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쓴 글이냐고 했던 댓글이예요
토요일 밤에 담궈서 월요일 저녁에 뽀글뽀글 기포는 올라오지만 풋내 작렬에 여전히 뻣뻣하고 생맛이라, 냉장고에 넣지 않고 그냥 실온데 두었어요
어제 화요일 저녁에 열어보니 여전히 풋내가 나서 실망했거든요
그래도 할 수 없이 냉장고에 넣으려고 작은 통에 소분하면서 먹어보니 잘 익었어요
여전히 씩씩한 대가리쪽 줄기는 덜 익고 풋내가 남아있었지만, 중간 아래, 줄기와 잎사귀, 얼갈이들은 제대로 맛이 나서 저녁에 한그릇 꺼냈어요
그 풋내가 익으면 없어지나봐요 ㅎㅎㅎ
저도 망칠까 걱정이라 노심초사 했는데, 어느 댓글님이 발효의 신이 뒷일을 담당해서 맛있게 해줄거라고 그리스 현자처럼 써준 댓글만 믿고 기다렸더니 정말 잘 되었어요
솔직히 오십 넘어 처음 담군 열무 얼갈이김치라 걱정했거든요
직장인이라 김치 사먹기만 했는데, 열무나 깍두기는 아무리 찾아도 입맛에 맞지 않아서 거의 포기하고 살다가 깍두기는 무 한개씩만 해먹는걸고 갈증을 풀어왔어요
제가 복잡한 단계 싫어서 김치도 풀죽 쒀 넣는 건 안해요
그냥 절이고 버무리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맛이 나니까요
엄니도 딱히 풀죽 안 넣고도 김치 척척 잘 하셨던 기억도 있고...
근데 울 엄니도 반드시 풀죽쑤는 김치가 열무김치였거든요
그게 귀찮아서 내내 열무김치 미루면서, 또 다른 몇몇의 요리 멘토 할머님들께 여쭤봐도 딴 건 다 풀죽 안넣어도 되는데 열무는 풀죽 안 넣으면 풋내나서 못먹으니 열무만 풀죽 넣으라고 해서 그 풀죽이 뭐라고 귀찮아서 여태 한번도 안해봤거든요
근데 그눔의 입맛이 귀찮음을 이기네요
풀죽까지 쒀서 열무김치를 담그다니....
울 엄니 열무 물김치는 고춧가루 직접 안 넣고 면보자기에 넣고 조물조물 빨간 물만 내서 담가요
그래서 국물이 은은한 살구색? 연분홍색?으로 아주 연해요
근데 파는 열무 물김치는 이런 게 없어요
다 새빨간 국물 열무 물김치라서 사먹을 수도 없어요
나이가 들수록 입맛이 꼰대가 되서 혓바닥 만족을 자꾸 추구해서 귀찮은 짓을 벌여요
제 모토인 대충 먹고 살자와 정반대로...
아, 귀찮은데 아마도 울엄니식 물김치도 또 담그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예요
귀찮은데 먹고 시포요.... ㅠㅠ
암튼, 얼갈이 김치 걱정하시던 님의 얼갈이도 제 김치처럼 지금은 훌륭해졌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