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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나비도 꽃이었다 꽃을 떠나기 전에는

마음씨 조회수 : 2,064
작성일 : 2023-06-08 02:11:22
갑자기 옛생각이 나서 몇자 적어요. 
홍대에 있던 카페. 풀네임은 '나비도 꽃이었다 꽃을 떠나기 전에는'. 이름이 길어서 거기 나비 가자고 했었죠.
아랍풍의 카페였는데 이 카페가 인기끌면서 인도카페가 몇개 더 생겼는데 이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해서 곧 망했었던것 같아요. 

여기는 저녁 5시정도 문을 열었어요. 일찍가면 문이 닫혀있어요. 문에 커다란 나비가 딱 그려져 있는데 해질무렵이나 어둑할 때 조명이 딱 비추면 그분위기 또한 신비했죠. 바닥에 모래가 깔려있고 신을 벗고 들어갔어요. 중간에는 작은 연못(?)이 있고 거기엔 빨간 꽃잎 둥둥.. 이국적이라는 말이 딱 느껴져요. 샤샤?시샤? 라고 부르던 알라딘이 나올것 같은 물담배도 팔았어요. 음악도 제 3세계 음악부터 절대 흔한 유행가 따윈 틀지 않았어요. 가요도 나와요. 거기서 강렬하게 들었던 한국노래는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원곡이었답니다. 제 세대(x세대) 히트곡은 아니어서 그냥 멜로디만 알고 있었는데 하도 강렬해 찾아보니 배인순의 노래였어요. 지금도 그때 생각하며 가끔 찾아 들어요. 분위기가 분위기 인지라 스테이지도 없었는데 그냥 음악에 몸을 맡기도 춤을 춘 사람도 흔해서 자유의 느낌도 물씬! 

제가 친구들과 한참 가던 시기는 30대였어요. 인디밴드가 흥해서 뜬 홍대지만 음악에 조예는 없던터라 왁자지껄한 홍대를 즐기는 직장인이었답니다. 저녁을 겸한 술을 먹고 2차를 가는길에 떡볶이도 먹고 길거리 구경도 하고요. 양갈비를 처음 먹었던 곳도 홍대였답니다. 녹색 잔디가 있는 정원이 있던 멋진 레스토랑에서 양갈비라는걸 시켰죠. 뭔가 새로운 걸 체험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길거리 걷다보면 밖에서 보이는 노래방이 있었는데 거긴 아저씨노래방과 다르게 투명하고 예쁘더라구요. 나중에 알고보니 수노래방. 수노래방을 지나다보면 길거리 반대편에 2층으로 된 하나처럼 보이는 길고긴 허름한 건물이 있었어요. 올라가기도 힘든 철제 난간을 통해 2층을 올라가면 있던 칵테일바가 생각나네요. 거기서 개발했다던 오사카의 추억이라는 칵테일이 맛있었는데 취한채로 갔던데라 가게 이름을 못찾아서 다시 못갔던 아쉬움이 있어요. (지금도 저는 노재팬중 ^^) 그때 그 칵테일집 사장님도 젊었던거 같은데 무엇하고 계실지..ㅋ

늦게까지 하던 옷가게도 취중에 구경했더랬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녁 10시는 넘었을 시간일텐데 문연게 신기해요.) 무려 아가씨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친한 동생이랑 놀면서 "까잇거 사~"하면서 예쁜 치마를 사주기도 하고 저도 특색있는 가방도 사고 그랬어요. 주말에 가거나 하면 호미화방도 들러서 취미로 하던 미술도구도 사고 화방에 가면 신기한 것들이 많으니 구경 또 구경했드랬죠. 그때 홍대는 정말 뭔가 문화의 절정처럼 핸드메이드까지 퍼펙트했던 시기 같아요. 

놀고놀고놀다보면 어느덧 지하철 막차시간이 다가오고, 집이 엄했던 친구들은 막차 끊기기 전에 지하철을 향해 달려가고요, 맘에들었던 남자멤버가 있던 금요일 저녁엔 시계는 못본척 계속계속 즐거운 2차 3차가 계속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지하철 막차가 끊어지고 다시 출출한 친구들은 감자탕도 먹고 국수집도 가서 배를 채우고..그러면 가게들도 절반쯤을 문을 닫고..밤을 샐 곳을 찾아야 하는데 말이지요. 이 타이밍에 자주 갔던 카페가 나비였어요. 나비는 4시인가 5시인가 첫차가 다닐때까지 문을 열었거든요. 
술도 마셨고, 배도 부르고, 집에는 가기 싫고, 나비에 가서 신을 벗고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무척 아늑했답니다. 자리별로 달랐지만 바닥에 모래가 깔려있고 그위에 양탄자를 깔아줘서 진짜 아라비안나이트로 시간이동하는 느낌이랄까요. 거기에 나무로 된 작은 소반이 테이블로 쓰였어요. 진짜 감각 짱이죠. 칵테일도 팔았지만 뻥튀기도 한그릇주고 몇천원 짜리 안주도 있고 퀄리티는 없었지만 뭔가 재미가 있었어요. 지금생각하니 조도도 무척 낮았네요.  피곤한 친구는 쿠션베고 스르륵 잠들기도 하고 분위기를 타고 각자의 깊은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요. 어느 날은 속얘기를 하다가 '어머 이친구 이렇게 까지 말하면 고백하는거 아닌가'싶기도 하는 아슬아슬한 대화도 있었죠.  다음날 술김이라고 자책하겠지만요 ㅎㅎㅎ 이야기도 하도 하다 지칠무렵이 되서 시계를 보면 어느덧 지하철 첫차가 다닐 시간. 친구들아 이제 집에가자! 예쁜 화장도 지워지고 옷도 구겨졌지만 집에가서 푹 자야지 하는 마음으로 또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답니다. 

