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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예기치 않은 기쁨

고등엄마 조회수 : 4,133
작성일 : 2023-05-19 11:34:50
고1 아들이 작년 말부터 학폭으로 인한 극심한 우울증과 체력저하, 미주신경성 실신 증상 등
힘든 나날을 보냈어요
집에선 내내 자고 올해는 학교에 못 가거나 조퇴하는 날도 꽤 있었죠 
병원 약도 먹고 한약도 먹으며 체력을 조금씩 올리고 있는 중인데
기분도 나아지고 있고 회복중이에요

어제는 거실에 나와서 저에게 와서 치대며 살쪘다고 놀리기도 하고
제 종교나 정치관에 대해 비판하기도 하고(이건 뭐 니가 알아서 찾아봐라 했어요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과정이겠죠)
친구 얘기도 하고 이리저리 까불까불 이야기를 하는데
늘 방에서 잠만 자던 아이가 거실에 나와서 이야기하는 이 순간이 참 행복하더라구요

저 비만도  측정해야 한다고 놀리길래 남편 작업실에 데리고 들어가서 일러바쳤거든요 얘가 나 괴롭힌다고
남편이 물끄러미 아들을 쳐다보며 웃는데 그 눈빛에 너무 애정이 담긴 거에요
사실 남편과 아들이 사이가 안좋아요
서로 의사소통 방법을 모르고 스타일도 달라 아들이 아빠를 싫어했어요
그래도 어제는 아빠 방에 처음으로 들어가서 엄마가 뭐 어떻게 했다고 자기도 뭐 해달라고 막 쫑알거리는데
그렇게 아빠에게 먼저 말 붙인 것조차 처음이었거든요

그 전날 학교 상담에서 아이 성적 바닥인 것 확인했지만
지금 건강하게 내 곁에서 떠들고 까불고 하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했어요
평범한 소시민의 삶이었지만 다시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가족으로 살고싶어요
부자 남편도 필요없고 공부 잘 하는 아이 아니어도 돼요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만족하며 살겠어요

작은 일이 선물같다고 느껴지던 순간이었네요

IP : 121.162.xxx.158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지구별산책
    '23.5.19 11:38 AM (223.38.xxx.91) - 삭제된댓글

    같은고1 엄마예요..
    아들아...힘내라!! 응원한다.이말전해주세요..^^
    서울사는 어줌마가 식당에서...

  • 2. 원글님
    '23.5.19 11:49 AM (211.253.xxx.160)

    그동안 마음고생 많으셨을텐데,, 남은 날들 즐겁게 즐기시길 바래요.
    응원드립니다..

  • 3. ..
    '23.5.19 11:50 AM (118.131.xxx.212)

    뭔가 울컥하네요.
    다시 태어나면 안본다고 하면서 살고 있는 입장에서( 혹시 더 나은사람이 있을까봐, 더 완벽한 사람이 있을까봐)
    오늘의 82쿡 승자는 당신입니다.

  • 4. 사는게
    '23.5.19 11:53 AM (211.245.xxx.178)

    별건가요..
    이렇게 살면되는거지요..
    저도 다시 태어나도 내새끼들( 속 썩여요.ㅠㅠ)이랑 다시 부모자식 하고싶어요..

  • 5.
    '23.5.19 11:53 AM (67.160.xxx.53)

    원글님께 어제 같은 날이 더 자주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 6. ....
    '23.5.19 11:54 AM (39.7.xxx.155)

    가족들 모두 힘든 일 이겨내고 더 화목하고 단단해지고 있나봐요.
    제 마음도 따둣해지고 안심되는거 같네요.
    서로 의지가되고 힘이 되는 가족이 최고죠.

  • 7.
    '23.5.19 11:55 AM (221.140.xxx.57)

    그런게 기쁨이죠~
    원글님 마음이 잘 느껴지는 글이네요.

    아이가 잘 회복되어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 누리며 사시길 바랍니다~

  • 8. ㅇㅇ
    '23.5.19 11:55 AM (122.45.xxx.120)

    원글님 마음 이해합니다..
    저도 그런 때가 있었구요...ㅠㅠ
    그저 건강하게 웃으면서 일상생활 하는게 꿈이었던...
    이제 차츰 차츰 앞으로 나아가세요..
    아이도 우울감에 조금씩 벗어나보길 바래봅니다.
    우울감은 관계형성에 대한 문제를 푸는 것이라더군요.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면서 행복감을 쌓으시길...

