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조금 안되었네요.
암이셨는데, 돌아가신 다음해에 메르스가 있었지요.
울 엄마 살아계셨으면 엄청 걱정하셨겠다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원래 혈관암이었는데 폐로 전이되었다고 알게 된 건 좀 되었어요.
근데 뚜렷한 항암제도 없고, 다행히도 암이 커지는 속도가 아주아주 느려서 그낭 추적조사만 했었지요.
그러다가 다른 수술 받게 되시면서 예후가 안좋아서 항생제 엄청 투여하게 되니
그 여파인지 암이 무럭무럭 ㅠ.ㅠ 자라서 항암치료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어요.
다들 엄마의 항암 투병생활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항암 전에 해야하는 수술에서 전신마취에서 못 깨어나시고 돌아가신 거죠.
다들 예상도 못하던 일이라서 무슨 정신으로 장례를 치른지도 기억이 안나네요.
해외 거주하는 형제 불러들이고, 아빠 챙겨드리고, 응당 해야 하는 일들을 하느라고 정말 정신없었죠.
납골당에 모시고,
며칠 뒤에 찾아뵐 때 가져갈 조화를 제가 준비하기로 했어요.
조화사러 가는 게 처음이지만, 고속터미널 상가가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갔어요.
통로를 걸으면서 생전에 호사도 많이 못 누린 울 엄마 이쁜 조화라도 사드리자 하고
좀 눈에 띄고 깔끔한 가게 가서
이번에 상을 당해서 정신이 없다, 예쁜 것을 골라달라 하고
지름이 500원 정도하는 꽃병 2개에 꽂을 정도로 고르고 포장 부탁하니
손질하고 꽃다발을 내밀면서 30만원이 넘게 부르는 거예요.
조화를 처음 사보는 거기도 하고, 원래 이렇게 비쌌나 싶은데
이미 손질까지 해준거니 내가 조화가격도 제대로 모르고 살았구나 싶고
아니면 내가 거기서 최고급품을 골랐나보다 하고 마음 다스리면서 돌아왔지요.
영수증 다 챙겨서 형제들하고 정산할 때, 다들 조화가 이렇게 비싸구나 한마디씩 했구요.
세상일이 그렇듯이 늘 기일이 돌아왔고,
이번에는 현금 두둑이 가지고 가서 골랐는데요.
이거는 수입품이라서 좀 가격이 있다는 거 물어봤더니 총액이 8만원인 거예요.@.@
전 해에 산 30만원짜리보다 더 좋으면 좋았지 더 싸거나 덜 좋아보이는 거 아니었거든요.
그 이후로도 조화 종류에 따라 매년 5~10만원을 내고 조화를 준비했는데요.
30만원 부른 그 집이 역시 바가지였구나, 싶어요.
내가 그리 멍청하게 보였나,
급작스런 상중에 고터를 좀 더 돌아다니면서 가격비교를 했어야 했나 등등
그 기분나쁨이 몇해는 갔네요.
지금은 어머니 계신 납골당에서 환경보호를 이유로 조화반입을 금지하는 바람에
생화를 가져가니까 고터 지하에 갈 이유가 없어지긴 했어요.
그리고 엄마가 밝은 얼굴로 꿈에 몇번 나타나셔서 모든게 무의미해지긴 했는데요.
가끔, 지은 복은 지은 대로 가고
지은 죄도 지은 대로 가지 않겠나 싶어서
나한테 바가지씌운 그 여자 사장님,
그 돈만큼 행복해졌는지 아니면 약간의 돈은 얻었는데 잃은 게 있지는 않을지 궁금하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