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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줌마의 나홀로 하루 여행 - 속초 -

동해바다 조회수 : 7,211
작성일 : 2023-08-09 22:05:50

좀 길어요^^

 

 

 

1. 출발

아침 5시 반 기상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50대 아짐^^)

씻고 아침식사 후딱 준비해놓고 화초 물주고 나니 6시 10분

갑자기 바다로 떠나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 어딜 가볼까 하고 교통편 알아보고 3분만에 속초 낙점!

서울에서 가는데 강화도보다 동해바다에 더 빨리 도착 예정ㅎㅎ

후다닥 옷 입고 에코백에 카드, 현금 조금, 전화기, 비닐백, 얇은 긴팔 하나, 우산, 책 한권, 연필과 종이를 착착 담고 바로 튀어나감

현관문 열면 2호선 역이고 동서울터미널이 3정거장 거리라 바로 지하철타고 터미널 도착하니 6시 44분

속초행 버스 첫차가 7시 5분 우등, 남은 자리가 9개라 바로 구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널찍하고 편안한 의자에 반쯤 누워 2시간 10분만에 속초 도착!

오늘의 여행 목적은 모래사장 밟기와 대게 한마리 뜯기 ㅎㅎ

 

 

2. 바닷가

넘실넘실 겹겹이 나타나는 강원도의 푸른 산과 푸른 하늘을 실컷 보며 왔는데 속초에 오니 예상대로 흐렸고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너무 추워서 긴팔 꺼내 입음

날씨랑 상관없이 바닷가가 목적지인 저는 택시타고 바로 속초 해수욕장으로 고고~

저에게 바닷가는 수영하는 곳이 아니라 맨발로 모래사장 밟으러 가는 곳 ㅎㅎ

두시간 반동안 속초 해변을 아래위로 훑고 또 훑음

걷고 또 걷고.. 바다 어디에선가 시작해서 해변가까지 밀려온 모래알을 맨발로 밟는 건 엔돌핀 타임!

태풍주의보로 해변가에 줄을 치고 여행객들의 접근을 막았지만 으르렁거리며 달려오는 파도는 그 줄을 넘어 사람들의 발을 적시고..

점점 사나워지는 파도를 바라보니 태백산맥이 몰려오듯 길고 높은 물줄기가 솟아오르고, 소백산맥이 뒤따르고, 노령산맥, 차령산맥,.. 바다를 보며 뜬금없이 중학교 지리시간으로 의식은 흘러가고 ㅎㅎ

그러다가 서로 부딪히면 거대한 고래의 꼬리가 바다를 내려치듯 철썩 흰거품들이 사방에 퍼지고..

우르릉 쾅! 파도 부서지는 소리만 들어도 귀를 넘어 마음까지 시원해짐~

 

 

3. 속초중앙시장과 책방

점심 때가 되었으니 게를 먹어야지..

속초중앙시장으로 가서 지하에 내려가니 펄떡거리는 생선들과 와글와글 엉켜있는 대게들이 얼마나 싱싱한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몸소 보여주느라 바쁨

게 러버인만큼 매운탕이며 회는 제끼고 게 한마리에 집중하기로 하고 골라서 쪄달라고 함

아침을 걸러 고픈 배를 콩깍지의 콩을 까먹으며 기다리는데 건너 테이블의 두 남자들 대화가 귀를 건드림

세상에 대화의 2/3이 18, 18,..ㅎㅎ

의미가 있는 말보다 18이 많아서 서로 대화가 되는게 신기할 정도

하지만 대게가 나오면서 내 안테나는 대게를 향하여... 먹기 편하게 관절이 다 잘리고 손질되어 접시에 펼쳐져 나온 대게

으흥 ~~ 산지에서 먹는 야들야들 촉촉한 게살 ~~ 어이쿠야 행복해라 ^^

게딱지에 밥까지 야물딱지게 비벼먹고 부른 배를 꺼뜨리기 위해 중앙로를 탐색

여기저기 구경하다 뜬금없이 맨하탄 월가의 상징, 황소(charging bull)을 도로 한가운데에서 발견!

아니 여긴 어디? 이거슨 무엇?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어떤 남자가 황소의 그것을 만지고 여자가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에 두번째로 이거슨 무엇?하는 연타를 맞음 @@

그래도 내 길을 가야겠기에 직진하다 문우당이라는 건물도 예쁘고 분위기 좋은 책방을 발견!

비오는 날에 빈대떡이라면 보슬비 살짝 흩뿌리는 날엔 책방이 아닐까

박완서의 방이라고 해서 작가의 모든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놓은 공간도 있고

전국에 500여권 밖에 없다는 단테의 신곡 대형판 앞엔 조심스레 보라고 흰장갑이 놓여있는 모습이 인상적 

 

 

4. 귀가

충분히 둘러보고 나오니 슬슬 터미널로 갈 시간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커피 한잔 못 마셨다는 것을 깨닫고 카푸치노 한잔 사서 터미널에 도착

아침에 급히 나오느라 전화기 충전도 못해서 터미널 안 무료 충전기에 전화기를 꽂아놓고 가져온 책을 보며 버스를 기다림

버스를 타고 출발하니 비가 살살 창문을 때리고...

