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휴가중 평산책방 다녀올 계획이라고 글 올렸는데,
여러분이 정보 주셔서, 오늘 다녀왔어요.
10시에 오픈한다고 홈페이지에 나와 있어서 내려가는 도중에 전화를 했어요.
책방지기님이 오늘 출근하시냐고 문의했는데 다른 일정이 있어서 못나오신다고...
전화받으신 분이 경상도 억양으로 친절하셨는데도 많이 속상하더라고요.
이미 출발을 했고, 저는 이번주 휴가지만 남편은 내일까지 휴가인데다 내일은 다른 일정이 있어서 그냥 내려갔어요. 더구나 먼 길 운전할 남편을 위해, 가면서 먹으려고 옥수수도 삶고 복숭아도 깎아 예쁘게 담고, 남편이 좋아하는 결명자 차도 끓인 후 차갑게 식혀 물병에 담아 준비도 철저히 했거든요. 못 뵈고 오더라도 드라이브 삼아 내려가서 읽고 싶은 책 사오자고 했더니 남편은 아마 나오실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미 방문하셨던 분들의 블로그도 찾아본 터라 평산책방에 4시쯤 도착할 수 있도록 미리 계획한 대로 통도사를 도착지로 정했고, 82의 어떤 분이 추천하신 경기식당에 가서 더덕구이를 점심으로 먹었어요. 밑반찬과 찌개는 어릴적 시골에서 먹던 MSG가 들어가지 않은 담백한 맛이었고 더덕구이는 도회지 스타일의 달달한 맛과 불맛이 나더라고요.
서빙하는 분께 통도사에 차를 타고 입장 할 수 있다고 써 있던데, 그냥 주차장에 두고 가는게 나은지, 차를 타고 가는게 나은지 문의했더니 올라가는 동안 풍경이 좋으니 차를 두고 걷기를 추천하시더군요. 날씨가 더웠지만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 그늘을 만들어줘서 걷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어요.
통도사 입구에 있는 박물관에서 전시품중에 통도사 조감도가 있어서 봤더니 대웅전까지 가기에는 멀 거 같아 그냥 되돌아 나오기로 했어요. 그런데 배롱나무 꽃이 너무 예쁘게 피었기에 거기까지만 가서 사진찍고 나오려 했는데 배롱나무 뒤로 이어진 단청이 예뻐 조금만 더 가보자 했는데 가다보니 금방 대웅전이 나오더라고요. 크리스천이어서 풍경에 더 관심이 많이 갔는데 안으로 들어갈 수록
오래된 절 답게 단청의 색이 다 바랬고, 특이하게도 대웅전에서는 뒷 풍경이 보이도록 가로는 길고 세로는 짧은 창문이 있더라고요.
평산책방은 통도사와 차로 10분 거리였는데 네이버 길찾기와 네비가 먹통이 되는 바람에 헤매다가
4시 넘어서야 도착했어요. 그런데 안내하는 분이 안에서 책방지기와 사진 찍느라 사람이 많으니 잠깐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라고 하더라고요. 깜짝 놀라서 문프님 오셨냐고, 오늘 다른 일정이 있다고 들었다니까, 부지런한 분이라 그 일정 소화하고 오셨다고 하더라고요!
우선 책 1권을 골라들고서 사진을 찍었는데, 제 남편에게 더 다정하게 대하시는 느낌이 살짝 들었어요. 사진찍고 나오면서 건강하시라고 인사드렸고요.
사진을 찍고 책을 고르는 사이 줄을 서있던 분들과 사진을 다 찍으셨는지 포트존(?)에서 나오셨더라고요. 어떤 분이 22살 대학다니는 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냐고 여쭈니 추천을 해주시기에, 저도 용기를 냈어요. "남편이 평산책방에 다녀올거라고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인문학쪽으로 책 1권 사다달라고 했대요. 올해 환갑이에요" 대충 이런 내용으로 말씀드린거 같아요. 너무 떨려서 정확한 기억은 안나요... 그랬더니 김상욱 교수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을 추천해주시기에 제가 고른 3권의 책과 더불어 계산 후, 블로그에서 본대로 [평산책방] 도장도 꽝 찍어왔어요~.
집에 도착하여 저녁을 먹으면 늦을 거 같아, 올라오는 길에 금강휴게소에서 산채비빔밥을 먹었는데
맛은 없었지만, 오는내내 문프를 만난 여운과 녹음진 산, 파란 하늘과 구름이 눈을 호강시켜 행복하기만 하네요.
집에 도착하여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냥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