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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마음이 지옥이네요

휴우 조회수 : 8,183
작성일 : 2023-04-25 00:31:52
어릴때부터 가장 노릇 한번 한적 없는 아비라는 인간때문에 온 식구들이 말도 못하게 고생했어요. 빚 때문에 길바닥에 나 앉고 변두리 지하 단칸방 전전하다가 그 마져도 힘들어서 경기도 그린벨트 산동네 판자집 단칸 셋방살이를 중학교부터 대학 졸업 무렵까지 했어요.

엄마가 치매 시모까지 수발해가면서 동동거리며 어찌어찌 우리 남매 키웠지만 마음 약한 남동생은 중학교때부터 문제 일으켜서 가출에 전학에 난리도 아니었구요. 저는 학교에 빚쟁이들도 찾아오고 등등 힘든 일 많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대학 들어가서 그 이후로는 과외선생으로 잘 풀리고 졸업 후 좋은 직장에서 자리잡고 혼자 힘으로 유학까지 다녀와서 지금은 탄탄하게 살고 있어요.

아비라는 작자는 늘 사고치면 도망가기 바빴고 몇년씩 잠적하는 일도 많았는데 제가 유학간 사이에 제가 저축해서 마련한 전세 아파트에 은근슬쩍 들어오더군요. 힘들게 같이 살아온 엄마를 사랑했지만 대체 왜 저런 인간하고 이혼을 안하는 건지 게다가 뻔뻔하게 어딜 들어오는건지 이해할 수 없어서 엄마랑 불같이 싸우기도 많이 싸웠어요.

그러다 너무 건강해서 이십년은 걱정 없을 것 같던 엄마가, 제가 사드린 아파트에 입주한지 이년도 채 안되어그야말로 급사하셨어요. 당시 외국 살던 저는 황망히 들어와서 임종을 지켰고 혹덩이같은 아비는 남동생하고 그 집에서 주욱 살게 되었죠. 제가 그 인간하고 연을 못 끊고 부양까지 하게된건 그래야 돌아가신 엄마 맘이 조금이라도 편할 것 같아서 였어요. 살고 있는 집도 제가 장만한거고 아파트 관리비, 생활비, 병원비 제가 다 댑니다.

그게 십년전인데 평생 담배를 그리 피워대던 아비는 폐가 안 좋아 9년전에도 죽을 고비를 넘기고 최고 병원 중환자실과 요양병원을 거쳐 살아났어요. 엄마때는 손도 써볼수 없었는데 돈과 시간을 들이니 살아나더라구요. 그때도 제가 두달은 매일 아산 병원으로 출근하다시피 했고 요양병원도 매주 면회갔었죠. 폐병은 낫는게 아니라 외출도 거의 못하고 살지만 다 늙은 노인이 몸에 좋다는건 어찌나 챙겨대는지 제가 주는 생활비를 대부분 건강식품 사는데 쓰더라구요.

그러다 이번에 폐기능이 또 안 좋아져서 대학병원 입원해서 남동생이 한달 간병까지 했는데 임종 직전까지 갔다가 또 살아나서 요양병원으로 전원했네요. 콧줄 산소줄 소변줄 아마 주욱 하고 앞으로 침대에서 못 일어날텐데 본인은 삶에 대한 의지를 어찌나 활활 불태우는지. 80대 중반에 골골한지 10년이 넘었는데도 그러고 싶을까요? 병원에서도 환자분이 건강에 신경 많이 쓰시네요라고 하고 뻑하면 동생한테 전화해서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결국 다 저한테 전달됩니다. 제가 돈줄이자 주요 의사 결정자니까요) 무슨 황제처럼 요구하구요.

면회가 1주일에 한번이라 오늘은 저 혼자 다녀왔는데 서로 할말도 없고 마음이 지옥이네요. 평생 고생은 엄마가 하셨는데 그 덕은 왜 엉뚱한 사람이 보는 걸까요. 병원비며 뒷바라지 결국은 제가 다 부담하면서도 맘 속으로는 벌써 몇번이나 돌아가시기를 바라고 나쁜 생각도 많이 하게 되는게 인생의 저주가 아니고 뭐란 말인지. 이러다 정말 울화병이라도 날 거 같아서 넉두리 좀 해봅니다.
IP : 180.71.xxx.212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ㅇ
    '23.4.25 12:39 AM (59.5.xxx.251)

    원글님 존경스럽네요.

