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마음에 새 길이 났나봐요

ㅁㅁㅁ 조회수 : 3,133
작성일 : 2023-06-12 10:02:40
어려운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데요
특히 둘째는 발달지연 등등으로 매년, 매학기 크고작은 일이 생기고 있고
한 3년전 쯤에는 큰 위기를 맞기도 했었어요.
그때 저는 
아이와 이어져있던 내 세계와 믿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걸 느꼈어요.
특히 내 자신에 대한 의심까지 들었고 실존적 위기라고까지 할만큼 죽고싶었어요.
나는 누구인가
내가 무얼 위해 사는가
내가 뭐하고 있는가
한마디로 여긴 어디 나는 누구...진하게 오는 현타로 휘청.

그런데, 그 절대절명 위기 속에서 
모든 진부하고 허울, 껍데기들이 하나씩 벗어지더니
가장 정수만 남더라고요. 내가 지키고 싶은 것...
내 자신과, 가족, 사랑, 관계...
그러면서 희한하게 작은 일상, 돌멩이, 풀떼기, 새, 
매일 뜨는 해, 잠, 이런 것들이 다 감사로 다가오고 감격스럽더군요. 
아이가 웃는 것도 너무 좋고요. 
그렇게 위기를 넘어갔는데
힘들때 이겨내는 기술들이 생겼고 
작은 것을 누리는 새로운 습관이 제게 조금씩 자리 잡았어요.

이제 좀 살만하다..했더니
며칠 전에도 또 한 바탕 난리가 나서 며칠을 힘들게 보냈고,
어제 밤 바람에 나가 뛰는데(살기 위해 뜁니다), 
누구나 다 이렇게 힘들게 뛰고 있는 거구나 싶으면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다시 짠하고도 고맙더군요. 
오늘 아침 나오는데
이런 내게 또 매일처럼 해가 뜨고, 귓가에 바람이 불고,
차 안에서 공짜 음악이 흘러 나오고, 이런다는게 기적같이 느껴지면서
마음이 감사와 평안으로 다시 새로워져요. 
신에게 감사합니다. 
남편이 아침에 자기 배고파서 볶음밥 찾아먹으며
남은 것을 후라이팬에 하트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더라고요.
여보, 나 보고 좋으라고 그랬어? 그랬더니
그랬다고 해서 고마웠어요. 

박완서의 책을 오디오로 들으면서 
이 분이 경험한 고통의 길이 또 위로가 되고요.

다시 힘내보겠습니다.


IP : 115.21.xxx.250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3.6.12 10:03 AM (211.39.xxx.147)

    화이팅!!!!!!!!!!!!!!!!

    대단하십니다.

  • 2.
    '23.6.12 10:08 AM (116.37.xxx.63)

    저도 응원합니다.
    행복하세요.

  • 3. 연금술사
    '23.6.12 10:15 AM (121.170.xxx.122)

    인생 제대로 사시는 분이시네요. 원글님 지혜 배워갑니다. 감사해요~~~^^

  • 4.
    '23.6.12 10:16 AM (39.7.xxx.33)

    대단하세요!!!

  • 5. 저도 덩달아
    '23.6.12 10:18 AM (14.49.xxx.24)

    행복해지는 글이네요

    지금 이대로. 완벽하고
    지금 이대로. 천국이래요

    비교하는 맘이 불만을 낳고 지옥을 낳고..

    친구 아이가 발달장애가 있는데 그 아이 볼때마다 우리 강아지가 떠올라요
    옆에서 순수한 눈빛만 보여주는것만으로도 너무 사랑스럽고 행복하잖아요
    이 강아지에게, 너 언제 돈벌어 올거야? 이런 말 안하잖아요ㅎ
    존재 자체만으로도 행복을 주니 자기 밥벌이는 이미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같이 힘내며 살아요^^

  • 6. ^^
    '23.6.12 10:20 AM (114.203.xxx.20)

    종종 읽어보려고
    댓글 달아 놓습니다.
    님 화이팅!

