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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처구니 없지만 재미있었던 페루는 마추픽추!??

... 조회수 : 2,308
작성일 : 2023-05-16 13:36:15
2017년 
페루 가자. 마추픽추 보러. 이 한 마디로 시작한 페루여행. 

일주일이 그리 긴 시간이 아니어서
여행간 도시에서 어슬렁거리기 좋아하는 저희는 
여러군데 가지 않고 수도 리마에서 2박 3일,
마추픽추로 가는 거점 도시 쿠스코에서 3박 4일 이렇게 보내기로 해요. 

쿠스코에서 마추픽추에 가려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2박 3일, 3박 4일 코스로 잉카 트레일 하이킹
기차타고 슝~ 

저희는 아침 기차를 타기로 했는데, 5시 출발 기차가 9시가 되어도 출발을 안하는 거에요.
알고 보니 페루 전체에서 교사파업. 그리고 엄청나게 큰 나무와 바위로 철로를 막는 것이
페루 파업의 전통이더라고 하더라구요. 
이 걸 어떻게 해야하나. 
마추픽추는 하루에 일정인원만 들어갈 수가 있고, 몇 달 전에 예약이 마감인데
내일이면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쿠스코에서 외곽으로 나가는 큰 도로도 돌로 막혀 있고
전세계에서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모인 모두가 역 대합실에서 망연자실
오후 12시가 넘어서야 겨우겨우 돌을 치우고 기차에 탑승했는데..
한 1시간 잘 가나싶더니... 기차가 또 멈췄어요. 
그 사이에 돌을 또 쌓아놓았대요. 어쩜 선생님들이 부지런하고 실행력도 좋고.. 
드디어 사람들 사이에서 실성한 자가 나와서 웃기 시작하고
저희도 그렇게 같이 미쳐서 웃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도착해도 마추픽추 밤에 문 닫는 시간
마추픽추에 야간개장은 없대요.

그렇게 페루 갔다가 마추픽추 보지 못하고 온 우리 두 사람. 

전쟁같던 코비드를 겪고 작년에 다시 한 번 페루와 마추픽추에 가기로 해요. 
마추픽추는 못 봤지만, 페루가 정말 좋더라구요. 
이번에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쿠스코 마추픽추 일정을 제일 처음에 넣어 놓았어요. 

대망의 등반 전 날, 더 좋은 기차 시간표가 혹시 취소되어서 나온 것이 없을까 하고 
뒤져보니, 오! 저희가 예약한 시간보다 훨씬 좋고 저렴한 표가  있어서 재빠르게 예약을 다시 했어요, 
신나서 남편을 깨워서 자랑하는데, 특가 예약이니 뭐니 이런 것 절대 성공 못하는 제가 
의심스러웠던 남편이 이리저리 서류를 보다가 비명을 질러요. 

왜 왜 무슨 일이야
대답을 못해요. 무슨 일인데
나 마추픽추 관람일 예약하고 그 다음에 기다려서 결제해야 하는데, 그걸 안했나봐
무슨 소리야. 지난 번에도 당신이 했잖아. 그 때 잘 했잖아
그럼 마추픽추 진짜 예약이 안된거야?

하하하 하하하
처음 아니고 두 번 시도하는 건데. 하하하. 마추픽추 너란 녀석 하하하

그런데 
저에게는 해결할 일이 또 있었어요. 
새로 예약한 기차표 포함 8장의 티켓
일단 예약하고 역에 가서 시간 변경하려던 것인데

이제 이 녀석들을 보내줘야 해요. 
과연 환불을 해줄까
기차 운임이 대략 800불 가까이 되었어요. 
난 왜 일찍 일어나서 안하던 짓을 한거지

역에 가서 몇 장 만이라도 환불해 달라고 사정을 해보자 하고 
사무소에 들어갔는데, 분위기가 쏴~해요. 
뭔가 일이 있는 듯 한데

저보다는 더 불쌍한 척 잘하는 남편을 쿡쿡 찔러 앞으로 보내요. 
사무소 소장님과 남편과의 은밀한 대화
그라시아스 

소장님 왈 내일 기차가 하루 동안 파업한대요. 
이번에는 도시가 파업이 아니라 기차가 파업. 
그래서 원래 하루 전은 전액 환불이 안되지만, 환불을 다 해주겠다고
내일 왔으면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을텐데 운 좋았다고 

사실 환불보다 더 좋았던 것은 남편에게 이유가 생겼다는 것
결제버튼을 누르지 않아서 마추픽추에 못 간 것이 아니라 
파업 때문에 못갔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
난 머저리가 아니야 할 수 있는 것 소곤소곤
녀석.. 결혼하기 전처럼 환하게 웃더라구요. 

그 다음날 
쿠스코 시내는 기차파업으로 마추픽추에 가지 못한 사람들로 가득찼어요. 
코앞에서 마추픽추를 가지 못한 것을 한탄하는
사람들 앞에서 우리는 두 번 째라며 맥주 한 잔 두 잔 
마시다가, 햇볕이 너무 좋은 광장 한 가운데서 
둘이 체스를 두 면서 깔깔거리며 웃었어요,
내년에 페루 또 올 수 있겠다 하면서 

누구 말처럼 실패한 여행이 더 기억에 남고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동은이네 커플보다 저희가 먼저 공원에서 게임하면서
놀았네요. 





