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진주 샀어요

퍼얼 조회수 : 3,138
작성일 : 2023-06-26 11:10:09
여기서 추천 글 우연히 보고 찜해 두었던 종로 진주##. 홈페이지만 들락거리며 구경했어요. 모이사나이트는 인터넷으로 쉽게 샀음에도 진주 만큼은 꼭 보고 사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종로를 가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원래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별 관심 없고 혼자 예쁜척 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예쁜건 아니지만 예쁜걸 좋아하고 형편 안에서 스스로 가꾸는 걸 즐겼습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있어도 일찍 일어나 화장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갱년기를 빡세게 통과하면서 내적 예쁜척도 사라졌다고 느꼈습니다. 워낙 아프니까 예쁜척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올해부터 그 엄청났던 갱년기의 혼란에서 조금씩 빠져나오는 기분입니다. 갱년기 지나면 노년기라고 하는데 노년기건 뭐건 덜 아프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갱년기를 통과하며 노화된 얼굴에 적응하자 다시 스멀스멀 예쁜척이 올라옵니다. 그러니까 이건 예쁜척 중년 버전인가 봅니다.(노년인가?)  더는 사람들의 눈길이 머무르지 않는 중년이지만 거기에 적응하니 나름 혼자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습니다. 

다이슨 에어랩으로 머리를 손질하며 '돈' 이 좋기는 좋구나 감탄합니다. 이제 마음 편하게 사모님 머리를 해도 되는 나이니 평생 길렀던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에어랩으로 사모님 머리를 합니다. 사모님 머리에는 역시 진주 아니겠습니까. 전철 타고 1시간 남짓 걸리는 종로지만 그동안 아파서 엄두 내지 못하던 그곳을 가겠다 마음 먹은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 병원 말고 서울 가는 거 오랜 만이다. 한때는 주말마다 강남으로 다니며 공부했었는데 그게 언젯적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구나 싶었습니다. 11시 예약을 해 놓고 너무 일찍 도착해 1시간 가까이를 카페에서 보내다 진주샵에 갔습니다. 물건을 워낙 쉽게 고르는 성향인데 아코야 진주 8.7미리 300,000원 상품과 똑같은 8.7미리 하품 216,000원 정말 고르기 어렵더군요. 표면상 똑같아 보이지만 하품에는 약간의 흠이 있다고 하는데 저는 그냥 하품으로 하겠다고 결정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말이 꼬여서 나도 모르게 상품으로 ㅋㅋㅋ 

귀걸이 핀값 80,000원 추가해서 380,000원, 8.9미리 팬던트 82,000원에 14케이 세팅비 115,000원. (목걸이 줄은 기존에 있는 화이트 골드 가져가서 세척까지 함) 생일 선물로 딸이 준 돈과 모임에서 준 돈으로 한 올해의 선물입니다. 진주를 팔고 세팅해주시는 사장님이 자기 물건에 가진 자부심이 제 만족감을 높여주네요. 

'기분 좋고 싶으면 백화점 가서 비교해 보세요. 똑같은 물건 정확히 배 가격에 팝니다.'

 오늘 세트를 하고 출근해 거울을 보면서 중얼거립니다. 

'흠, 역시 제대로 된 진주는 다른데.' ㅋㅋㅋ 진짜 다를지는 모르지만 제 마음은 다르네요. 

남편이 예전에 동네 금방에서 사줬던 비드의 철사가 늘어지고 목을 긁어서 하지 않았었는데 가져가니 사장님의 평가가 애매합니다. 나는 취급하지 않는 낮은 수준의 진주지만 그렇다고 해외에서 사온 쓰레기는 아니라 버리라고 하기에는 또 그렇다고. 고민하다 캐주얼하게 하면 된다고 만 원주고 새로 엮었습니다. 하지 않던 비드를 살려 놓으니 그것 또한 기분이 좋습니다. 

직접 보고 산 덕분에 더 비싼 걸 샀지만 만족도 또한 높네요. 남이 알건 모르건 내적 예쁜척처럼 내적 만족도 상승.
중년 이후의 삶에 적응하고 나니 그 나름의 세상이 보이기 시작하고 내가 좋아하는 그 나름의 예쁜 것들이 위로를 줍니다.   