  • 9.
    '23.5.19 11:56 AM (218.147.xxx.180)

    저도 중고등아이키우는 입장에서 님 아이가 좀 더 자주 웃는 일상이 오게될 날이 오기를 바래봅니다

    고등학년이 올라갈수록 좋아지더라구요

  • 10. 원글이
    '23.5.19 12:05 PM (121.162.xxx.158)

    격려 감사합니다.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서울에 빈손으로 남편과 올라와 조그마한 임대아파트에서 시작해 열심히 살아가던 날들이 후회도 없고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불행하다고 느끼고 힘들어하고 태어난 걸 원망하는 걸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더라구요 약하게 태어나게 해서 저렇게 생각하며 살게하나 싶어 미안하구요
    지금은 그저 아이가 지금처럼만 지내주길, 대화를 나눌 친구들이 생기길,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든든하고 안전하다고 느끼길..그것만 바라고 있어요

  • 11. ㅁㅇㅁㅁ
    '23.5.19 12:24 PM (125.178.xxx.53)

    응원합니다..

    저도
    댁도

  • 12. 그럼요그럼요
    '23.5.19 12:25 PM (61.109.xxx.211)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일상의 행복이 더없이 소중하죠
    성적 바닥이고 부자 아니면 어때요 나에겐 예쁜 자식이고 밥 네다섯끼 먹는거 아닌데요
    몸 정신 건강하게 소소하게 행복 느끼며 그냥 그렇게 사는거죠

  • 13. ......
    '23.5.19 12:32 PM (106.101.xxx.14)

    너무 행복하시겠어요
    아이의 재잘거림과 웃음소리 함께 밥먹고 몸건강 마음건강하게 살아가는게 최고의 행복이죠~
    원글님 가족분들 모두 쭈욱~행복하세요

  • 14. ..
    '23.5.19 12:43 PM (210.95.xxx.202)

    행복하고 기쁜 날이었네요~
    원글님 응원합니다!

  • 15. 나옹
    '23.5.19 12:57 PM (112.168.xxx.69)

    원글님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힘든 과정 지나오신 거 축하드립니다.
    내내 행복하시길

  • 16. ......
    '23.5.19 1:00 PM (106.241.xxx.125)

    저 아침에 최민준아들연구소 유튜브 영상 보다 마지막에 울었거든요. 정승익선생님하고 같이 찍은 거.. 눈물샘이 트였나 이 글 보고 또 눈물날라 그래요.
    저도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겨보겠습니다.

  • 17. 응원
    '23.5.19 1:06 PM (121.153.xxx.130)

    행복이라는게 별거 없어요....
    세가족 웃고 떠들고 님도 아들도 화이팅입니다...

  • 18. ..
    '23.5.19 1:18 PM (116.35.xxx.111)

    같은 고1엄마로써..

    우리 고딩이 힘내라~ 앞으로 더 웃는날만 많아지길 아줌마가 응원한다!! 고 전해주세요..

  • 19. ㅇㅇ
    '23.5.19 1:19 PM (218.52.xxx.15) - 삭제된댓글

    원글님의 행복이 제게도 물드는 것 같아요.
    장면들이 다 그려지고..
    사랑스런 아드님과 남편분의 애정어린 눈빛 원글님의 충만한 행복
    아~~ 행복해라.
    감사합니다.

  • 20. 앞으로도 쭈욱 기쁨
    '23.5.19 1:28 PM (39.118.xxx.37)

    이 함께 하시길요.... 그간 맘고생 많으셨을것 같아요 가족모두 행복하세요

  • 21. 마르
    '23.5.19 1:51 PM (42.18.xxx.103)

    지하철에서 눈물질질
    고1맘...입니다
    원글님과ㅠ아드님 남편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 22. 캔디
    '23.5.19 1:58 PM (112.217.xxx.2)

    읽으며 미소와 눈물이 동시에 생기네요!

    홧팅!

  • 23. ...
    '23.5.19 1:58 PM (118.218.xxx.143)

    읽는 저도 행복해집니다~

  • 24. ...
    '23.5.19 2:51 PM (222.236.xxx.135) - 삭제된댓글

    저절로 아이의 행복을 빌게 되는 글입니다ㅜ
    앞으로 내내 행복한 일만 가득하세요.
    아이에게 축복을 보냅니다.

  • 25. 저도
    '23.5.19 4:37 PM (118.34.xxx.194)

    읽으며 미소와 눈물이 동시에 생기네요!

    홧팅!22222

  • 26. 원글이
    '23.5.19 6:48 PM (175.211.xxx.235)

    자식 키우는 모든 분들 화이팅이에요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부모의 사랑에서 힘과 위로를 얻고 용기내어 살게되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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