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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김원장 기자님 페북 펌/

그냥 조회수 : 2,250
작성일 : 2023-05-14 16:49:59

남의 소득이 오르는게 싫은 사람들.

1.

영국이 잘 나갈 때 해로드백화점은 최고 명소였다. 다이애나비가 이 백화점 아들을 사귄 적도  있다. 그런데 신세계 강남점 매출이 연 3조원이다. 런던의 해로드백화점이나 도쿄의 이세탄 신주꾸보다 더 높다. 한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낯선 경제 수치들이 우리 앞에 쏟아진다.

급여도 마찬가지다. 진짜 팍팍 오른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은행 등 대형 금융회사의 부장급 연봉이 이제 1억 5천만 원을 육박한다(삼성카드는 지난해 전 직원 평균 연봉이 1억 4천만 원이다). 부산에서 피부과 전문의 한명 고용하려면 연봉 3억 원은 불러야 내려온다. 그래서 지난해 E클래스는 전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샤넬 핸드백은 1조 6천억 원 어치가 팔렸다. 나인원 한남 244㎥은 지난해 공시가격만 97억 원이다. 뭐가 이상한가.

2.

그런데 5천년을 너무 가난하게 살아서인가. 예컨대 종합병원 8년차 간호사가 연봉 5천만 원을 받는다면 “무슨 간호사가 연봉을 5천씩 받아??” 

솔직히 말하면 다수가 비정규직인 사회에서 남의 급여가 오르는 게 썩 반갑지 않다. “교사들은 대박 연금 나오는데 무슨 월급을 또 올려줘?” 그래서 지금 우리 경제 규모에서 선생님들의 급여는 적당한 것일까? 올해 일선 경찰서를 지휘하는 서장급 총경 10호봉의 월급은 418만원(2023년 경찰 공무원 봉급표)이다. 지난해보다 7만 1천 원이 올랐다. 삼성전자 대리급 소득이다. 

누군가의 소득은 팍팍 오르는데, 누군가의 소득이 오르는 것은 싫다. 급기야 노사정 대화를 책임진다는 한 정치인 출신 위원장은 지방의 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평균 임금이 4천만 원이 안된다며 감동받았다”는 글을 올린다. 자본주의가 성숙한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런 주장을 펼치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아니면 그가 원하는 경제는 베트남이나 라오스 같은 것일까? 그곳에 가면 연소득이 1천만 원이 안되는 급여생활자가 넘친다. 그는 얼마나 큰 감동을 받을까.

3.

이게 정규직이 아니면 임금인상에 대한 사회적 저항은 더 거세진다. 조선소 하청 근로자는 월급 400만 원을 요구하면 안된다. 이런건 사회적으로 위험한 주장이다. 체제전복세력처럼 보인다. 그러니 숙련공들이 공장을 떠난다. 우리 산업사회를 이끌었던 그들은 오늘 어디서 치킨을 배달하고 있다. 

물론 걱정 안해도 된다. 우리에겐 캄보디아나 미얀마 근로자들이 있다. 정부는 용접공과 도장공의 쿼터를 폐지했다. 계절근로자들도 계속 쿼터를 늘려 지난해 8만여 명의 외국인근로자들이 우리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대신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세상 모든 것의 가격이 다 올랐다. 그런데 스웨덴의 버스기사 월급은 높은 게 당연한데 우리 버스기사가 400만원 받는다고 하면 나라 걱정부터 앞선다. “이러다 다 같이 망하는 거 아닌가. 북한 되는 거 아니야?” 김정은이 빼고 다 같이 못사는 곳이 북한이다. 다 같이 잘사는 곳은 북한이 아니다.  

미국에서 싱크대 한번 고치려면 일단 와서 한번 들여다보고 100달러를 받아간다. 작은 기술도 큰 비용이 드는 나라. 그래서 작은 기술을 가진 사람도 먹고 사는 게 걱정이 없는 나라를 우리는 ‘선진국’이라고 한다. 

4.

수 십년 동안 기업을 위해 근로자의 허리띠를 동여맨 일본은 지금 어떤가? 20대 청년 근로자의 급여를 100으로 했을 때 30대 근로자의 수준은 1990년 151.0에서 2020년 129.4로 줄었다(니혼게이자이신문/한국경제 정영효특파원 인용). 30년동안 임금이 14%나 줄었다. 그렇게 구매력이 줄고 소비가 줄고 기업 매출이 줄어든다. 

우리는 자본주의 경제를 하면서 왜 타인의 임금인상을 걱정하게 됐을까? 일단 ‘임금’이 높아지면 기업 경쟁력이 낮아진다고 믿는다. 그런데 저소득 근로자의 임금이 높아지면 이 돈은 결국 어디로 향할까? 예컨대 저소득층은 번 돈 대부분 또는 그 이상을 지출한다. 우리 소득 1분위(하위 20%)는 한달 112만원을 벌어 147만원을 지출했다(통계청 2022년 4분기 경제동향). 

매달 적자인생이다. 경제학은 이렇게 가난할수록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인 ‘소비성향’이 높다고 설명한다. 결국 이들이 쓴 돈은 대부분 자영업이나 기업 또는 정부로 이전된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저축을 해서 은행에 잠기거나(저축을 할 수 있는데 요구불예금이 아니면 이 예금액도 역시 투자로 이어진다) 우주밖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다. 기업의 지출을 투자라고 하듯이, 이들의 소비도 누군가의 소득으로 이어진다.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급여가 오를수록 우리 경제에 득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

임금 인상이 걱정인 분들은 우리가 가발이나 운동화를 수출할 때 우리 사회를 이끈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임금 걱정을 떨쳐내질 못한다. 한국경제에서 종업원 임금 올려줘서 망할 기업은 이미 생존하기 힘들다. 그들은 이미 모두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그들의 임금 걱정은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근로자의 몫이다. 