       





  
IP : 222.117.xxx.165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3.6.26 11:14 AM (175.223.xxx.248)

    형복한 글이네요. 오래 예쁘게 쓰세요

  • 2. ..
    '23.6.26 11:15 AM (58.227.xxx.143)

    귀여운글 잘봤어요
    이쁘게하세요

  • 3. 아줌마
    '23.6.26 11:18 AM (122.37.xxx.116) - 삭제된댓글

    잘하셨어요.
    갱년기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많이 많이 예쁘게 하시고 사세요.
    저도 님 같았는데 이젠 70대를 바라보니 줄줄 흘러내리는 얼굴며 팔뚝이며 ...척도 힘든 나이라 그저 깔끔 고상한 척하려는데 입에서 자꾸 고상미 떨어지는 말들이 흘러나오네요.ㅎㅎㅎ

  • 4. ..
    '23.6.26 11:19 AM (14.32.xxx.34)

    앞으로도 내내
    예쁜 척하고 사세요~
    근데 님 글 읽어보니
    님은 진짜 예쁘실 것같아요

  • 5. 죄송
    '23.6.26 11:23 AM (110.14.xxx.134) - 삭제된댓글

    모이사나이트는 어디서 사나요?ㅠ
    귀걸이로 각 1캐럿 6발 정도 원하는데
    가격 천차만별
    당근마켓에도 있고 도무지 모르겠어요 ㅠㅠ
    (거의 1년째..)

  • 6. 아 저도
    '23.6.26 11:23 AM (223.38.xxx.80)

    혼자 예쁜척 하는 스타일! 에 무릎을 탁 쳤어요.
    제가 그렇거든요.
    남들이 뭐라하던 저는 늘 스스로 예쁜척 하며 단장을 합니다.

    오십이 되어도 같아요.
    오늘도 레인부츠를 신고 와서 걸을때마다 부츠와 종아리가 부딪히는 소리가 사무실에 소리가 울려퍼지는데
    조금은 민망하지만, 거울을 보며 또 스스로는 만족하는 와중,
    진주귀걸이를 하고 왔는데 원글님의 글을 보니 너무 반갑네요.

    원글님 늘 건강하시고, 더 예뻐지셔요!!!
    조금은 비슷한 체질을 가진 동생이 어딘가에서 열열히 응원합니다!!

  • 7. 좋네요.
    '23.6.26 11:25 AM (220.79.xxx.241)

    멋장이실듯!!

  • 8. 홈피에는
    '23.6.26 11:33 AM (125.182.xxx.128)

    8.7미리 안보이는데 역시 가서 실물 보고 사길 잘 하셨나요?
    멀어서 만날 홈피만 들여다 봤는데
    홈피와 실제 가격이 차이나던가요?

  • 9. ..
    '23.6.26 11:36 AM (211.108.xxx.113)

    잘하셨어요! 결국 주얼리는 남들은 그차이 정확히 몰라도 내가 아는 그 자신감이 중요한거 같아요 ㅋㅋㅋ

  • 10. 퍼얼
    '23.6.26 11:40 AM (222.117.xxx.165)

    응원 감사합니다. ㅋㅋ 혼자 예쁜척 그거 뭔지 우리끼리 알지요. 히힛. 어렸을 때 봄바람 불기 시작하면 여름 치마 꺼내 놓고 입겠다고 울고불고 난리 치던 어린애는 나이 들어서도 예쁜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게 곧 나란 사실을 겸허히 인정합니다. ㅋㅋㅋ

  • 11. ...
    '23.6.26 11:45 AM (121.133.xxx.171)

    종로 진주##이 어딜까요
    궁금

  • 12. 퍼얼
    '23.6.26 11:46 AM (222.117.xxx.165)

    홈피에는 님 홈피에 보면 사장님이 홈피에서 팔고 싶어 하지 않는 기운이 역력히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가봐야겠다 싶었어요. 사장님은 진주는 홈피로 팔 물건이 아니라고 여기시는 것 같습니다. 물건을 모르니 홈피로 사면 확실히 더 싸게 살 수 있어요. 하지만 제대로 사려면 가시는 게 맞는 것 같아요.

