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문서까지도 번역을 잘 해준다고 합니다.
*일단 이름부터. DeepL은 딥 엘 이라고 읽는게 맞습니다. 언론에서도 디플이라고 하는데가 있는데 끝의 L 이 소문자라면 그렇게 읽을 수 있겠지만 L이 대문자인 건 앞 부분과 분리해서 읽어달라는 의미이죠.
들어보신 분도 있겠지만 독일 회사입니다. ChatGPT와 거의 동시에 나와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ChatGPT같은 대화형 지능과 이 번역엔진이 결합된다면 정말 엄청난 게임체인저가 될 거란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각 언어 데이터를 따로 모으고 있는데 딥엘이 결합되면 거의 모든 언어의 자료를 다 모을 수 있을 거 같거든요. 언어의 바벨탑을 깰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첫번째 번역엔진입니다.
놀라운 건 미국 회사가 아닌 독일 회사인데 영어-독어는 물론이고, 영어권 데이터를 다 가진 구글이나, 한국에서 특화한 파파고보다 영어-한국어, 그리고 그 외 언어 (저는 스페인어를 좀 하는데, 스페인어-한국어 번역도 엄청나게 좋습니다)에도 더 나은 결과가 나온다는 거죠.
"I was so skeptical; now I’m blown away in a ‘take my money’ kind of way.”
한국인은 잘 안쓰는 운율, 라임을 활용한 기교가 들어간 표현이죠. 라임을 쓴 맨 끝의 kind of way(앞의 away와 댓구) 부분은 사실 전문 번역가에게 시켜도 그 기교 내지 뉘앙스를 살리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우리말은 이렇게 라임을 쓰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사실 이 문장이 번역이 어려운 부분은 하나 더 있어요. 바로 극히 쉬운 단어로 생각할 "now" 입니다.
영어를 좀 아시는 분은 동의하겠지만, 여기서 now는 그냥 명사가 아니라 '접속사'입니다. 과거형 문장을 쓰고 now라는 말로 문장을 시작하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강하게 대비할 때 쓰는 상투적인 표현이죠. 즉 now는 그냥 "지금은" 이 아니라 "예전과는 다르게 요즘은" 이라는 맥락을 깔게 되는 거죠.
1. 구글 번역은 이렇습니다.
"나는 너무 회의적이었습니다. 이제 나는 '내 돈을 가져가라'는 방식으로 날아갔습니다.”
(좋아서) '혼이 나갔다'는 뜻의 blown away를 '날아갔다'고 직역, 아니 오역.
kind of way는 "방식으로" 라고 미련하게 직역.
그리고 now는 "이제" 라고 직역.
전체적으로 끔찍한 수준. 구글번역이 나온지 오래되고 계속 학습을 함에도 별로 나아지는게 없습니다. 이 정도면 근본적인 AI에 문제가 있습니다.
2. 파파고 번역
"저는 너무 회의적이었습니다; 지금 저는 일종의 '내 돈을 가져가라'는 식으로 흥분했습니다."
구글이 실패한 blown away는 "흥분했다"로 어느정도 맞췄죠. 그러나 원어의 강렬하다는 느낌을 죽여버렸습니다.
kind of way는 "라는 식으로" 라고 잘 번역.
마지막으로 now는 역시 '지금'이라고 번역해서 실패.
한국어에 특화되다 보니 확실히 조금 낫습니다. 그러나...
3. 딥엘(DeepL) 번역
"회의적이었는데 지금은 '내 돈을 가져가라'는 식으로 감탄하고 있습니다."
blown away 의 느낌을 감탄이라는 단어로 가장 잘 전달.
kind of way는 파파고와 똑같이 번역. 앞서 이야기했듯 이 부분의 언어유희는 어차피 전문번역가도 어렵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감탄한 건데, now를 "~는데 지금은"라고 유일하게 맥락에 맞게 번역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을 보고 이 글을 쓰게 된 거죠.
AI의 학습구조가 다르다고 하는데, 이대로라면 몇 년 내로 아예 더 이상의 번역이 필요없는 수준까지 올라설 거 같아요. 번역가들에게 심각한 위기라고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