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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나는 폭토하던 사람이에요.

ㅁㅁㅁ 조회수 : 3,346
작성일 : 2023-05-28 14:56:47
어릴때는 아주 건강체질에 먹성으로 매번 칭찬받는 아이였어요
그러면서 살은 안찌는 체질있죠. 
잘먹고 잘노는.
고3때도 적정 체중 유지..그냥 55정도.

대학 들어가서 다이어트 시작했는데
사과다이어트 뭔 다이어트 초반에만 성공해서
곧 요요 와서 다 망했고..
굶을 때는 쫄쫄 굶고 저녁때 마트 가서 과자를 하나씩 유심히 보다가 왔어요-.-
내 모습 보기가 두렵더라고요.
실패가 거듭 쌓이면서
살찌는 것에 두려움으로
폭토 습관이 생겼어요.

스트레스 받으면 동네 슈퍼가서
싸구려 음식으로 20리터짜리 봉투 꽉꽉 채워 와서는
방에 와서 문을 잠그고
미친듯이 쑤셔 넣어요.
멈출 수 없는 그 느낌 아시나요.
배고프지도 맛있지도 않은데요 정점으로까지 가야해요. 
빠른 시간안에 목구멍으로 탄수화물과 당류를 막 넣고
잘 토하기 위해서 음료를 미친듯이 들이부어요. 
그러면 머리 꼭대기까지 압력이 증가하거든요.
그럼 달려가서 다 토해내는 거에요.
머리를 묶는 것으로 준비를 하죠.
너무 역겨운 과정에서 자기 혐오가 생겨요.
그 냄새, 목을 역류하는 그 느낌.
가끔 음식물이 변기물에 맞고 튀어올라 눈에 들어갈 때의 더러우면서 따끔한 감각.
손을 넣어 더 촉진시키기 때문에 둘째 손가락 시작지점에 나도 모르게 이에 긁힌 상처..
토를 다 끝내고 고개를 들면 입 주위의 흔적,
가끔 지나친 압력 때무에 눈 핏줄이 터지기도 하고요.
심한 사람들은 손가락이 위산에 의해서 벗겨진다는데
전 그정도로 끝!까지 토해보지는 못한듯.

그렇게 엄청난 압력과 엄청난 공백감을 단 몇 분 사이에 경험하고
방으로 돌아오면 탈진이 돼요.
폭력 가족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이제 며칠간은 괜찮겠지....이런 느낌.
결국 갈 곳까지 갔다가 돌아왔다는 안도감도 들고요.
뭔가 해방감도 들거든요.
그러면서 수치심도 들어요. 

수 년간 지속되었던 폭토가 남편을 만나고 연애하면서 딱 멈췄어요.
남편을 만나고 딱 채워지던 그 느낌.
그 전에도 사람 많이 만났었는데 많이 달랐고요.
내 그대로 사랑받는다는 그 느낌으로 충분했고,
음식에 대한 탐욕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더라고요. 
둘이서 유학지에서 만나서 온종일 붙어 다니며 엄청 먹어댔는데도
살이 자연스럽게 빠졌어요. 둘 다요. 
저는 그렇게 폭토에서 빠져나왔어요.
남편은 아직도 모릅니다.
그 뒤로 소식하고 운동을 병행하며 잘 살고 있어요. 

결혼하고 20년이 되었네요.
저는 아직 일 년에 2-3회 정도는 먹고 토할 때가 있는데
예전과는 좀 다른 양상으로요.
이제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너무 불편하고 통제력을 잃은 느낌에 불안해져서
자연스럽게 조금 올라와요. 그럴 땐 조금 토해야 편해지더라고요.
예전처럼 쑤셔넣고 손가락으로 일부로 유도하는건 아니고요. 
과음하는 사람들이 그래야 속이 좀 편하다..하는 그런 거랑 비슷해요.
그럴 때, 아,,,아직도 내 안에 그 인이 남아있구나 싶어요.

지금 이전의 나의 식습관을 돌아볼 때,
정신적인 것과 관련이 깊단 생각이 듭니다.
중고등학교때부터 갑자기 가정사가 복잡해지며
양육자 바뀌고, 새어머니와 살면서 
내 자신의 욕구를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워졌거든요.
그러면서 음식을 숨어서 먹곤 했었고,
살찐 내 모습이 너무 싫었었거든요.
아니 가만 있는 내 모습도 싫었어요. 
내 존재 자체가 부끄러워졌어요. 
조금이라도 남들 맘에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그것이 극단적 다이어트와 욕구불만으로 이어져 폭토로 발전했던듯 해요. 

