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침손님

빛그림 조회수 : 1,861
작성일 : 2023-05-01 13:25:58
아침을 먹고 있는데 마당 개가 요란하게 짖어 나가보았어요. 나가보니 마을 어르신이시네요. 전원주택 단지인데 (조성된지 20년 가까운) 초창기부터 혼자 살고 계신 할머니세요. 저희도 이곳으로 온지 십여년 넘었구요. 몇년전까지도 어깨는 좀 굽으셨지만 혼자 씩씩하게 4~5km떨어진 읍내도 다니시고 어쩌다 뵈면 목소리가 얼마나 카랑카랑하신지 저 어르신 혼자계셔도 잘 사시겠다.. 싶었는데 코로나 전후로는 보이시지 않으셨어요. 들리는 얘기로 건강이 안좋아지셔서 고향인 제주도로 가셨다고..할머니 사시는 집에는 주말에 종종 다녀갔던 아들내외분들이 거주 하셨구요.

그러다 작년에 짜잔~ 다시 컴백하셨어요. 예의 바쁜 그 종종 걸음으로 지팡이 짚으시며 읍내며 마을 길을 다니시더라구요.

저는 이사온 초기에 뵙고 인사 몇번 했던게다라 아~회복하고 오셨구나..저 연세에 대단하시다.. 정도로만 생각했죠.

그런데 오전 8시 조금 넘은 시간에
그 어르신께서 저희 마당으로 들어오시는거에요. 나가보니 손에 노란 통 두개를 들고 계시네요..

저's 어르신 왠일이세요?
할머님's아이고~사모님~ 나 이것좀 열어줘요! 하시며 손에 쥔 통을 보여주시는데
그 물건은 82쿡에서 많이 언급됐던 건조한 발뒤꿈치에 만능템이었던 '고은손 크림 노란통' 이었어요!
아니~ 이걸 내가 꼭 발라야하는데 아무리 해도 안열려요. 해서 보았더니 투명 비닐로 랲핑이 되어있네요.

열어 드렸더니 글쎄 할머니가 우세요 ㅠ
그리고 저에게 지팡이 한손에 들고 허리를 굽히시며 고맙다고 인사를 하시는거에요.
할머님' s 아니~내가 이걸 못 열어서 얼마나 속이 타는지... 고마워요~사모님~
저' s 아니~ 어르신~ 무슨 사모님이에요. 예전에 뵈었었는데 기억안나세요?

할머님 's 그런가?
저' s 네~ 저희 애들 아빠도 보고요.
편찮으셔서 제주도 가셨다고 들었는데
이제 회복하셨나봐요.
할머님's 응! 이제 괜찮아요. 제주도가 이제 여기보다 공기도 안좋아( 여긴 경기 남부)
아이고~ 내가 4.3때 제주도 떠나서 서울 돈암동으로 갔다가 여기 만들어질때 왔지. 울 아버지가 나보고 늘' 뭐 하나만 달고 나왔으면 박정희보다 훨씬 낫다고 했는데 이제 이렇게 늙어서...

4.3,박정희 나오니 아이쿠! 말씀 길어지실것 같아 인사 마무리 하고 들어왔는데
아.. 노년의 슬픔이 ㅠ
약간 웃품..

여러 단상이 떠올려지는 아침이었어요.
IP : 223.62.xxx.8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3.5.1 1:35 PM (182.220.xxx.5)

    다사다난한 한국사를 겪어내신 분이시네요.
    잘 사시길...

  • 2. 쓸개코
    '23.5.1 1:41 PM (218.148.xxx.236)

    제작년이었나 .. 대학병원에 갔는데 머리 하얀 할머니가 수납창구에 사람은 많고 키오스크 기계는 다룰줄 모르고 애먹고 계시길래 도와드렸더니 너무너무 고마워하시는거에요.
    대화나누다보니 같은 동네 사는 어르신.
    택시비 있다고.. 태워준다고 같이 가자시는거 들를 곳 있다고 사양한 적 있어요.
    우리도 노년되면.. 아 진짜 웃픕니다.

  • 3. ...
    '23.5.1 2:40 PM (211.206.xxx.191) - 삭제된댓글

    암튼 병사는 슬퍼요.

  • 4. ..
    '23.5.1 2:41 PM (211.206.xxx.191)

    할머니 짠 하네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고.
    로병사 슬프고 아파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463734 별것도 아닌걸 크게 만드는 친정엄마ㅠ 9 .. 2023/05/01 2,384
1463733 발가락 통증 침 효과 있나요? 2 ㅇㅇ 2023/05/01 659
1463732 비싼 갈비집에서 서빙하면 팁? 15 kitty 2023/05/01 4,617
1463731 인덕션은 이사할때마다 사람불러야하나요? 4 초보 2023/05/01 2,529
1463730 사인있는 기타 1 ... 2023/05/01 473
1463729 약대 정시가 꼭 다 1등급 아니어도 9 ㅇㅇ 2023/05/01 2,578
1463728 PT 없이 헬스하면 별로일까요? 11 .. 2023/05/01 3,317
1463727 프리랜서 종소세 신고할 때는 신용카드.현금영수증 같은 소득.세액.. 4 종소세 2023/05/01 1,291
1463726 나는 이런 사람과는 도저히 친구할 수 없다 이런거 있으신가요?.. 47 mnm 2023/05/01 7,211
1463725 왜 조선일보는 박근혜를 싫어했나요? 11 여름 2023/05/01 2,295
1463724 대구 신세계 근처 맛집 알려주세요 ㅡㅡ 2023/05/01 315
1463723 헬스장 운동 17 궁금 2023/05/01 2,192
1463722 급질 고3 4/25중간고사등급 담임쌤께 물어봐도될까요?? 13 해바라기 2023/05/01 1,379
1463721 예술 노동자 조수미 노동절에 대한 SNS 게시글 7 ... 2023/05/01 3,324
1463720 여러분 쓸데없이 큰돈 손해봤어요 8 2023/05/01 5,631
1463719 이혼 흠 맞지 않나요? 46 ㅇㅇ 2023/05/01 7,808
1463718 잠실 진미크 아파크 문의드립니다. 7 ㅇㅇ 2023/05/01 1,679
1463717 글 삭제가 잦네요 6 ll 2023/05/01 825
1463716 토란 모종 심을 시기 지났나요? 7 모종 2023/05/01 418
1463715 혹시.. 살림의욕이 뿜뿜 생기는 유투버 있을까요?? 4 .... 2023/05/01 2,156
1463714 10년 일했고 12월에 퇴사해야 요번년도 1년치 퇴직금 받을 수.. 7 10월에 퇴.. 2023/05/01 1,709
1463713 골반이 크면 허리가 아파질 확률이 높나요? 4 .. 2023/05/01 1,169
1463712 카카오뱅크 26주 적금 13 적금 2023/05/01 4,158
1463711 70살 할머니와 결혼한 27살 청년의 사연…7년 열애 결실 6 사랑 2023/05/01 5,067
1463710 직장동료들한테 보여주고싶은 친구많으세요? 13 생각 2023/05/01 2,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