IP : 108.20.xxx.186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유리
    '23.5.16 1:40 PM (124.5.xxx.61)

    어쩜이리 긍정적이신지 부럽습니다.
    우리 집은 침울할 것 같고요

  • 2. 추억
    '23.5.16 1:40 PM (198.90.xxx.30)

    역시 돈쓰고 시간쓰고 고생하면 좋은 추억과 아쉬움이 생기는 것 같아요.
    기차 안 타고 가도 되는 잉카 트레일에 도전해 보세요.

    담에 꼭 도전해보세요.

  • 3. ggg
    '23.5.16 1:48 PM (14.52.xxx.106) - 삭제된댓글

    초긍정이시네요.
    아마 마추픽추 기차가 님을 거부하는 거 같으니 걸어서 가보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쿠스코에서 버스 조금 타고 가서 4일간 걸어서 넘는 코스가 있어요.
    그거 안내하는 여행사 많으니 검색해보세요. 걸어서 한밤 중에 안데스를 넘으면, 남십자성도 보이고, 라마가 와서 텐트를 툭툭 치기도 하고 사방은 정말이지 새까맣게 어둡고.. 정말 좋아요. 저는 마추픽추 보다는 그 걷는 길이 좋았어요.
    글고, 가시는 김에 마추픽추 안에 있는 와이나픽추 봉우리도 도전하시는 걸 강추합니다.

  • 4. ...
    '23.5.16 1:50 PM (108.20.xxx.186)

    하하하 실수와 실패를 많이 해서 이런 실수들은 좀 편안해졌나봐요.

    아.. 추억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이건 꼭 잉카 트레일 도전해야겠어요.
    이렇게 두 번을 마추픽추 코 앞에 두고도 못 보기 쉬지 않잖아요.
    트레일 도전 하라는 큰 그림이!!

  • 5. ...
    '23.5.16 1:54 PM (108.20.xxx.186)

    마추픽추 못 가서 피삭마을 가서 이틀 보내며 트레킹 했는데 참 좋았어요.
    올해나 내년에 다시 갈 예정인데 걸어서 한밤 중에 안데스 넘는다니 정말 좋네요.
    두 분이나 권하시니 꼭 해보겠습니다!

  • 6. ㄹㄹ
    '23.5.16 2:10 PM (211.252.xxx.100)

    저희 애는 볼리비아에 우유니 사막 보러 갔다가 볼리비아에서 버스 16시간만 더 타면 되는데 그게 힘들어서 못 보고 왔어요ㅠㅠ 비행기가 결항이라 이미 버스 10시간 넘게 고산지대에 타고 갔는데 거기서 비행기 놓치고 버스타자니 너무 힘들더래요.

  • 7. 옴마야
    '23.5.16 2:24 PM (118.221.xxx.87)

    전 비행기 시간때문에 기절할 뻔 했는데 괜찮으셨어요?
    맑은 날 가면 마추픽추 뒤로 만년설이 덮힌 산까지 보여요. 전 매트 가져가서 한참 앉아있었어요.
    다음번에는 꼭 성공하시길요!
    전 걷는거 싫어해서 버스타고 올라가고 와이나픽추도 안감...ㅎㅎ

  • 8. ...
    '23.5.16 2:27 PM (118.235.xxx.196)

    페루여행 이야기가 동화처럼 느껴져요
    저도 늙기전에 가봐야겠어요

  • 9. 날아라곰
    '23.5.16 2:27 PM (1.225.xxx.236)

    페루. 음식하고 치안은 어떤가요?

  • 10. ...
    '23.5.16 2:48 PM (108.20.xxx.186)

    그럼요 그럼요.. 버스 16시간 정말 쉽지 않죠. 저도 버스 타고 우유니 가면서 아 힘들다 했어요. 하지만 남미 여행 정말 매력적이니 따님 또 한 번!

    저는 미국 살아서 남미 가는 것이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은데,
    우리나라에서 남미 여행 오시는 분들은 정말 그 20시간 넘는 비행을 이겨내고!

    꼭 페루 가보셔요.
    시간이 겹쳐진 느낌을 여기저기서 받았아요.
    어느 지역은 우리 나라 70년대 같기도 하고, 리마의 미라 플로레스와 바랑코 해변길 4시간 가까이 걸었는데 18세기 느낌과 현대가 공존하고 아래키파 라는 도시도 참 좋았어요.

    제가 갔던 17년도와 작년 여름에는 쿠스코는 워낙 관광도시여서
    밤 늦게까지 치안 좋았구요. 리마의 신시가지는 무척 현대적이고
    깨끗해요. 맛있는 음식점도 많고 . 빵에 진심이기도 하고
    근데 작년말부터 쿠데타와 시위도 지금은 좀 어지러운가 봐요.
    빨리 정상화 되어서, 페루 사람들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여러가지 잠재력을 가진 나라라고 생각했어요.