    그 어려운 환경 딛고 대단하십니다.

    왠지 그 집에 살게 한 것부터가 잘못 같아요.

    가능하실지는 모르겠으나,
    아버지가 그 정도 몸상태라면 아버지께 최고의 의료서비스 제공하는 건 이제 그만두겠습니다.

    저라면 그럴거 같아요.
    충분히 잘 하셨네요.

  • 2. 저라면
    '23.4.25 12:42 AM (175.116.xxx.197)

    상종안합니다. 요양원에 놔두구요.

  • 3. ..
    '23.4.25 12:45 AM (218.236.xxx.239)

    이제 그만 최소한만 하고 지원 끊으세요. 아무도 뭐라안합니다.

  • 4. ..
    '23.4.25 12:46 AM (218.49.xxx.99)

    원글님 맘 토닥토닥
    위로를 보냅니다
    그래도 자식된 도리는
    다 했다고 생각되요
    미운정이 나중에 더 잊어지지가 않더군요
    죽음은 모든게 용서되니까
    회한이 없기를 ᆢ

  • 5. 책임감이
    '23.4.25 12:52 AM (121.134.xxx.249)

    강한 분이시네요 이제까지도 넘치게 하셨으니 앞으로는 최소한의 것만 부담하도록 해보세요. 어려운 환경에서도 훌륭하게 성장하신 원글님께 박수와 위로를 보냅니다.

  • 6. 저같으면
    '23.4.25 1:22 AM (116.41.xxx.141)

    진작 거리두기했을것같은데 아직도 과하게 서포트하시네요
    일말의 응징이라도 필요한 상태다싶어야 나중에 덜 억울할듯이요
    착한여자 착한딸 코스프레 이제 그만 줄이시길 ㅜㅜ

  • 7. ..
    '23.4.25 1:27 AM (106.101.xxx.199) - 삭제된댓글

    울 아비라는 인간도 그렇거 엄마고생시키고 대학병원입원했을때 연명치료비슷한 호흡기떼는거 비슷한거 물어볼때 안하겠다고 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제일 잘한일이예요
    안그랬음 친정엄마 먼저 보내고 원글님꼴 났을거예요

    하루라도 빨리 맘 독하게 먹으세요
    돈안쓰면 그냥 갑니다..

    정말 울 아비가 엄마랑 우리 고생시키고 딴짓한거 생각하면..

  • 8. 정말
    '23.4.25 1:47 AM (116.45.xxx.4)

    좋은 분이네요.
    요즘 세상에 드문 분이에요.
    이럴 경우 저는 뭐라고 조언은 못해드리겠어요.
    원글님 위해서 기도만 해드립니다.

  • 9. 원글
    '23.4.25 2:11 AM (180.71.xxx.212)

    저는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닌데 따뜻한 말씀들 감사드려요. 사실 제가 어쩔 수 없이 부양의 의무를 지고 있다는걸 그 사람도 다 아니까 저 한테만큼은 전화도 함부로 못하고 눈치도 봅니다.
    제 성장기가 하도 사연이 많았고 여러나라 떠돌면서 근무하다보니 결혼도 늦게 했는데 애꿎은 사위한테는 매일 허접한 유튜브 영상 이런거 보내면서 말걸고, 능력없고 만만한 동생한테는 큰소리치고 병원에서도 아침저녁으로 전화해대는 비겁한 인간이죠.

    당분간 면회는 좀 쉬어보려고 해요.

  • 10. 왜 그걸
    '23.4.25 2:15 AM (217.149.xxx.2)

    다 받아주고 해주나요?

  • 11. 치료도
    '23.4.25 2:17 AM (116.121.xxx.32)

    최소한만 하세요
    정말 뻔뻔하고 염치없는 사람이네요
    아빠를 버리지 못한 엄마가 안타깝고 답답하셨죠?
    이제 그만하셔도 됩니다

  • 12. .>
    '23.4.25 2:24 AM (211.200.xxx.116)

    착한인간 컴플렉스에서좀 벗어나요 원글님

  • 13. 힘내요
    '23.4.25 2:50 AM (1.126.xxx.197)

    절연하셔야..
    아버님 핸드폰을 끊는 것도 방법이겠구요..