  • 7. 저도
    '23.6.12 10:31 AM (14.47.xxx.167)

    종종 읽어볼께요 감사해요
    홧팅하자

  • 8. ㅇㅇㅇ
    '23.6.12 10:40 AM (125.134.xxx.230) - 삭제된댓글

    자신만의 어느 경지에 오른 듯한
    좋은 글이에요
    어려움을 겪으면서 더 단단해지고 더 켜져가는 모습이 보이네요
    대단하십니다
    응원할게요~

  • 9. .....
    '23.6.12 11:06 AM (112.145.xxx.70)

    우리는 어떤 경우 어떤 상황에서라도

    행복해질 수 있다.

    법륜스님(안좋아하는데) 말인데

    전 이 말이 진리하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고
    행복 할 수 있어요.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어요

  • 10.
    '23.6.12 11:13 AM (223.38.xxx.237)

    너무 좋은글이네요 글 감사합니다
    불평하다가 얼마전 감자칼에 손가락 살점이 떨어져나가 거의 왼쪽손을 못쓰는데 현타가 오네요 양쪽손을 쓴다는게 얼마나 감사한일인지...
    감사할 거리를 찾아야겠어요

  • 11. 대단한 마음
    '23.6.12 11:32 AM (114.129.xxx.185)

    마음 정리하고 바꾸기 어렵던데 정말 대단 하세요
    힘들 때 이 글이 떠오르길 바라고
    저도 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

  • 12. 좋아하는구절
    '23.6.12 11:32 AM (115.21.xxx.250) - 삭제된댓글

    전도서 구절인데요
    종교색 없이 볼 수 있어요.
    요점은 여러 때가 있어서 피고 지는데,
    그 "모든 때가 아름답다"
    지금 찌질하고 그지같고 고통스럽지만 이러한 몸부림의 때도 다 아름다운 것이다.
    전 이 구절이 너무 좋더군요.
    다른 사람, 가족, 아이들, 친구들...나와 다른 이들을 볼 때도 이런 관점으로 보면
    친절하게 대하고 싶어져요.

    전도서 3절입니다. 원하시는 분은 찾아보시길.

  • 13. 좋아하는구절
    '23.6.12 11:33 AM (115.21.xxx.250)

    전도서 구절인데요
    종교색 없이 볼 수 있어요.
    요점은 여러 때가 있어서 피고 지는데,
    그 "모든 때가 아름답다"
    지금 찌질하고 그지같고 고통스럽지만 이러한 몸부림의 때도 다 아름다운 것이다.
    전 이 구절이 너무 좋더군요.
    다른 사람, 가족, 아이들, 친구들...나와 다른 이들을 볼 때도 이런 관점으로 보면
    친절하게 대하고 싶어져요.

    전도서 3장입니다. 원하시는 분은 찾아보시길.

  • 14.
    '23.6.12 11:36 AM (119.193.xxx.110)

    사소한거라도 감사해야겠어요ㆍ
    글 감사합니다ㆍ힘내시고 응원 드립니다~

  • 15.
    '23.6.12 12:38 PM (118.32.xxx.104)

    해탈하셨나봐요

  • 16. ..
    '23.6.12 12:50 PM (211.195.xxx.250)

    좋은 마음이 느껴지는 좋은 글 입니다. 행복의 첫째 조건은 감사를 아는 마음이고 불행의 큰 원인은 비교라고 하네요. 내내 행복하시고 아름다우시길..^^

  • 17. 다인
    '23.6.12 2:27 PM (121.190.xxx.106)

    행복이 무엇이고 진리가 무엇이겠습니다..그런 거추장스러운 딱지 없이..님께서 느끼시는 그 마음 상태가 바로 열반이고 진리가 아니겠어요. 감사함....지금 이 순간에 존재함으로서 충만한 삶.
    힘든 시기를 아름답게 승화시킨 님께 축복이 가득하길 빌게요. 건강하시어요

  • 18. ...
    '23.6.12 2:39 PM (182.215.xxx.28) - 삭제된댓글

    발달장애인을 아들로 둔 엄마입니다
    나이가 들다보니
    크고 작은 문제들은 가볍게 넘길수 있는 지혜가 생기네요
    아들이 아니었으면 절대 알수 없었던 지혜들이요

    이땅의 모든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님들...
    화이팅입니다~~

  • 19. 유니스
    '23.6.12 5:16 PM (143.176.xxx.220)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마음에 울림을 주네요.

