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은 좀 귀엽고 순수해서 저를 정화시키는 매력이 있는데요, 어린아이 같은 매력만큼이나 징징거리는 편이에요. 제가 워낙 코리안 장녀스타일이다보니, 이 징징거림에 대해 좀 박할 수 있는데, 남친의 징징거림의 예를 들어보면 동남아가서 더워 죽겠다. 비위상해 못 먹겠다. 발이 아파 못걷겠다.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회사 힘들다.(뭐라해서 이건 고쳤어요)
이런 식입니다.
이번에 휴가를 같이 보내면서 징징거림에 신경이 계속 쓰여서 예민해져있었는데, 휴가 끝나고 나서 그 주 근무시간에 전화오더니 저한테 하는 말이 "이 말 하면 자기가 걱정할 것 같은데, 자기가 알아둬야할 것 같아서...화장실에서 방금 코를 풀었더니 갑자기 땅이 휙 돌아서 어지러워서 땅에 주져앉았어." 그러는 겁니다.
이 친구가 평소 여러 건강의 이슈들이 있었지만 관리하지 않고 있는 걸로 저랑 옥신각신 하던터라.. 저는 속으로, 걱정이 들면서도 한편으로 '아 또야? 그러게 건강 관리좀 하래니까 ...으이구, 그리고 병원을 빨리 가야지 나한테 전화할 시간이 어딨어.'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좀 뜨뜨미지근하게 받았습니다. 평소에 엄살도 있고 해서요.
결국 병원에 갔더니 항공성 중이염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당분간 무리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답니다.
어제 분위기 좋은데서 식사하가가 제가 물었습니다.
근데, 그런 상황에서 내가 알아야할 것 같다고 연락하는 마음은 무엇이냐, 내가 걱정할 거 뻔히 알면서( 저 걱정 많은 스타일 입니다) 병원 다녀오고나서 연락해야 내가 덜 걱정할 텐데, 위급한 상황에 전화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앞으로 아무 말 안 해야겠다며 너무 기분이 나쁘다네요. 자기는 아플때 연인에게 연락하는게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며...
근데 제가 진짜 이해가 안가는게(참고로 저는 T 입니다)
위급한 상황이라고 생각이 들면 보통 성인은 현실적으로 해야할 일들(병원가기, 응급차 부르기) 이런것들을 먼저하고, 가까운 사람이 해줄 수 있는게 없는 상황이라면 나중에 일을 어느정도 정리하고나서 말하지 않나요?
예를 들면, 저도 똑같은 경험이 있어서 혼자 제주 가는 비행기 안에서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쓰러졌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은 제주 공항의 의무실에 가서 검사 받고 증상이 나아질 때까지 수액맞았던겁니다. 그 사이에 누구에게도 전화하지 않았어요. 전화해봐야 뭐해요. 그 사람들이 해줄 수 있는게 당장은 없고, 저에게 필요한건 빨리 치료 받는 거잖아요. 그래서 치료 다 끝나고 괜찮아진 후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남친에게 연락했더니, 왜 연락 안했냐며 서운해하더라구요. 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도움줄 수도 없는 걱정 괜히 끼쳐봐야 뭐하나, 걱정 덜어주는게 사랑이지... 라고 생각하는데,
남친은 어찌 그리 현실적으로만 생각하냐며 이해가 안간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