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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오늘부터 정리 들어갑니다. 91일째

91일 조회수 : 1,971
작성일 : 2023-09-03 18:13:36

함께 사는 강아지가 나이가 많이 드니 여기저기 자주 아픕니다

처음 데려올땐 제가 철이 없어서 맛있는 거 주고, 같이 자고, 대소변만 치워주면 되는 줄 알았어요

한참 지나서야 매일 산책 가야한다는 것도 알았고, 반려동물에 대해 배워가며 키울만 해지니 이제 너무 늙어 버렸네요

이틀동안 설사를 심하게 하더니 어제는 밤새 숨을 헐떡이며 제 살을 맞대지 않으면 불안해 해서 방금까지도 침대에 같이 누워 있었습니다

사료에 약을 섞어 줬었는데 설사로 금식하게 되니 약을 못먹어 더 힘들어 하더라구요

새끼 강아지도 귀엽단 생각보다 무섭단 생각이 앞서던 저였는데 이 녀석과 어찌저찌 같이 살게 되면서 동물도 사람과 하나도 다를게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녀석은 너무 고마운 존재예요

 

제가 화장실 가는것조차 불안해 하며 낑낑대는 걸 보며 제가 이 녀석에게 어떤 존재일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주인이 없으면 굶을수 밖에 없고, 아무 것도 할수 있는게 없으니 주인에게 절대 복종하는 걸까요?

아니면 이 녀석에게 주인은 모든 걸 해줄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절대자 같은 존재일까요?

아프다고 낑낑대며 저를 쳐다보고 있어도 제가 아픔을 해결해 줄수 없다는 걸 알고 비로소 절대자가 아니었단걸 깨달을까요?

2키로 밖에 안되는 몸으로 매일 가족들 안부 확인하던 귀염고 든든한 강아지였는데, 지금은 자기를 이뻐하던 가족중 반이 멀리 떠나 있어 얼마나 그리워하며 살고 있는지 알수가 없습니다

추석때 애들이 오면 하루가 다르게 팍팍 늙어가는 강아지 보며 대성통곡할거 같은데 이 녀석은 자기가 안부 챙기던 애들이 왜 우나..어리둥절해 하겠죠

조금씩 이별을 준비해야 할 때가 다가오는것 같은데 남은 시간동안 뭘 어떻게 해주는게 가장 좋은 일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제가 정리를 시작하게 된 것도, 최대한 집에만 머무를 일을 찾다보니 하게된 것도 같습니다

이것도 이 녀석에게 감사할 일입니다

 

오늘은 우리 강아지와 하루종일 살을 맞대고 있어주고 싶어 청소나 정리는 조금도 하지 않았습니다

굳이 정리하겠다고 정신을 다른데 두면서 이 녀석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길냥이 밥 챙기러 나가면서 이 아이들 데리고 나가서 맑은 공기 마시게 해주고 산책도 조금 하게 해서 오늘 밤은 푹 잘수 있길 고대해 봅니다

제가 글 올리면서 신경을 딴데 쓰고 있으니 자기 신경 쓰지말라고 구석으로 들어가버리네요

동물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걸, 더 나아가 존재하는 모든 것이 사랑 그 자체였다는 걸 이 녀석을 키우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어두워지기전에 나가봐야 겠네요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IP : 14.49.xxx.105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 글에
    '23.9.3 6:17 PM (223.39.xxx.94)

    눈물납니다
    모든 동물은 사랑

  • 2.
    '23.9.3 6:23 PM (211.216.xxx.107)

    좋은 글 잘 읽었어요 글 감사합니다

  • 3. T
    '23.9.3 7:07 PM (112.214.xxx.147) - 삭제된댓글

    중2때 만나 13년을 키운 첫 강아지도, 부모님이 너무 서운해 하셔서 다시 키운 두번째 강아지도 15년만에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어요.
    두번의 이별을 겪고나니 이젠 못키우겠어요.
    보낼때 너무 힘들어서 키우기가 겁이 나더라구요.
    남의 개들만 예뻐하며 살고 있습니다.
    원글님의 개들이 오래오래 건강하고 아프지 않게 원글님과 행복하길 빕니다.

  • 4. 반려견
    '23.9.3 7:07 PM (125.142.xxx.31)

    사랑넘치는 좋은 주인 만난 강아지도 복이 많아요.

