도 호상만큼 무례한 말이 없다싶은데 50대 사돈의 소천을 호상으로 말하는 건 악마인가요, 무식한 건가요.

  • 11. 옴마야…
    '23.9.14 7:43 AM (112.153.xxx.125)

    짧은 단편 하나 읽은 것차럼 재밌는 에피소드네요.
    글도 잘 쓰시고..

    근데 호상이라는 말이 원래는
    예전에 수명이 그리 길지 않았던 시절에
    애통해 하는 유가족들 위로하려고
    그만하면 효도받고 천수를 누리셨다는 뜻으로 건네던
    인사였죠.
    듣는 사람도 그러려니 했구요.
    설마 초상집 가서 아휴 잘 죽었네 이런 뜻으로야 썼겠습니까?
    (위의 50대 사돈 이야기는 싸이코지만)

    여튼 지금은 시대가 달라져서 잘 안쓰는 말이 됐죠.

  • 12. ......
    '23.9.14 8:07 AM (118.235.xxx.112)

    짧은 단편 하나 읽은 것차럼 재밌는 에피소드네요.
    글도 잘 쓰시고..222

  • 13. 애패소드
    '23.9.14 8:30 AM (14.100.xxx.224)

    애피소드는 신선허고 글로 남긺만큼 쟈밌내요

    개인적으로 천수 누리고 주무시다 돌아가신분들 호상이라고 생각해요. 죽음이 생로병사 중에 하나이고 잘 죽는거, 호상은 복 받은 거라고 생각해요.

  • 14. ㅇㄱ
    '23.9.14 8:46 AM (222.237.xxx.33)

    저도 호상이 그렇게 나쁜뜻이라고 생각안합니다
    무슨 잘 죽었네 그런 의미인가요?
    편안히 고생 안하고 돌아가시는거 그거 어렵잖아요 그리고 상주 위로하는 말로 너무 많이 슬퍼하지말라는 뜻이죠

  • 15. 마이크로소설
    '23.9.14 10:06 AM (108.41.xxx.17)

    단편보다 더 짧은 소설.. 한 편 잘 보고 갑니다 ^^

  • 16. ....
    '23.9.14 10:09 AM (175.116.xxx.96)

    심각한 글이어서 웃으면 안되는데, 순간 웃음이 나왔네요.
    신선한 에피소드이지만 이것 저것 많이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 17. ...
    '23.9.14 12:17 PM (106.101.xxx.152)

    저는 호상이라는 말 자체에 파르르 하는 분들이 해가 안가요.
    호상이 왜 없나요?
    80넘을때까지 건강하게 사시고 즐겁게 생활하시다가 며칠만 아프시고 돌아가시거나 자다가 돌아가시거나,
    고생고생 연명치료하면서 투병하다 돌아가시지 않고 고통없이 돌아가신 분들한테
    호상이라는 말 당연히 써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녀들도 대부분 애이불비의 심정인거구요.
    이별이 슬프지만 비통하지는 않은 심정이요.
    고통속에 몸부림치면서 중환자실과 일반병실을 왔다갔다 하시면서
    누워서 몇년간 투병하다 돌아가신 부모님 두신 분들은
    제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아실거예요.
    고통겪지 않고 천수 누리다 가신분들
    호상이라는 표현 써도 된다고 봅니다.

  • 18. 플럼스카페
    '23.9.14 1:38 PM (106.101.xxx.103)

    상주와 가족이 쓴다면 모를까 타인은 하면 안되는 표현이라 생각해요. 생각은 자유인데 그 입을 다물어야죠.

  • 19. ...
    '23.9.14 2:35 PM (106.101.xxx.144)

    왜 그 입을 다물어야하죠?
    상주와 가족이 본인 부모님한테 호상이라고 하는건 그야말로 어색한 일이구요.
    호상이라는 말을 쓰는 경우 자체가
    조문객이 상주를 위로하고자 하는 말인데요.

    생각은 자유인데 말로는 하지 말아야죠
    라고 쓰신거라 생각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님같은 분때문에 눈치껏 호상이라는 말은 안쓰고 지금까지 살아왔으나
    전통적으로 써온 단어 하나에 그렇게 예민하게 파르르 할 일은 아니라고 개인적 생각을 밝힌 댓글입니다.
    상황에 따라 호상이라는 표현이 얼마든지 납득되는 장례가 있는데 마치 무슨 패륜같은 단어를 쓴것처럼 매도하는 분들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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