줄줄이 나타나는 해수욕장의 파도는 더욱 거세져서 푸른 파도가 아닌 흙빛 파도가 모래사장을 파먹는듯 무서워짐

아침부터 빨빨거리고 다닌 탓에 어느새 잠들었다 깨어보니 남양주 통과 중

서울 근처 아니랄까봐 차가 밀려 아침보다 한시간이 더 걸려 터미널 도착

속초는 선선했는데 서울은 여전히 고온다습

어떤 날은 지루해서 길다고 느껴지는데 오늘은 매우 길면서도 알알이 꽉찬 느낌이랄까

태풍이 온다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틈새를 노렸던 당일치기 여행

충동적으로 번개처럼 다녀오는 것도 가끔씩 해볼만 한듯 ^^

 

 

IP : 191.101.xxx.51
3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오우
    '23.8.9 10:08 PM (122.37.xxx.9)

    멋지다!
    엄지척!! 따봉드립니다!

  • 2.
    '23.8.9 10:08 PM (1.235.xxx.169)

    좋은 글 감사해요. 저도 훌쩍 혼자 떠나봐야겠어요.

  • 3. 눈부신오늘
    '23.8.9 10:09 PM (39.7.xxx.130) - 삭제된댓글

    와우 엄지척 날립니다
    제 로망이 당일치기 나홀로 동해안 떠나긴데
    엄청 부럽네요
    모닝형 인간과 집앞 2 호선 추진력 등등
    친하고 싶은 언니^*^

  • 4. ...
    '23.8.9 10:10 PM (123.111.xxx.222)

    저같은 올빼미형은 꿈도 못꾸는 여행이네요.

  • 5. ㅎㅎ
    '23.8.9 10:12 PM (180.70.xxx.42) - 삭제된댓글

    아이고 재미지다하며 잘 읽었어요
    나이드니 지루한 긴 글은 내용막론하고 패스하게 되는데 군더더기없이 깔끔한 글이라 술술 넘어가네요ㅎ
    그런데..남자가 만진 황소의 그것은..그냥 꼬리라 생각하겠습니다ㅋ

  • 6. 리슨도
    '23.8.9 10:12 PM (175.120.xxx.173)

    저도 나홀로 같은 코스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우당 살포시 넣었습니다.
    오늘 하루 예쁘게 보내셨네요

  • 7. ㅇㅇ
    '23.8.9 10:12 PM (110.70.xxx.247)

    여행다녀오신 내용도 멋지고 글도 참 생동감있고 재미있게 쓰시네요.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런 여행 해보고 싶어지지만 우리집에서 동서울터미널까지는 거의 2시간 거리라 ㅠㅠ 부럽네요

  • 8. . .
    '23.8.9 10:13 PM (211.221.xxx.212)

    멋지세요. 태풍을 앞둔 흙빛 파도가 보이는 듯한 글이어요. 감사합니다.

  • 9. 올빼미형은
    '23.8.9 10:20 PM (216.73.xxx.148)

    무박 2일이 있잖아요^^

  • 10. 멋짐
    '23.8.9 10:28 PM (1.245.xxx.158)

    이렇게 계획에 없던 일 즉흥적으로 하는것도 뇌에 자극되고 좋은거 같아요. 저도 그런거 좋아해요. 인생이 즉흥ㅋㅋ

  • 11. ...
    '23.8.9 10:28 PM (123.111.xxx.222)

    앗 원글님 이런 용기를 주시다니.
    감사해요. 도전해볼게요~~

  • 12. 교통이
    '23.8.9 10:28 PM (113.60.xxx.96)

    너무 좋네요
    바로 앞이 지하철.
    지하철 몇정거장 후 터미널.
    아...정말 부럽네요
    또 즉흥적인 행동력까지

  • 13. ..
    '23.8.9 10:30 PM (14.32.xxx.34)

    즐거운 여행 후기네요
    중앙시장 대게는
    어느 정도에 시세가 형성되어 있나요?

  • 14. 그쵸
    '23.8.9 10:33 PM (191.101.xxx.177)

    계획짜고 그것대로 딱딱 맞추는 재미도 크지만
    어느날 갑자기, 내맘대로, 내멋대로 저지르는 쾌감은 상당하죠
    저야 운전하는걸 싫어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운전 좋아하시는 분들이야말로 자다가 깨서 한밤중이라도 가실 수 있잖아요
    버스말고 기차역이 있으면 기차타면 되고
    자전거도 좋고요
    바쁘게 살다 한번씩 저지르고 스트레스 풀어봐요 ㅎㅎ

  • 15. 오우 시원해!!!
    '23.8.9 10:53 PM (124.53.xxx.169)

    글에서 시원한 파도 냄새가 나요.

  • 16. 트랩
    '23.8.9 10:54 PM (124.50.xxx.74)

    즐거운 여행기 좋아요

  • 17. ...
    '23.8.9 10:59 PM (211.209.xxx.46)

    와~ 멋지네요!