  • 5. 미소솔미
    '23.9.3 7:25 PM (222.103.xxx.252)

    오늘 제맘이랑 꼭 같네요
    함께사는강아지가
    이젠 나이가 들었어요
    조그만몸에도 사람과같은
    질병이 찿아오고 ㅠ
    오늘 울강아지 때문에 울었어요
    이렇게 딱 붙어 살다가
    지금보다 더 아파지면..자꾸 쇠해지는
    우리 강아지 보면 맘아파서 어쩌죠
    아직은 아니지만
    이별할때. 저 어쩌죠 ㅠㅠ
    나한텐 아기인데 아직은 ㅠ
    강아지가 아플때 상의할때가 없어
    남편한테 하니 듣기 싫어하네요
    이쁠땐 좋아하면서 ㅠ
    울 아들도 마찬가지ㅠ
    난 상의로 얘기하는데 듣기싫어하고
    모른체 할라하네요ㅠ
    정말 섭섭하고 울강아지 불쌍하고
    저는 더 서글픈 오늘 하루네요 ㅠ
    누구붙잡고 얘기하고 싶은데
    할때가 없어요
    너무 외롭고 슬프네요 ㅠㅠ
    무심코 원글님 글 읽고
    제맘이랑 비슷해서 로긴 해봤습니다

  • 6.
    '23.9.3 8:53 PM (223.39.xxx.192) - 삭제된댓글

    동물사랑하는분들 좋아해요

  • 7.
    '23.9.3 10:20 PM (118.235.xxx.156)

    집의 댕댕이 길냥이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오래 건강히 잘 살기를..

  • 8. 차 타고
    '23.9.3 10:39 PM (14.49.xxx.105)

    나가서 길냥이 밥 주고 돌아오는 길에 산책 좀 시켜 봤는데 평상시처럼 힘들어하면서도 잘 걷더라구요
    고구마 쪄서 줬더니 발 동동 구르며 자꾸 달라고 해서 호호 불며 줬더니 몇방울 먹고 지금은 침대에 누워 저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같이 키우는 다른 강아지는 질투심에 조금 삐져 있는데 한번 안아주면 또 신나서 꼬리에 모터가 달립니다
    둘이 서로 의지하며 살았는데 나이 차가 많아서 남은 녀석이 찾지 않을지 그것도 걱정입니다

    저는 동물친구들이 많습니다
    고양이, 개, 까마귀, 까치, 이름 모를 새, 개구리, 도마뱀도 있어요
    저도 이 친구들을 알아 보지만 이 친구들도 저를 알아 봅니다
    고양이에게 맛있는 거 줄때면 까마귀가 자기도 맛있는 거 좀 달라고 합니다
    오늘은 이것밖에 없고 내일 갖다줄께. 라고 얘기하면 다음날 기다립니다
    저는 동물친구에게 한 약속은 꼭 지킵니다
    저 때문에 인간 전체를 안믿어 버릴수도 있으니까요

    작고 귀엽고 아직도 애기 같은 녀석이 이 세상에 무슨 인연으로 태어나 우리 가족을 만나고 겨우 십몇년 같이 살았던건지..
    모든 인연이 귀하게 여겨지는 밤입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 9. 동참 69일째
    '23.9.4 8:07 AM (121.167.xxx.7)

    며칠간 바빠서 정리는 못하고 간신히 밥 먹고 살았습니다.
    바쁜 중에 친구도 만나고요. 아이 친구 엄마로 만났는데 일 년 한두번 정성껏 반갑게 만나는 귀한 사이가 되었어요. 가장 어려울 때 같이 있었기에 특별한 동지애가 있습니다. 서로 화이팅하고 마음이 꽉 차서 헤어졌어요.
    정리는 못했어도 더 급하고 더 중요한 일을 한 건 맞습니다^^

    훈련이 안되어 그런지, 훈련이 잘 안되는 스타일인지, 행동이 마음만큼 잘 안따라줍니다.
    이제 마침표를 찍을 수밖에 없는 시간이 다가오는 걸 다시 한 번 새기고...터보 엔진이라도 가동해야겠습니다.

    갑자기 스트레스 받던 마음이 훅 풀어지는 것 같습니다.
    강박에서 벗어나, 생각을 접고, 그냥 하는 기적?이 이제부터 일어날 겁니다. ㅎㅎ

    원글님 글 고맙습니다. 강아지의 안녕을 빕니다. 저희 집 아이들은 온갖 강아지, 고양이의 랜선 팬입니다. 동네 나가면 만나는 강아지, 고양이를 세고 오고요, 이름 묻고 말튼 강아지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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