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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PT 받은 지 한 달.신나요

이루어져라 조회수 : 3,041
작성일 : 2023-04-11 09:16:40
10회 끊어서 이제 2회차 남았어요. 
저 운동 참 싫어했어요. 그나마 정 붙인 게 걷기. 걷기 하다보면 잡생각이 떠오르다가 그게 다 휘발돼 사라지더라구요. 그 과정이 좋았어요. 그래서 거의 10여년 매일 평균 7천보 정도 걸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환경이 바뀌고 아이들은 정말 독립을 해버렸고,날마다 남편과 둘이만 있다보니 심심해지더라구요. 만나던 사람들도 환경이 바뀌고 (부모님이 편찮으시거나,배우자가 아프거나 본인이 아프거나 ) 상황이 변하면서 예전처럼 자주 만나지 못하고, 또 만나도 늘 그 얘기 -누가 아프다.누구의 양가 부모님 중 한분이 괴상하게 늙어가시면서 자식을 괴롭히신다 - 등등. 
사람만나도 뭐 그닥  흥이 나지 않고요.그래도 사람을 만나면 좋긴 한데 ..그렇죠. 매너리즘?에 빠진 거죠. 

그러다가 문득 큰 결심을 한 것도 아닌데 덜컥 헬스장에 가서 피티를 받고 싶다고 등록해버린 거에요.mbti 에서 P는 비스무리하게도 나와본 적이 없는 완전 J인 제가 몇 년에 한 번씩은 이럽니다.계획해서 한 일은 심심하고 소소하고 큰 변화를 주지 못한다는 걸 경험해봐서 그런가봐요.그냥 미치광이처럼 들이댄 일 중에서 제 삶에 변화를 준 적이 많았거든요.

피티 1회차 받기 전 날..나 미쳤나봐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흥분되긴 했어요. 피티 1회차는 트쌤이 제 상태를 보아하니 뭐 빡세게 하고 말것도 없는 걸 알겠는지 대부분 매트에서 수업을 받았어요.전 그걸 하고도 그날 저녁부터 그 다음날까지 팔도 다리도 쑤시고 아파서 기어다녔구요. 

그리고 피티 받은 첫날부터 지금까지 뭐 하고 살았는지 기억이 없어요. 언제 이렇게 한달이 지났지? 오늘 아침 깜짝 놀랐어요.날마다 너무너무 바쁘고 정신없이 지냈는데 벌써 한달이 지난 거에요. 생각해보니 부모님 뵈러 매주 가서 자고 왔고 모임도 했고 종교활동도 했고 방송대 학생이라 과제물 작성도 했고 귀 뚫은 곳에 염증이 나서 피부과에도 갔었고 남편이 감기몸살에 걸려 일주일동안 남편 먹을 죽,소화잘되는 환자용 음식. 내가 먹을 단백질 음식을 같이 만드느라 바빴었는데 그런 건 지금 글 쓰려고 보니 생각이 나요. 

3회차에 매트운동에서 벗어나 하체는 머신을 쓰기 시작했어요. 걷기 꾸준히 한 게 보람이 있는 게 하체는 그래도 상체보다는 덜 약한 상태인거에요.상체는 아직도 머신을 못씁니다.엎드렸다 일어나는 푸쉬업 3세트 이제 겨우 해요. 아령인가 조그만 거 제일 작은거 들어봤는데 너무 무거운 거에요.도대체 10키로 이런 건 어떻게 드는지 ..그래도 언젠간 꼭 들고 열심히 어깨 팔 운동 하고 싶어요. 

상체근육이 없고 라운드숄더가 되니  등이 아프고 허리가 아프고..왜 등이나 허리가 돌아가면서 아팠는지 ,헬스 유튜브 영상 많이 보면서 이제야 깨닫고 있어요. 

폼롤러 마사지라는 것도 배웠는데 이것도 참 시원해요.이건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기구 사서 해보세요. 뻐근하던 거 다 풀리더라구요. 장요근이란 근육이 짧아지면 (이게 대체로 오래 앉은 사람에게 잘 생긴대요) 허리가 이상하게 아픈 거.정형외과 가도 별 거 없는데 나는 아픈 거.그게 장요근 때문이더라구요.이거 스트레칭 하고부터 허리 안아픈 것도 넘 좋구요. 유튜브에 장요근 검색하면 다 나와요.

제가 피티 시작하고 나서 금방 그만둘까봐 말 안하다가 재미가 붙고 앞으로 더 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가족에게 말했더니 아들이 참 좋아하더라구요. 엄마가 정말 이 운동 했으면 좋겠는데 잔소리처럼 들릴 거 같고 엄마가 운동 싫어하니까 말해봤자 소용없을 거 같아 말안했는데 정말 잘했다구요.  어떤 유튜브 영상에서도 젊은 헬스회원들에게 피티를 누구에게 권하고 싶냐고 물었는데 피티를 꼭 권하고 싶은 사람이 압도적으로 엄마더군요. 엄마가 했으면 참 좋겠는데 엄마가 운동싫어해서 안타깝다구요. 