  • 14. ...
    '23.4.25 4:27 AM (118.235.xxx.213)

    핏줄이 뭔지...
    절연하라 어쩌고 하지만 그게 어디 쉽나요
    게다가 아픈사람인데요.
    상황을 봐서는 이제 아버님 시간은 얼마남지 않으신거같아요.
    그냥 좋게좋게 보내드리세요..
    아버지를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요.
    후회할 시간을 만들지않기 위해.. 나 자신을 위해서예요.
    그동안의 해오신걸로 보아서는 책임감 강하고 성실하신분이신거같은데
    그런분이 아버지 밉다고..갑자기 다른 노선 타면
    나중에 스스로 더 상처 받아요.
    그동안 남매가 너무 수고했고.. 참 착하네요.
    요즘 세상 착하게 사는게 쉬운게 아니잖아요..
    어머니도 우리딸 기특하고 자랑스럽다..고맙다하실거예요.
    그리고 쉽지 않으시겠지만,
    아버지를 남보듯하시면서 미움은 조금은 내려놓으시고
    마음 편해지시길 바랄게요..
    모든건 나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 15.
    '23.4.25 4:49 AM (172.56.xxx.180)

    뭐, 성인군자 되시는 게 목표세요? 병원 가실때마다 쏟아붓고 오세요. 그러다 그냥 돌아가시면 원글님 병나요. 인간이 염치도 모르고 지독하게 사는구나. 이런 악다구니 하셔야 나중에 원글님이 병이 안나요.

  • 16. 하...
    '23.4.25 5:43 AM (118.216.xxx.62) - 삭제된댓글

    원글님이 원글님 엄마를 똑 닮으셨네요.
    왜 저런 아빠와 이혼 안 하냐고
    지금 원글님은 왜 그런 아빠 뒷수발을 엄마보다 더하게 하시는데요?
    사람은 죽으면 그걸로 끝이에요.
    이미 돌아가신 엄마가 마음 편하게 하기 위해서라니...
    죽은 사람 마음 편하게 하려고(사실 실제로는 말도 안 되는 논리지만) 산 사람이 그 고생을 한다고요?
    엄마가 못한 응징, 원글님이라도 하셨어야죠.
    고구마 백만개

  • 17. 동생분은
    '23.4.25 6:57 AM (211.245.xxx.178)

    어떻게 자리 잡았나요? ㅠㅠ
    그런 환경이 사람을 얼마나 주눅들게 하는지..ㅠㅠ
    늙은 아비야 딸자식 잘 둬서 호강하고있지만 전 동생분이 밟히네요.ㅠㅠ
    아비한테는 이미 넘치게 했으니..미안해할건 없어보여요.

  • 18. ..
    '23.4.25 8:12 AM (211.221.xxx.212)

    그만 돌아가시는 게 모두에게 도움되는 일이겠네요. 원글님.. 힘들어서 우째요..

  • 19. 기막혀
    '23.4.25 8:12 AM (42.23.xxx.169)

    윗분은 전형적인 시엄니 마인드 아들둔 에미 입장이네요
    정말이지 82 징글징글합니다
    원글님이 제일 불쌍하지 무슨 남동생까지 거두라고 사이버 가스라이팅을?
    제가 엄마라면 그런 최악의 환경에서 굴하지 않고 성공한 딸이 대견하고 고맙고 저리도 악독한 친부 때문에 속끓이면 피눈물이 날텐데 이와중에 아들 챙기기라니

  • 20. 원글님
    '23.4.25 8:13 AM (203.142.xxx.241)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친정부모님 평생 봉양했는데 엄마 작년에 돌아가시고 아빠 돌아가신지 한달입니다. 원글님과 저랑 차이점은 저희 아빠는 삶의 의지가 없었어요. 그래서 병원도 안가신다고 하고, 실제로 안가셨고, 몸무게 35kg가 될때까지 집에 계셨어요. 본인이 절대 병원안간다고 하셔서 어떻게 할수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그 지경되니 대소변처리를 혼자 못하셔서 어쩔수 없이 요양병원에 갔는데 20일만에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시기 며칠전에 저도 면회했는데 제손을 잡고 고맙다라고 몇번 말씀하신게 마지막이었어요. 평생 엄마 고생시키고 일도 안하고,, 저도 판잣집, 지하셋방 전전하며 살았고, 중학교도 안보내고 공장 보내라는 아빠였는데, 혼자 힘으로 대학까지 졸업하고 지금 적당히 잘살고 있습니다. 원글님처럼 돈을 많이 벌진 못하지만 안정적인 직장.가정 가지고 있고... 두분 돌아가시기 전 20년을 제가 돌봐드렸어요..