  • 18. ...
    '23.8.9 11:09 PM (182.221.xxx.146)

    일요일에 속초 갔었어요
    수도권이 이글이글 태양이 쨍쨍하니 거기도 그렇커니 했다가
    비오는 속초에 당황했지만 비오는 바다에서 아이와 남편이 물놀이 30분했어요
    다음날은 미시령 넘어서 백담사가니 비안오고 흐리기만 하는데
    백담계곡에서 아이 물놀이 실컷하고
    집으로 왔어요

    태백산맥 넘으니 날씨가 햇볕이 쨍쨍하고 너무 더워요

  • 19.
    '23.8.9 11:14 PM (119.193.xxx.110)

    글을 보고 있으니 꼭 제가 속초 바닷가에 있는 기분이네요ㆍ
    글 잘 쓰시네요

  • 20. ㅇㅇ
    '23.8.9 11:16 PM (219.250.xxx.211)

    오 멋지십니다.
    돌아오는 버스는 몇 시에 타셨어요? 몇 시에 서울에 도착하셨어요?

    저는 집에서 고속버스나 기차역이 멀어서 원글님처럼 그렇게 가뿐하게 다녀오는게 쉽지는 않아요. 게으른 걸까요.
    원글님 근사해보였습니다.

  • 21. 그냥
    '23.8.9 11:20 PM (14.49.xxx.105)

    제가 다녀온것 같네요^^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세요
    글 읽으며 저도 속초바다와 책방까지 다녀온 기분

  • 22. 대게 시세는
    '23.8.9 11:30 PM (45.92.xxx.19) - 삭제된댓글

    1킬로에 8만원이라고 했는데 거기에 각종 쯔끼다시와 매운탕, 밥 등 포함이더라고요
    저는 저 혼자 간데가 다른거 필요없고 게만 쪄달라고 했더니 800그램인데 (그 자리에서 저울로 재서 가격 매김) 4만원에 반찬 몇가지, 게딱지 볶음밥 3천원 추가로 내고요
    그렇게 먹으니 저는 배불렀어요

  • 23. ....
    '23.8.9 11:32 PM (125.182.xxx.137)

    우와~ 넘 멋져요
    그 장면 장면이 상상이 되면서 내가 속초 갔다온 기분이예요
    저도 계획없이 훌쩍 떠나는거 좋아하는데 차타고 기다리는거 싫어서 엄두도 못내고 있어요

  • 24. 잘 시간인데
    '23.8.9 11:37 PM (216.73.xxx.151)

    오면서 너무 잘 잤나봐요
    게다가 글 쓰면서 하루를 정리하다보니 다시 흥분상태로 ㅎㅎ

    오는 버스는 3시 반 것 탔어요
    태풍으로 비올까봐 너무 늦지 않게 하려고 일찍 간 거였는데 생각보다 비가 안와서 한시간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 아쉬웠어요
    하지만 서울 다 와서 막히니 일찍 출발하길 잘했다는 간사한 생각이…
    아침엔 2시간 10분 걸렸는데 올때는 3시간 걸렸네요
    만약 기차를 타면 스케줄이 일정해서 그런면에선 좋은 점이 있죠

  • 25. 대게 시세는
    '23.8.9 11:38 PM (216.73.xxx.143)

    1킬로에 8만원이라고 했는데 거기에 각종 쯔끼다시와 매운탕, 밥 등 포함이더라고요
    저는 저 혼자 간데다가 다른거 필요없고 게만 쪄달라고 했더니 800그램인데 (그 자리에서 저울로 재서 가격 매김) 4만원에 반찬 몇가지, 게딱지 볶음밥 3천원 추가로 내고요
    그렇게 먹으니 저는 배불렀어요

  • 26. yan
    '23.8.10 12:08 AM (112.144.xxx.206)

    속초여행 저장

  • 27. ㄱ느니
    '23.8.10 12:09 AM (59.14.xxx.42)

    충동 여행 또 나눠주세요. 참고해서 동참해 볼걱요
    감사해요

  • 28. .....
    '23.8.10 12:33 AM (101.88.xxx.85)

    어쩜 이리 착착착 ....
    계획 치밀하게 짠것 보다도 훨씬 알차게 잘 다녀오신것 같아요
    충동여행 하실만 하네요 ㅎㅎㅎ

  • 29. ^^^
    '23.8.10 1:04 AM (119.207.xxx.82) - 삭제된댓글

    넘 멋지십니다. 감사하고요.
    많은 사람들에게 충동적으로 당일여행 뽐뿌질하신 듯요.
    또 다른 여행 가시면 꼭 올려주시길 부탁드려요.

  • 30. ..
    '23.8.10 1:11 AM (113.10.xxx.82)

    속초 문우당 저도 담에 방문해볼께요~여행기 재밌네요

  • 31. ....
    '23.8.10 8:00 AM (223.38.xxx.139)

    시외버스 타셨어요 고속버스 타셨어요? 속초는 호수도 있어 봄가을에 다녀와도 좋을 것같아요. ^^

  • 32. ..
    '23.8.10 11:49 AM (210.113.xxx.236)

    속초여행 참고합니다

  • 33. 하늘하늘
    '24.1.6 4:55 PM (218.157.xxx.97)

    속초 여행기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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