  • 13. 퍼얼22
    '23.6.26 11:51 AM (175.223.xxx.66)

    종로##에서 ##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저에게 딱 필요한 정보입니다. 진주유랑자에게 빛을 주시길…

  • 14. ....
    '23.6.26 11:52 AM (211.234.xxx.100)

    축하드려요 예쁘게 하세요
    혹시 진주 비드 가격대는 어느정도였는지 알수 있을까요?
    7-8밀리 막 하고 다닐수 있는 비드를 알아보고 있어서요

  • 15. 퍼얼
    '23.6.26 11:56 AM (222.117.xxx.165)

    유명하니까 그냥 말씀드려도 되지요. 뭐 '진주나라'입니다.
    비드 가격은 홈페이지에서 보시면 얼추 가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환갑 되면 좀 굵은 비드로 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사장님이 지금 하라고 꼬셨는데 단호하게 환갑 되면 선물로 받을 겁니다!

  • 16. Qq
    '23.6.26 12:10 PM (221.140.xxx.80)

    원글님 친구하고 싶어요
    저도 오십대 중반이 넘엇지만
    아직도 혼자 이쁜척하고 적정선에서 이쁘게 꾸밀려고 혼자 노력중입니다
    흐리고 습한 날씨에 상쾌한글 감사합니다

  • 17. ㅇㅇ
    '23.6.26 1:46 PM (124.53.xxx.166)

    저도 오십이 다 되어가는데 이쁜척하는 중입니다
    내적 친밀감 오집니다

  • 18. ㅎㅎ
    '23.6.26 2:11 PM (125.180.xxx.53)

    남한테 피해 주는 것도 아니고 이쁜 척이라도 하고 살아야죠.나이들어 뭔 재미로 살아요?
    진주나라 가보고 싶네요.

  • 19. ,,
    '23.6.26 2:13 PM (118.235.xxx.137) - 삭제된댓글

    귀걸이는 저게 한쪽 가격인거죠?
    한쌍으로 하면 76만원인가요?
    요즘 진주에 필이 꽂혀서 종로에 나가보고싶네요.

  • 20. 원글
    '23.6.26 2:27 PM (222.117.xxx.165)

    윗님 아닙니다. 쌍가격입니다. 그것도 예전에 비해 엄청 오른거라고 하는데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479374 유토리 세대 (룬이 기어이 물수능 만드는 이유) 6 .... 2023/06/26 1,706
1479373 만점자가 많아지면 17 2023/06/26 3,053
1479372 여기다 소원 말하면 이뤄질까요? 7 ... 2023/06/26 1,236
1479371 서울 부동산 물량 2년만에 변했나요? 1 .. 2023/06/26 1,433
1479370 오늘 택배기사님들 일 안하시는 날인가요? 3 쉬는날? 2023/06/26 1,439
1479369 베트남 가서 또 빈곤포르노 찍고왔네요 24 tt 2023/06/26 7,216
1479368 대장내시경 약 잘 먹는 방법 찾아요 12 2023/06/26 2,489
1479367 오래된 단독주택 6 ㅇㄹㅇ 2023/06/26 2,813
1479366 손으로 만들기 좋아하는 아이 5 2023/06/26 1,196
1479365 48.56%의 오답율을 자랑하는 킬러 문항.jpg 1 2022 2023/06/26 1,942
1479364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 문턱이 높은가요? 17 ㅁㅁ 2023/06/26 3,660
1479363 강박증일까요 5 생각 2023/06/26 1,948
1479362 정형외과서 염증있다는데 한의원서 침 치료로 바꿔도 될까요? 5 ..... 2023/06/26 1,457
1479361 제습기 저는 잘 산 거 같아요 20 ㅇㅇ 2023/06/26 3,855
1479360 7월 초 도쿄여행 어떨까요? 41 도쿄 2023/06/26 4,931
1479359 준킬러 문항 5 ㅇㅇㅇ 2023/06/26 1,079
1479358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이제 트롯 키즈까지 하네 17 9U 2023/06/26 3,688
1479357 율무팩 4주차 후기입니다^^ 32 ... 2023/06/26 9,955
1479356 양향자 의원은 무슨돈이 있어서 창당을 하나요? 21 .... 2023/06/26 2,898
1479355 유튜브 광고 없이 보는 분들 3 .. 2023/06/26 1,806
1479354 윤석열이 급 사교육 족치는이유 66 ㄱㄴ 2023/06/26 25,304
1479353 액체기내반입 100미리요 4 질문 2023/06/26 1,299
1479352 군대간 아들 7 ㅇㄹ 2023/06/26 2,251
1479351 소래포구 ‘또 다리 없는 꽃게’ 5 .. 2023/06/26 2,384
1479350 유튭 어느 댓글에 6 ... 2023/06/26 1,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