    그렇게 미웠던 아빠지만 마지막에 자기는 절대 신경쓰지 말라고, 고맙다고 하시면서 며칠만에 돌아가시니. 원망보다는 슬픔이 아직 큽니다.

    원글님 아버님도 그 상황이면 오래는 못가실거에요. 이것이 마지막 고비라고 생각하시고 기운내세요.. 이래저래 시간은 흘러 어떻게든 정리가 되더라구요. 제친구들은 제게, 이제는 나만을 위해서 살라고,, 부모님의 굴레에서 벗어나라고 하는데, 그래도 저래도,, 사람맘이라는게 참 알수가 없습니다.. 힘내세요...

  • 21. 원글님
    '23.4.25 8:17 AM (203.142.xxx.241)

    여기에 글쓰면 인연끊어라, 왜그러고 사냐... 응원댓글보다 답답해서 비난하는 댓글도 많을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잖아요. 이러는것이 결국은 나자신을 위한것일수도 있다는거... 힘내세요.

  • 22. 원글
    '23.4.25 8:57 AM (180.71.xxx.212)

    동생은 자리잡지 못했어요. 고등학교때까지 방황을 거듭하면서 학교도 그만두고 오토바이 사고 당해서 군대는 면제받고 검정고시 봐서 전문대 갔죠. 학비하고 용돈도 제가 대 주었는데 졸업하고 취직했다고 엄마한테 뻥치고 신용카드 미친듯이 써 재서 신용불량자로 살았죠. 2002년 신용카드 부실대출 사태의 전형적인 스토리랄까. 현금서비스 받아서 집에도 좀 주고 죽으려고 막판에 친구들하고 술마시고 다니면서 긁어댔나봐요. 이때 눈 딱 감고 모르척했어요. 이러다 내인생도 같이 저당 잡힐거 같아서. 그리고 약간의 저축과 당시 제가 합격한 학교에서 외국인들한테도 다 제공하던 학비 대출 받아서 미국으로 유학 떠났습니다.

    동생은 착한 애지만 뭘 진중히 할만한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어서 이것저것 해보다 막노동하면서 살아요. 그나마도 목이 안 좋아서 쉬어 가면서. 돈 없을 때마다 손벌리고 제가 또 얼마씩 해주고. 이번에 한달 간병한 건 제가 간병비 계산해서 주기도 했어요.
    엄마가 물려주신 또 하나의 유산이죠.

    아비가 돌아가면 지금 사는 경기도 아파트 정리해서 전세집이라도 하나 얻어주고 작은 가게 하나 차려주면서 제 마지막 숙제를 하고 그 이후로는 지 인생 지가 알아서 하라고 싶은데 이것도 오지랍일까요?

  • 23. 원글님
    '23.4.25 9:48 AM (203.142.xxx.241)

    위의 댓글 쓴 사람인데, 저도 삼남매중 제가 장녀, 바로밑 여동생은 그냥 자기몫은 하면서 살고 막내 남동생이 평생 제 짐이었습니다. 여러가지 구구절절 저도 많지만, 그나마 남동생은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결국은 이혼하고 혼자 살다가 쓰려져서 먼저 세상 떴구요. 그 과정에서 제가 남동생까지 신경쓰느라 힘든 시간 보냈고요. 결국은 남동생까지 젊은 나이에 갔습니다. 원글님..아버지 돌아가시면 그렇게 하세요. 그걸로 남동생한테 마지막 주는 선물이라고 하고, 손떼시면 될것 같습니다.. 그 담부터는 진짜 손떼시구요.. 기운내세요

  • 24. ...
    '23.4.25 11:02 AM (118.37.xxx.213)

    지금 사는 아파트 그냥 살게 하시는게 그나마 남는 재산 지키는것입니다.
    작은 가게 하나 차려준다고요? 바로 말아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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