임금 인상이 걱정인 분들은 또 “지금 우리 경제가 얼마나 위기인데 월급을 올려?”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 경제가 얼마나 위기인데, MBK김병주 회장의 자산은 12조 원(포브스)이다. 당신은 한달 얼마나 저축을 하고 있는가? 한달 1백만 원씩 1백만 년 동안 저축하면 12조 원을 모을 수 있다. 당신의 기대수명은 몇 년인가?

6.

지난 100년여 동안 시장경제가 사회주의에 승리한 것은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다. 시장에서 뒤쳐진 사람들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수많은 노력이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노력은 시장의 먹이 사슬 저편에 뒤쳐진 타인의 생존이 곧 우리 모두의 생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시작된다. 그것은 무슨 측은지심의 종교적 믿음이 아니고, 일반이론 등 수많은 경제학이 증명해온 시장 경제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니 가난한 근로자의 급여가 오르면 경제에 안좋다고 믿는 당신은 잘못이 없다. 다만 무식한 것이다. 서민들의 급여가 자꾸 오르는 게 걱정인 당신에게 너무 찾기 쉬운 통계 하나를 전한다. 

우리 3인 가구의 중위소득은 440만원(통계청)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가구는 대출이 있다. 가계대출 가구주의 평균 DSR은 40.6%(지난해 4분기/한국은행)이다. 440만원의 40.4%를 대출 원금과 이자 갚는데 써야한다. 그럼 280만원이 남는다. 이게 진짜 소득이다. OECD 가계대출 1위 국가의 평범한 가구주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 

하나만 더. 우리 전체 근로자 중 810만 명이 비정규직인데, 이들의 한달 평균 임금은 188만원이다(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2022년). 이 돈을 전부 신세계백화점에서만 쓰면 그들은 신세계 골드 회원이 될 수 있다. ‘골드’ 등급 위로 플래티넘과 다이아몬드 등급이 있다. 다이아몬드 회원이 되려면 신세계에서만 한해 1억 원 이상을 구입해야한다. 그 위에는 그리고 ‘트리니티’ 회원이 있다. 당신은 아직도 비정규직의 임금이 오르는 게 걱정이 되는가. 당신은 도대체 가난한 사람의 급여가 오르는 게 왜 화가 나는가. 그러는 당신은 왜 트리니티 회원의 소득이 팍팍 오르는 것은 화가 나지 않는가.


IP : 121.166.xxx.213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coc
    '23.5.14 5:01 PM (61.75.xxx.206)

    옳은 말씀

  • 2. ㅇㅇㅇ
    '23.5.14 5:05 PM (203.251.xxx.119)

    정확한 지적이네요
    대기업, 기득권의 콩고물을 얻어먹고 언론이 기사로 자본시장을 왜곡하죠
    근로자들 임금이 높아야 소비가 늘고 경제가 돌아가는데 말이죠

  • 3. ㅇㅇ
    '23.5.14 5:08 PM (218.158.xxx.101)

    속시원한 지적

  • 4. lllll
    '23.5.14 5:12 PM (121.174.xxx.114)

    공유해 주셔서 감사,
    김원장 기자님은 이렇게 소득과 부의 불균등 격차를 위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서 자주 글과 말로서 풀어주세요.
    개선하고자하는 정책은 의도와 상관없이
    또 다른 결과로 파생되는 현상이 일어나는 답답함은 항상 남더군요.

  • 5. ...
    '23.5.14 5:15 PM (119.69.xxx.20)

    댓읽기에 나오는 몇 분 안 되는 기자분입니다.

  • 6. 어제
    '23.5.14 5:24 PM (183.97.xxx.102)

    김원장 기자 옳은 말만 하다 동남아 특파원으로 쫓겨났죠. 댓읽기는 중단되었고...

    우울해져요.

  • 7.
    '23.5.14 5:38 PM (125.186.xxx.140)

    와 비판적으로 글 잘 쓰네요

  • 8. --
    '23.5.14 5:46 PM (222.108.xxx.111)

    널리 알리고 싶은 글이네요

  • 9. 케이비에스에서
    '23.5.14 6:20 PM (59.4.xxx.58)

    신뢰할 만한 기자 중 한 명. 언젠가 큰 역할이 주어지기를...

  • 10. ….
    '23.5.14 6:37 PM (110.70.xxx.184)

    방콕에 계실 분이 아닌데 ㅜㅜ

  • 11. ..
    '23.5.14 7:59 PM (221.148.xxx.19) - 삭제된댓글

    글에는 동감합니다만 상습 음주운전이 드러나 짤렸잖아요.
    같은편이라고 옹호만 하지 말아요.
    벌써 글도 쓰고 멘탈은 대단하네요.

  • 12.
    '23.5.14 8:03 PM (125.132.xxx.103)

    막연히 생각하던 문제를
    명확히 짚어주신 기사예요.
    좋습니다

  • 13. ...
    '23.5.14 9:21 PM (211.196.xxx.240) - 삭제된댓글

    사법부 부패 보세요..? 심각해요...? 검,판사들이 돈따라 다니며 무슨 짓들을 합디까요..?..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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