저에게 나비란 이런 곳이었어요. 20대의 추억과는 다른, 뭐랄까 잘 익은 열매같은 30대의 풍성한 추억이랄까요. 
혹시나 나비 사장님이 이글을 보신다면 특별한 추억을 선사해줘서 고마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나비는 저에게 특별한 곳이었어요. 코로나 시기를 견디지 못하고 없어졌지만 언젠가 나비가 다시 문을 연다면 꼭 가보고 싶어요. 



IP : 211.216.xxx.165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마음씨
    '23.6.8 2:19 AM (211.216.xxx.165) - 삭제된댓글

    (글 작성자로써 혹시라도..인스타나 다른 곳에 퍼가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원하지 않습니다. 내용공유를 원하시면 링크로 부탁드립니다. )

  • 2. 마음씨
    '23.6.8 2:32 AM (211.216.xxx.165)

    * 그때 분위기가 남아있는 블로그가 있길래 기록차 남겨봅니다.
    https://blog.naver.com/cbr5964/221819050045
    https://blog.naver.com/runna93/222141593523

  • 3. 수필처럼
    '23.6.8 6:30 AM (175.125.xxx.154)

    잘 읽었어요.
    왠지 감성 가득한 사장님이 운영하셨을것 같네요.
    다시 문 연다면 아라비안나이트 그 분위기로 순간 이동하고 싶습니다.

  • 4. .....
    '23.6.8 6:38 AM (104.28.xxx.29)

    거기 이름이 그랬었군요!!
    저 두어번 갔었어요..
    신발 벗고 들어가면 중간중간 물길도 있었던거 같고..
    너무너무 신기하고 몽환스러워서 문화충격도 받았었던듯..ㅋㅋ그때 신촌 백화점 뒤쪽 놀이터 근처에 있던 클럽에 자주 다녔었는데 홍대 그 아라비안나이트 같은 까페 가본 뒤론 클럽 끊었었어요ㅋ
    같은 곳 맞겠죠??갑자기 걱정이 밀려오네요

  • 5. ..
    '23.6.8 7:02 AM (153.134.xxx.11)

    윗님. 왜 갑자기 걱정이 밀려오나요? 궁금해서요.
    아라비안 나이트 같은 클럽 가 보고 왜 끊으셨나요?
    약하는 곳 인가요?

  • 6. ㅇㅇ
    '23.6.8 7:11 AM (218.53.xxx.98)

    ㄴ거기가 맞는지 확신이 없네요
    아닐까봐 걱정이네요
    라는 뜻 같네요

  • 7. ....
    '23.6.8 7:23 AM (104.28.xxx.50)

    153님..약하는 곳이라니요;;;;;;;
    거긴 그냥 춤추는 클럽이었구요...너무도 상반되는 두 곳이었는데 제 취향이 좀 더 홍대 그 찻집쪽이었는지..그 뒤론 클럽 안 다니고 그런 곳만 찾아 다녔었어요ㅎㅎ
    218님..말씀 맞아요^^

  • 8. 마음씨
    '23.6.8 10:36 AM (106.101.xxx.139)

    104님 가보셨군요! 언제가 마주쳤을 수도 있었겠네요. 첫번째 댓글에 거기 사진이예요. 제가 먼저 등판했으면 덧글 드렸을텐데 맞는것 같아요. 아니면 어떤가요 각자의 마음속에 나비인걸요.


    예전에 클럽은 지금티비에 나오는 그런덴 아니었어요. 락카페 같이 음료수나 맥주 마시면서 흔들거리는 정도랄까요? 얼마안가봐서 잘은 모르지만 마약의 ㅁ자도 없던시기..

  • 9.
    '23.6.8 11:36 AM (116.37.xxx.236)

    이태원에도 물담배 가게들이 몇개 있는데 하넌 가보세여.

  • 10. 마음씨
    '23.6.9 12:17 PM (211.216.xxx.165) - 삭제된댓글

    116님. 물담배 파는 가게들이 있군요. 물담배 보다 저 카페 몽환적인 분위기가 매력인데 이태원은 어떤 분위기 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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