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봄에 부린 호사

589 조회수 : 2,723
작성일 : 2023-04-03 18:02:03
섬에 갔다가 사람들이 많았지만 제가 간 코스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주말임에도 그런대로 한적했어요.


이상하게 길가에 핀 절정의 벚꽃은 예쁘다기 보다
허연색이라 초록색과 어울려 보이지는 않았고
그래서 좀 낯선 게 둥둥 떠있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섬에 들어가서 산에서 본 벚꽃은
색이 연핑크에 무엇보다 허옇게 소복같이 산을 다 덮고 있는 게 아니라
진달래, 동백꽃, 매화하고 섞여서 무더기를 이루고 있으니
산의 전체 초록색과 어울려서 너무 예뻤어요.
역시 한가지 일색은 뭐든 물리고 질리게 하는데 꽃들이
울려 있으니 꽃들이 각각의 색이 모두 너무 예쁘더라구요.
거기다 갓봄이라 이제 겨우 연둣빛으로 갈아입은
입들보면서 나라도 신록예찬이 떠오르게 만들고
짓푸른초록과는 또다른 싱그러운 생명을
느낄 수 있었는데 앞으로 이제 저걸 몇 번 볼 수
있을지 계산 해보니까 다리 성할 때 열심히 다녀야겠다 싶어요.
햇볕이 잘 드는 곳에는 쑥은 또 얼마나 많던지
아무 생각 없이 가서 쑥이네 하고 들여다 보다가
쑥을 한봉지 뜯어왔어요.
아직 새 봄이라 쑥도 여리고 여려서 아무 도구도 없이
손으로만 잘라도 어찌나 잘 잘리던지 국끓일 정도
뜯는데 얼마 안 걸렸는데 향이 정말 좋더라구요.
섬에선 그 섬이 돈버는 특용 작물이 있어서
쑥같은건 쳐다도 안보던데 쑥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걸
어릴 적 추억 생각하며 뜯어와서
도다리 아닌 가자미 넣고 쑥국 끓였는데
쑥향이 너무 좋네요.

더 내려와서 바다로 오니 썰물 최고때라 바닷물이 쑥
빠져나가고 드러난 돌멩이에는 또 굴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고동은 바닥은 다 고동천지라
갑자기 수렵시대 인간이 되어서 굴도 깨먹고
손톱이 새까매져서 돌아왔어요.
굴 양식장 아니고 물 빠지면 사람 다닐 수 있는 길이 나는 식이었지만 자연산 굴은 껍질이 얼마나 단단하고
촉수도 단단하게 붙어 있는지
굴깨느라 힘을 너무 쓴 거 같아요.

오늘의 결론 굴은 사치품이다. 특히 자연산은 그 단단한
껍질을 벌리고 속살을 다치지 않게 꺼낸다는 게
너무 너무 공이 드는 일이다. 자연산 굴을 금방 까서
먹으면 그 짭조롬한 고소함은 최고다.
But 자연산 굴맛에 빠져서 그거 깨다 보면 어깨빠진다.
어깨 빠지지 말고 자연산 굴은
그냥 돈내고 사먹자. ㅎㅎ




IP : 117.111.xxx.19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허브
    '23.4.3 6:14 PM (211.36.xxx.48)

    올 봄 기억에 남을만한 좋은 추억 만들고 오셨네요.
    저도 자연과 어우러진 벚꽃이 아름답지 벚꽃만 수두룩한건 좀 이상하더라고요

  • 2. 쓸개코
    '23.4.3 6:50 PM (118.33.xxx.88)

    원글님이 글을 잘 써주셔서 읽는 저도 봄 호사를 누리네요.
    저 사는 동네 야산도 주말에 울긋불긋 꽃대궐이 되고 있는데 참 좋더라고요.

  • 3. 82작가님
    '23.4.3 7:45 PM (114.203.xxx.145)

    봄을 예쁘게 표현해주셔서 굳이 밖에 안 나가도 되겠어요.
    12폭 병풍을 표현한 것 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457516 노인분들 주간보호센터 잘 안가려고 하시나요? 12 치매 2023/04/08 3,373
1457515 버거킹 킹치킨버거 구독 진짜 최고인듯.. 9 ㅇㅇ 2023/04/08 3,325
1457514 전두환 전에 대통령이 누구죠? 5 ㆍㆍ 2023/04/08 2,036
1457513 엄마 잘 해주고 싶은데 거절을 많이해서 뭘 못 하네요 14 .. 2023/04/08 3,682
1457512 ssg 무슨 일이 있나요? 2 ㅇㅇ 2023/04/08 5,076
1457511 이과는 컴공 보내세요 30 .. 2023/04/08 5,715
1457510 Pd는 어떤 직업인가요? 7 ... 2023/04/08 1,336
1457509 연예인들 씀씀이 장난아니라 전문직과 결혼 힘들어요 8 ... 2023/04/08 5,894
1457508 이뽑고부터 혀를 자꾸 씹어요 ㅜ 2 ㅇㅇ 2023/04/08 931
1457507 10시 양지열의 콩가루 ㅡJMS 폭로자 메이플은 안전할까? 1 알고살자 2023/04/08 1,794
1457506 그럼 연고 어문과 이대 컴공, 둘중 선택하라면 27 2023/04/08 3,505
1457505 사먹는 열무김치 원래 국물이 이렇게 많나요? 4 ㅇㅇ 2023/04/08 1,219
1457504 전우원 왜케 걱정되고 생각나죠?ㅠ 8 2023/04/08 1,708
1457503 가죽을 2센티 정도 자를 때 어떤 기구 쓰나요 2 가방 2023/04/08 528
1457502 당근 거래할때요 보통 34 ... 2023/04/08 3,321
1457501 윤석열이 일광수산에 간 이유.jpg 45 .. 2023/04/08 6,643
1457500 오늘 라포엠 고양콘서트 가시는분 계시나요~~~^^ 3 ^^ 2023/04/08 858
1457499 신성한 이혼 강말금 배우요 16 ..... 2023/04/08 5,208
1457498 4월에 대전에 무슨 행사 있나요? 5 궁금하다 2023/04/08 1,434
1457497 돈 생각 하면 어디 못가지 싶네요... 18 2023/04/08 6,629
1457496 passatta 가 뭔가요? 2 토마토 2023/04/08 2,062
1457495 부자의 기준..25억 이상을 잃고.. 13 .... 2023/04/08 4,576
1457494 7사단 수료식 3 커피나무 2023/04/08 852
1457493 직접 항의한다더니 원전 발 못 들인 민주당…"준비 부족.. 36 .... 2023/04/08 1,872
1457492 청와대 안 들어간 이유 24 ㅇㅇ 2023/04/08 6,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