    나라가 꽤 크고 한 나라안에 여러가지 기후를 가지고 있어서
    여러모로 매력적인 나라였어요. 그리고 페루 현대 미술 여러 작가
    들 강렬하도 좋았어요.

  • 11. 남미여행 중
    '23.5.16 3:40 PM (223.57.xxx.17) - 삭제된댓글

    페루가 가장 좋았어요
    유적지도 많이 남아있고
    음악도 좋고

    근데 쿠스코에
    딱 도착하는 순간 어질어질 ᆢ
    고산병증세

    약을 먹고 찬찬히 돌아다녔는데
    스타벅스도 있고
    오래된 성당
    유적지가 평화로웠고
    야경도 멋지더라고요

    중심지에
    인간극장에 나왔던
    한식당도 있어요

  • 12. ...
    '23.5.17 3:57 AM (108.20.xxx.186)

    154님 저도 마추픽추 정말 꼭 보고 싶어요 세번 째 도전에는 허락되겠죠? ㅎㅎㅎ

    개인적으로 페루 좋고, 재미있었던 몇 가지

    1.리마에서 쿠스코 가는 아침 비행기에서 쿠스코가 해발 3400 미터이다 보니
    비행기에서 안데스 산맥 줄기들이 아주 가깝게 보여요.
    만년설을 입고 있는 검은 바위들 그 아래로 두꺼운 구름이 주저앉아 있고
    그 위로 짙은 주홍색 해가 떠오른데
    너무 멋있는데 순간 멈칫 두려움도 훅 밀려왔어요.
    손댈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

    2.위에 말한 풍경에 반해서 택시 투어를 했어요.
    안데스 산맥 높은 곳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봤더니
    3000m 높이에 있다는 유명한 살리네라스 염전과 함께 그 지역 고원과
    농장 투어 추천받아서 갔는데, 지금도 가슴에서 후 할 정도로 좋았어요.
    그 높은 곳에 계단식으로 자리잡은 염전도 물론 멋지고 좋았지만
    해변 드라이브가 아니라 만년설을 쫒아가는 드라이브
    저도 모르게 남편 손을 꼭 잡았어요. 사랑해 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멋졌어요.

    3.쿠스코 시내의 개들
    전에 어떤 글에 제가 답글로 달았던 것 가져올께요.

    마추픽추를 가기 위해 페루 쿠스코라는 잉카의 옛수도에
    나흘 머물렀어요.
    모든 것이 좋고 좋고 또 좋았지만
    제일 좋았던 것이 도시 전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개들!
    몇몇은 광장에 앉아서 햇볕 받고, 장난치고 뛰어다니고...

    몇 백 마리가 넘을텐데 그중에는 주인있는 개도 있고
    길거리 개도 있고 그냥 자기들끼리 너무 잘 어우러져
    하루하루를 끝내주게 보내더라구요.
    목줄 없어도 주인 있는 녀석들은 주인에게 잘 가고
    자유로운 영혼들은 또 내일 보자 그러고~
    원래 대부분의 개들이 목줄 없으면 훨씬 순해지거든요.
    물론 여러가지 변수가 있으니 dog park 제외하곤
    모두 목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요.
    하지만 쿠스코는 개들도 그 도시의 주인이어서
    목줄 없이 큰 개 작은 개 모두 위풍당당

    그리고 광장에 음식점도 많고 큰 시장도 있다보니
    개들이 각자 뼈다귀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어요.

    페루는 쿠스코에서 얻는 관광 수입이 크다보니
    수시로 길거리 치우는 근로자가 많아서
    길거리 개들의 개똥도 처리 잘 되고
    개들이 사람에게 달려와 공격적인 모습 전혀 없고
    자길 아는 경찰아저씨들에게 가서 찝적거리며 ㅋㅋ

    아 진심으로 우리 개 데려가서 쿠스코에서 살고 싶다
    이 마음 간절했어요~

    4. 요즘 말로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가진 그림 파는 아저씨들
    쿠스코 광장에 앉아서 오랫동안 노닥거리다 보니 호객행위도 참 많이 받았는데
    몇 몇 분들은 와 정말 비지니스 달인이다 싶을 정도로 언변이 대단하더군요.
    저희에게 다섯 번을 도전하시던 아저씨를 도저히 이기지 못해
    그래. 그 그림들을 보여주세요.
    하고 아마추어 작가들의 그림을 보다가 질문했어요.

    라마와 알파카를 가장 쉽게 구별하는 방법이 뭐에요?

    여러 사람들에게 생김새 크기 뭐 이렇게 해서 다른 점 설명 여러 번
    들었는데, 이 아저씨 대답이 가장 확실한 구별법이었어요.

    열심히 일하고 있으면 라마,
    예쁜 척 하고 사람들과 사진 찍고 있으면 알파카

    그 이후로 저는 알파카와 라마 완전 확실하게 구별!

  • 13. 부탁드려요
    '23.5.18 5:28 PM (118.235.xxx.18)

    이 글 지우지마셔요.
    언젠가 페루여행갈때 정독할거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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