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영하 검은 꽃이 벌써 발간 20주년이네요.

... 조회수 : 1,741
작성일 : 2023-05-13 02:55:30
나라를 거의 잃어가던 1905년 멕시코로 떠난 1033명의 사람들
1905년부터 1909년 까지의 단기 계약 노동 조건.
40여일 화물선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마침내 도착한 멕시코에서 
그들이 대면한 것은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살인적 더위
그리고 그들이 맺은 계약이 불법과 사기였다는 사실.

국교가 맺어지지 않았던 모든 것이 낯선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
어떻게 버티고 살아가야 하나.  

노예와도 같은 4년의 계약을 마치고 
조국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그들의 조국은 이미 외교권을 잃어서
대한제국 여권은 무효화되고
얼마후에는 강제병합되어 그들의 나라는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만다.
자신의 신분을 증명 할 수단이 없어진 사람들.

돌아갈 곳이 사라진 나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 책은 당시 20대 후반이던 제게 꽤 큰 영향을 주고, 
어떤 선택의 순간에 문득 떠오르기도 하던 그런 책이었는데
올 해 시절이 수상해서 그런가
검은 꽃이 자주 생각나더니 벌써 발간 20주년이네요. 


저는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이전의 작품들을 좋아해요. 
조금 더 날 것 느낌이 나고, 그가 가진 야생성을 드러내는 것에 크게 주저하지 않았던. 

어둡고 무심하고
발랄하지만 슬프고
우스꽝스럽지만 무시할 수 없고
우울하지만 건조한 

장편으로 퀴즈쇼, 빛의 제국 
단편집으로 호출, 오빠가 돌아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그리고 또 한 편에 
지나치게 사실적이어서 오히려 마법적이던
가장 좋아하지만 읽기 전에 심호흡 한 번 하고
이미 알고 있지만, 다시 한 번 마음의 준비를 하게 만드는 

장편 너의 목소리가 들려, 검은 꽃

IP : 108.20.xxx.186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23.5.13 5:54 AM (116.46.xxx.105)

    그 책 출간됐을때 문학소녀였는데
    엄청 충격적이었어요

  • 2. ...
    '23.5.13 6:43 AM (108.20.xxx.186)

    아! 문학소녀라는 단어 정말 오랜만에 들어요.
    반갑고 낭만적이에요.

    저도 정말 큰 충격 받았어요. 이 모든 것이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니...
    한국 근현대사에 비극적이고 말도 안되는 일이 많았지만
    멕시코 이주 역사는 잘 알려지지가 않아서 잊혀진다는 말이 무색하더라고요.

    이 소설 발간 전에 애니깽이라는 영화에서 이 멕시코 이주 역사 다루다가
    애니깽 스캔들 때문에 오히려 역사 그 자체는 알려지지도 못해 더 비극적이란 생각 했어요.

  • 3. ..
    '23.5.13 6:56 AM (175.116.xxx.85)

    저도 이 책을 가슴아프게 읽었던 기억이.. 근데 두세 권으로 호흡이 좀 더 길었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개인적으로 들었어요. 김영하 초기작들에 대한 님의 생각 공감도 되고.. 잘 봤어요.

  • 4. ...
    '23.5.13 7:20 AM (108.20.xxx.186) - 삭제된댓글

    네 저도 그런 생각 한 적 있어요. 이 이야기는 더 길게 가져가도 좋았을텐데.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데.

  • 5. ..
    '23.5.13 7:30 AM (108.20.xxx.186)

    네 저도 그런 생각 한 적 있어요. 이 이야기는 더 길게 가져가도 좋았을텐데.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데.

    그 당시 김영하 였으면 가능했을텐데

    토요일 이른 아침에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6. 김영하
    '23.5.13 8:29 AM (180.75.xxx.171)

    초기소설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7. 단비같은 글입니다
    '23.5.13 8:53 AM (223.39.xxx.198)

    이런 글 정말 좋아요,
    정치적이지도, 연예계 얘기도 아니고 지극히 개인이 느낀 작품에 대한 글.
    좋거나 인상적이었던 다른 영화,음악, 책 이야기 또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쓰신 글이 무척 와닿고, 이런 글을 볼수 있어서 82오는 맛이 납니다.

  • 8. 체로키
    '23.5.13 3:42 PM (112.165.xxx.182)

    저도ㅜ이 책 읽고ㅜ김영하를 다시 평가했어요. 그리고 더 길게 썼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비슷한 생각하신 분들이 많아 반갑네요.
    길게 썼다면 설명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좀 더 사건과 인물들이 살아나서 토지나 아리랑 못지않게 조명되었을 텐데 아까워요.

  • 9. ..
    '23.5.13 10:43 PM (161.142.xxx.208)

    김영하 책 읽을때 참고할께요 감사합니다~

  • 10. ㅇㅇㅇ
    '23.6.23 4:16 PM (58.227.xxx.169)

    님글이 김영하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하네요.
    분명 글쓰시거나 그 비슷한 일을 하시는 분일듯.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467205 단톡 올때마다 안뜨게 설정하는거 없을까요? 7 향기 2023/05/13 1,132
1467204 항공권 예약질문요 5 2023/05/13 893
1467203 덕질하는 미혼 언니 걱정이네요 40 ㅠㅠ 2023/05/13 17,343
1467202 2주가 되었는데 나물이 안변해요 3 ㅁㅁ 2023/05/13 1,764
1467201 강화도 4명 숙박지 좀 알려주세요 9 미즈박 2023/05/13 1,302
1467200 윤 대통령 장모, '서면조사'만 받고 무혐의 15 법필요없는집.. 2023/05/13 1,081
1467199 부족한 수제비 맛 18 cook 2023/05/13 3,436
1467198 살고싶은데 너무 괴로워요.. 24 2023/05/13 7,191
1467197 마켓컬리 시골에는 고기 배송 안되나요? 7 ㅡㅡ 2023/05/13 1,563
1467196 잠설쳤어요 3 2023/05/13 583
1467195 부산시청 선별 진료소 1 미요이 2023/05/13 749
1467194 제발 타지역으로 오면 타지역에 장점부터 찾아보세요. 33 지나다 2023/05/13 3,148
1467193 자식 사주 보신분 계신가요? 5 ㅇㅇ 2023/05/13 3,055
1467192 퍼스널컬러 진단받음 좋은가요? 11 바닐라 2023/05/13 2,609
1467191 의자에 바르게 앉는 간단 팁이에요 18 ㅇㅇ 2023/05/13 15,448
1467190 현 52세 면허딸까요? 15 2023/05/13 4,078
1467189 종이달.. 은행지점 감사 3 은행 2023/05/13 2,885
1467188 과외사이트에서 과외 선생님 찾는데 뭘 중점적으로 봐야 할까요? 8 궁금 2023/05/13 929
1467187 브런치 카페 와있는데 옆자리 남녀 ㅠ 7 .... 2023/05/13 6,185
1467186 여드름에 제일 좋은 천연팩이 율무 맞나요 5 .. 2023/05/13 1,830
1467185 손글씨로 초보운전 쓰면 유난떨고 없어보일까요? 29 그냥이 2023/05/13 2,999
1467184 개들이 도살당하는 것을 옆에서 12시간이나 그냥 지켜만 본 시흥.. 10 ㅇㅇ 2023/05/13 3,002
1467183 기력보충 음식 추천 7 2023/05/13 2,090
1467182 급여이체명세서 1 yomi 2023/05/13 920
1467181 매국충이 뜻대로 잘 안되나 보네요. 19 지지율 폭망.. 2023/05/13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