  • 20. ...
    '23.6.12 5:34 PM (118.217.xxx.35)

    마음의 새길
    단단한 님을 응원합니다

  • 21.
    '23.6.13 8:42 AM (1.238.xxx.189)

    위로를 받아야 할 상황이신 것 같은데 오히려 저에게 더 큰 위로를 주셨습니다. 삶은 대단한데서 의미를 찾는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웁니다.

  • 22.
    '23.6.13 3:09 PM (117.111.xxx.208) - 삭제된댓글

    진짜 도를 닦고 계신 분이시네요.
    게다가 정도로 반든길을 제대로 잘 찾으셨네요.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 23.
    '23.6.15 1:21 AM (211.36.xxx.42) - 삭제된댓글

    오타 반든길을ㅡ반듯한 길을

  • 24.
    '23.6.15 1:22 AM (211.36.xxx.42)

    진짜 도를 닦고 계신 분이시네요.
    게다가 정도로 반듯한 길을 제대로 잘 찾으셨네요.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475799 홍콩 잘 아시는분 3 드레곤스 백.. 2023/06/13 1,325
1475798 고교야구 선수 큰 충돌 ‘골든 타임 동안 20분 방치’, 의료진.. 4 요즘 2023/06/13 2,941
1475797 민달팽이가 번식력이 뛰어난가요? 4 2023/06/13 1,268
1475796 카스 화이트 어떠세요 4 맥주 2023/06/13 959
1475795 유심이 없으면 핸드폰 공기계 샀을 때 개통 어떻게 하나요 6 김사 2023/06/12 1,858
1475794 요즘 마약전쟁 하고있는거죠? 2 ㄱㅂ 2023/06/12 1,282
1475793 김새론 놀랍네요 31 ... 2023/06/12 31,493
1475792 정말 이상하면서도 황당한 당근판매자 4 당근노 2023/06/12 3,282
1475791 남편 바람났을때 전조증상? 10 촉이온다 2023/06/12 7,271
1475790 라면이 너무 먹고 싶어요. 추천 부탁드려요. 23 라면 2023/06/12 3,683
1475789 오미자 생과 사고 싶어요. 1 ^^ 2023/06/12 903
1475788 아산병원 병문안 되나요? 4 업무 2023/06/12 1,966
1475787 독일 왕복 항공권 끊었는데, 열차로 프랑스 여행 가능한가요? 10 독일 2023/06/12 2,380
1475786 배정남 ㅠㅠ 51 부산촌놈시드.. 2023/06/12 27,222
1475785 자우림,더원더랜드 보신분 2 ㅇㅇ 2023/06/12 1,216
1475784 넷플릭스 공유하는 분들 잘 되나요?? 4 초여름 2023/06/12 2,005
1475783 스트레이키즈가 방탄 초동 넘었네요. 7 .. 2023/06/12 2,582
1475782 타이거새우 이렇게 양식한대요 아셨나요? 14 누가 사람이.. 2023/06/12 6,083
1475781 해외에서 온 여행객이 엄청 많아요 12 00 2023/06/12 5,635
1475780 사람들이 결혼을 안하는 이유 20 결혼 2023/06/12 7,531
1475779 한페이지에 토스 세개는 너무 한거 아닌가요 7 oo 2023/06/12 2,072
1475778 푸바오 아이바오는 잠깐 만나는것도 안되나요? 22 싫으신분들 .. 2023/06/12 5,521
1475777 결혼이란게 대체 뭔가요..? 26 .. 2023/06/12 6,633
1475776 인천에 사주 잘보는곳 추천좀 해주세요.. 5 으ㅡㅇ 2023/06/12 1,963
1475775 저는 속옷이 순면이면서 두꺼운게 좋더라고요. 7 속옷 2023/06/12 2,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