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님 팬이라 여태까지 책 꼭 사드렸는데, 이제 너무 많은 책을 놓을 실제적인 물리적 공간도 부족하고 사다 놓으니 언제고 읽을 수 있다는 자만감에 언제라도 읽지 않는 아이러니에 봉착한 바, 이번 책은 도서관에서 대출을 결심합니다
유 작가님, 쏴리 ㅠㅠ
워낙 인기도서라 대출 예약 줄이 너무너무 길어 집 근처 대형 도서관 3, 작은 도서관 십여군데를 싹 뒤진 바, 대출 예약 1순위인 곳을 찾아내어 드디어 월요일에 받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두번째 대출자인 듯, 너무나도 새책!!!
저는 응용과학의 한 분야를 전공해서 석사도 하고 그걸로 이십년 넘게 먹고 살고 있습니다만, 고등학교 적성평가에서 문과 55, 이과 45의 반반에서 오히려 문과쪽이 살짝 높은 성향입니다
중학교 이후로 30여년 간 제 스타일을 평가해봐도 역시나 문과 쪽이 살짝 높습니다만, 과학을 좋아해서 이과 진학해서 결국 그걸로 먹고 사는 직업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평생을 문과 쪽 취미를 즐기고 있습니다
물론 즐긴다고는 하나 잘 모르고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림 보는 걸 좋아해서 미술책을 엄청나게 많이 사 모았으나, 처음 미술사 책을 읽었을 때는 한글로 씌여진 외계문서(외국어를 넘어서서 외계어라고 느꼈어요)라고 생각이 될 만큼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습니다
다행히 사학과 전공한 후배가 거의 독선생 과외처럼 설명해 주어서 겨우 알아먹었던 흑역사를 가진 사람입니다
10여년 이상 모르는 책을 읽다보니, 이제야 겨우 그나마 좀 알아먹을 정도나 된 '인문학' 고자에 가까운 사람이죠
역사나 철학 쪽으로는 더 심각하고요
어쩌면 천상 문과 남자라고 하는 유 작가님과는 살짝 반대쪽 성향으로 살아왔다고나 할까요?
이 책에서 다루는 과학은 어차피 응용 과학인 제 전공과는 접점이 많지 않아서 일부는 잘 알고 일부는 거의 잘 모르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제목은 '문과남자'가 과학을 공부하고 나서 알게된 소회처럼 보이지만, 이과 과학교육을 더 많이 받은 저는 유 작가님의 또다른 시각을 보았습니다
작가님이 언급하신대로 문과, 인문학에서의 문제의식, 접근방법, 학문탐구 방법과 과학분야의 방법은 많이 다릅니다
평생을 인문학과 사회학 쪽으로 천착해온 작가님은 '과학'의 문제의식과 탐구방법이라는 '도구'를 획득해서 그 도구를 이용해서 인문학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시더군요
본인이 천상 문과 남자라고 주장하듯이 결국 자연과학을 토대로 그 시선으로 인문학, 즉 인간의 행동과 역사 등등 즉 각종 인문학의 여러분야, 학자들을 새롭게 해석하십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너무 박수를 치며 읽었습니다
이과로 교육받고 살아온 저는 문과들의 언어를 잘 이해하지 못할 때가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의문을 갖기도 했고 대충 이해하기를 포기하기도 했고요
유 작가님이 말한 자연의 언어, 인간의 언어 구분과 그 소통불가의 문제를 저는 반대방향에서 느끼고 있었거든요
위에 언급한 미술사가 그 한 예고요
유 작가님의 책을 통해서 저는 인문학의 많은 것들이 제게 익숙한 과학적인 언어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게 잘 '번역'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요즘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많이 나오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비슷한 포지션의 인문학 커뮤니케이터들도 나왔으면 했는데, 이 책이야말로 첫 포문을 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문학 유행이라 각종 강연, 유튜버들 많아서 골라 보기도 어려울 지경이지만, 사실 이과들이 납득할만한 언어와 방식을 도입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 그래서 거부감이 드는 경우도 있고 외면하게 되는 것들도 많았거든요
애매한 이과 여자인 저는 그런 측면에서 이책이 너무나 반갑습니다
아, 이정도면 다 읽었지만, 그냥 또 한권 사야하나 다시 고민 중입니다
우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