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엄마라는 사람한테 첨이자 마지막으로 받아본 선물 느낌의 유일한 물건이었어요.
캔디 인쇄기.
어깨동무 같은 아동잡지에 광고 나오던 제품이었죠.
종이 위에 양각 플라스틱 모양판 놓고 그 위에 먹지를 놓고 롤러로 돌려서 종이에 모양판이 새겨지게 되는거였어요.
그런 원리인걸 알았더라면 그렇게 사달라고 몇 년간 목숨 걸고 애원하진 않았을텐데 정말로 인쇄 되는줄 알았어요.
6학년때인 85년도에 샀는데 당시 5천 원이었어요.
당시 어린 나이에 힘겹게 갖게 된 물건에 큰 실망을 했음에도 버리질 못하고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간직하고자 하는 물건은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하는건데 이건 볼 때마다 힘들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고 이걸 갖기 위해 처절하게 갈망하고 요구하고 타협했던거와 더불어 생모라는 사람의 만행까지 떠올라서 이 물건을 내가 왜 버리질 못하고 이렇게 껴안고 있어야 하나 싶더군요.
그래서 오늘 버렸어요.
제가 4학년때 샀던 파스텔만 버리면 불행했던 어린 시절에서 벗어날것 같아요.
파스텔 천 원 주고 샀어요.
아까워서 못썼어요.
캔디인쇄기랑 더불어 큰 돈 주고 샀던 유일한 학용품이라서 껴안고 있었는데 이것도 버릴랍니다.
막상 하나 버려보니 두 개 못버리겠나 싶네요.
나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은 저멀리 날아가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