살짝 좋은 건, 살도 없고 근육도 없어서 등처럼 붙어있던 엉덩이가 이제 제법 손가락을 꾹 누르면 들어가는 볼륨이 생긴 거에요.뭐 볼륨이랄 것도 없지만 제가 알잖아요. 마트용 삼립식빵 사이즈에서 빵집 두툼한 토스트사이즈는 됐다라는 거요 .뭐 엉덩이운동을 한 것도 없고, 하체운동을 머신에서 하고, 보조기구에서 하긴 하지만 스쿼트를 60개씩 5일동안 2주 매일 한 거..그게 다인데도 그래요. 

운동할 때 힘들긴 힘들어요.어제도 개인운동 하면서 레그 프레스 40 kg 마지막 4세트 13번째부터는 저도 모르게 으악 소리내가면서 다리 들어올렸어요. 다 하고 내려오면 못 서있겠고 후들거리고 ,스쿼트도 다 하고 보조기구에서 나오면 다리가 발발 떨리고 ..하지만 운동에 집중할 때의 몰입감이라는 게 좋더라구요. 그냥 무념무상.나는 아무생각이 없다.이 상태요.

오늘도 열심히 운동하고 올려구요. 아마 운동 다녀와서 샤워하는 재미도 큰 거 같아요.우울하면 제일 먼저 안하기 시작하는 게 씻는 거잖아요. 싹 씻고 배고파하는 내 위에 건강한 음식 넣어주는 거. 그땐 뭘 먹어도 맛있다는 것도 운동의 좋은 효과인 거 같아요. 

IP : 121.182.xxx.161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아아아
    '23.4.11 9:24 AM (14.50.xxx.31)

    좋은 선생님 만나셨나봐요. 부럽습니다ㅠ
    저도 pt하고싶은데...
    사람을 일대일로 만나야한다는 부담감이 참 ㅠ

  • 2. ....
    '23.4.11 9:25 AM (119.69.xxx.167)

    와...운동가고싶어지게 만드는 글이네요

  • 3. ..
    '23.4.11 9:29 AM (203.237.xxx.73)

    저 그 기분 알아요. 축하드려요. 제가 먼저 그 즐거움을 알게되고, 주변에 많이 권했지만,
    다들 선뜻 시작은 못하더라구요. 그래도 몇몇 친구들이나 가족은 그 길로 인도했어요.
    몰라서 그렇지 알면 절대 그만두지 안는 그 세계로 가신거 축하드려요.
    다만,,제가 한참 열 올라서 열심히 하던 시기에, 저는 부상이 찾아왔어요. 행동들이 빨라지고
    민첩해지면서 제가 집안에서도 뛰어다닌거죠. 목욕탕에서 미끄러져,,엉덩이 뼈를 다쳤어요.
    그래서 진짜,,한참 고생했답니다. 그만큼 몸속의 근육 하나하나가 새롭게 개편되면서,,다치기도
    쉬운 상태가 됩니다. 저처럼 고생하지 마시고요..꼭 조심조심 하세요. 전 잘 회복되서
    역시 운동이 낙인 상태로 삽니다. 몸 좋아지고, 건강해지고, 아무옷 걸쳐도 제눈에는
    예전의 저보다 훨씬 이뻐요.

  • 4. ...
    '23.4.11 9:29 AM (118.235.xxx.47)

    좋은 경험 공유 감사해요

  • 5. ....
    '23.4.11 9:45 AM (110.70.xxx.254)

    글도 참 맛나게 쓰시네^^

  • 6. 좋아요
    '23.4.11 9:58 AM (116.89.xxx.136)

    ㅎㅎ 좋아요 눌러주고 싶은 글입니당
    저도 PT시작한지 3일차이거든요
    원글님의 희열(?) 뭔지 어렴풋이 알거 같아요.
    첫날 저는 런지자세 중심도 잘 못잡고 비틀비틀 난리도 아니었어요 ㅋㅋ
    얼마나 근육이 없었는지 처참한 현실....폐경되고나니 그 빵빵했던 엉덩이와 허벅지가 순식간에 사라진 믿을수 없는 ...하지만 제가 자초한 걸 알기에 받아들이고 운동을 굳게 결심했어요.
    도저히 그냥 방치할 수 없는 수준으로 건강이 안좋아져서 우울증 일보직전까지 갔거든요.
    지금은 왠지 모를 기운이 넘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원글님처럼 쭈욱 신나게 운동하는 저를 그려봅니다^^

  • 7. ..
    '23.4.11 10:28 AM (61.254.xxx.210)

    멋집니다!!
    저도 작년 내내 근육운동해서, 건강해졌는데
    사소한 통증 방치했더니, 부상이 되어 4개월째 쉬고 있어요
    다치지 마시고, 계속 조심해서. 신나게 하세요^^

  • 8. 저는
    '23.4.11 10:31 AM (175.212.xxx.198)

    헬스 PT로 큰 근육만 쓰는 운동하다가
    필라테스 일대일 받고있는데 이것도 신세계예요
    일대일로 좀 배우면 그룹 들어가는것도 장점

    단, 진짜 강사 잘 골라가야해요 다칠수도 있는 운동이라서
    물리치료사나 도수치료사 하시던분 찾아하고 있어요

  • 9. ...
    '23.4.11 11:42 AM (222.107.xxx.225)

    저도 근력 운동 너무너무 싫어했는데..pt받고 크로스핏 하고.. 진짜 신세계.
    탄력이 말도 못하게 좋아졌어요. 진짜 남편이 와.. 20대 때 보다 40인 지금이 훨씬 몸이 좋아졌다고.. 불타게 오늘도 운동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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