짧게 말하려니 인과성이 빈약해보이네요.
암튼, 저는 내 자신이 편해지는데 50년이 걸렸고
음식에 대한 태도는 
내 자신을 내가 편하게 받아들이는 만큼
강박에서 벗어나 음식도 편하게 대하게 되는 듯 합니다. 

예전에 그렇게 음식에 붙들려서
먹고 싶어서 미치고(물론 어릴때라 그렇기도 했지만), 
먹으면 미친듯 불안하고 그러더니
이젠 음식에 별 관심이 없어집니다.

그랬다구요. 






IP : 180.69.xxx.124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분명
    '23.5.28 3:17 PM (211.206.xxx.191)

    어떤 결핍을 폭토로 끝을 봤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남편 분 만나 사라졌다니 그 얼마나 다행인가요?

  • 2. 아아아아
    '23.5.28 3:17 PM (14.50.xxx.31)

    상당히 운이 좋으셨네요
    지금은 많이 마음이 편안해지셨기를 바랍니다.

  • 3. 그쵸
    '23.5.28 3:18 PM (180.69.xxx.124)

    결국 난 사랑과 수용됨이 고팠었구나...싶어요.

  • 4. 팔자 편해야
    '23.5.28 3:40 PM (112.167.xxx.92)

    폭토도 하는 형편이 되는거죠 솔까 난 글케 먹거릴 쑤셔넣을 비용이 없어 못하자나요 굶는 형편인거라

    님은 유학도 하고 거서 여유있는 남편도 만났다 하니

  • 5. ..
    '23.5.28 3:50 PM (123.143.xxx.67)

    오..신랑분 만나서 너무 잘됐네요

  • 6. ....
    '23.5.28 3:54 PM (180.69.xxx.124) - 삭제된댓글

    그렇게 고비용은 아니었어요
    마트에서 보름달...우유, 강냉이, 꽈배기...주로 이런 것들이었는데...
    유학은 정말 탈출하듯 어거지로 가서 장학금도 타고 가난하게 살다 귀국했어요

  • 7. 심리적인
    '23.5.28 3:57 PM (118.235.xxx.69)

    문제가 큰거군요.
    경험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8. ㅁㅁㅁㅁ
    '23.5.28 3:58 PM (180.69.xxx.124)

    그렇게 고비용은 아니었어요
    마트에서 보름달...우유, 강냉이, 꽈배기...주로 이런 것들이었는데...
    유학은 형편이 안되는데 집을 탈출 안하면 죽을 것 같아서 어렵게 갔죠.
    장학금도 타고 다달이 여기저기서 자금 조달해가며 나름 어렵게 졸업을 했습니다.

  • 9.
    '23.5.28 4:00 PM (223.62.xxx.231) - 삭제된댓글

    어렸고 젊었을 텐데, 적나라한 표현에 참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10. ㅡㅡ
    '23.5.28 6:27 PM (211.179.xxx.229)

    토닥토닥
    원글님 이제라도 편해져서 다행입니다

  • 11. 진심 궁금한데
    '23.5.28 8:21 PM (211.234.xxx.166)

    치아는 괜찮으신가요?
    저도 폭토를 수년간 했는데 치아가 너무 망가져서
    40대인데도 임플란트를 5개나 했고 다른 치아들도 다 망가졌거든요ㅜㅜㅜㅜㅜㅜㅜ

  • 12. ㅡㅡ
    '23.5.28 9:44 PM (106.101.xxx.127)

    이 와중에 원글님은 글을 무척 잘 쓰시네요.
    표현력이 어마어마.
    좋은 남편 만나시고
    폭토도 극복하시고
    해피엔딩이라 너무 좋네요.
    늘 행복하세요.

  • 13. ㅁㅁㅁ
    '23.5.28 11:31 PM (180.69.xxx.124)

    치아 괜찮아요.
    전 극단적인 폭토는 아니었나봐요. 위산까지 넘쳐 나오는.
    딱 바로 전 쑤셔넣은 것을 거의 비우는 정도..아마 젤 처음 먹은건 위에 남아 소화되었을 정도.
    치아 망가졌을 정도면 너무 고생하셨네요. ㅠ.ㅠ
    님에게도 평안이 있으시길....

    글 쓰다보니 지금 티격태격 하며 살고있는 남편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어서 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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