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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아래층 사람들(층간소음)

기억 조회수 : 3,646
작성일 : 2023-03-28 21:02:11
15년 전쯤

지방에서 갑자기 서울로 이사를 갔어요 집을 못 구해서 대형 평수 시부모님 댁에 들어갔는데 시부모님 눈치 보는 것도 힘든데 그때 애들 나이가 4살 6살 이랬거든요 큰애는 쪼끔 말을 알아듣는데 작은 애가 컨트롤이 안됐어요

그래서 아래층 걱정을 되게 많이 했는데 다행인 건 아래층 아줌마는 그래도 내가 인사하면 마지못해 웃으면서 인사는 받아 주더라구요

그런데 아래층 아저씨가 전형적인 조폭 이미지였어요 깍두기 스포츠머리에 금체인 목걸이에 배바지 클러치.

인사도 못하겠더라고요 무서워서요.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애를 유모차에 태워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하필 이 아저씨가 아래층에서 탄 거예요

순간 나도 모르게 우리 애한테 누구야 아저씨한테 인사드려 시켰어요.
그러니까 아저씨도 나름 인사받으려는 자세를 취하고요
근데

애가 아저씨를 쭉 보더니 흥 하고 고개를 휙 돌려요.

당황해서 더 큰 소리로 누구야 아저씨한테 인사드려야지 하니까

하니까 애가 이번에 더 크게 흥 하면서 고개를 돌려요

이젠 저도 거의 제 정신이 아니고 반미친상태에서 아주 아주 큰 소리로 누구야! 아저씨한테 인사드려야지!!

그런데도 여전히 흥하고 고개를 돌리더라구요

그리고 일층 문이 쫙 열렸는데 아저씨가 나가기 전에 갑자기 우리애를 보고 이러는 거에요

음...지금 니가 나한테 이럴 처지는 아니지 않니?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럼요 우리 아무개가 이럴 처지가 아니죠. 했는데 생각할수록 너무 웃기더라구요. 시부모님도 남편도 이야기 듣더니 깔깔깔 웃고요.

아무튼 생각보다 무서운 아저씨는 아니었고요.

그렇게 거기서 무사히 1년 살고 나왔어요.

그리고 다음 이사 간 집은 역시나 고층이었고 이번에도 둘째 뛰는 거 땜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워낙 툭툭툭 뛰는 타입이라..

아래층을 봤는데 아저씨는 저녁 늦게 들어오는지 보기 힘들었고 아주머니를 봤는데 아주머니가 분위기 싸해서 말도 못 붙이겠더라구요

자녀들은 안 보이고 한 40대 후반 쯤 되는 부부였는데.

어쨌든 간에 마음을 졸이면 늘 살다가 맛있는 거 생기면 두어번 문고리에 걸어놨어요. 맛있게 드세요 메모 쓰고 올라오고 이런 식으로요..

그러던 어느 날 아주머니가 드디어 저희 집 초인종을 누른거에요 그때 한참 우리 애들 놀고 있었거든요

아 그래서 드디어 올라오셨구나 죄인처럼 문을 열어 드렸어요 그리고 열자마자 정말 죄송합니다.애들이 너무 뛰죠

하니까 아주머니가 조심스레 아니 그것 땜에 올라온 게 아니라 지금 물이 새고 있어요 그러는 거에요


그래서 당장 가서 봤더니 진짜 물이 새드라구요

관리사무소 당장 전화했더니 지금 이 아파트 여기저기서 물이 새고 있다고. 원래 이 아파트가 물이 자주 센다네요

안 그래도 애들 땜에 죄인인데 한시라도 빨리 고쳐 드려야 될거가 돼 가지고 옷 돈 줄 생각으로 아저씨 오라 그래서 재빨리 고쳐 줬거든요.

실제로는 아저씨가 일감이 연속 생기니 좋아서 우리집은 깍아줬어요.

그날 바로 고친걸 아주머니가 며칠 있다가 아신거예요

이렇게 성의 있게 빨리 해 줄 줄 몰랐다고 완전 감동하더니 커피 마시라고 놀러 오라고 해서 갔어요.

그랬는데 알고 보니 강남에서 애들 대학까지 다 보내고 이사 오신 분들이셨고

애들은 맨날 늦게 들어오고 아저씨도 늦게 들어오시는 편인데

아저씨가 층간소음 하나도 신경 안 쓰고 잠잘 때도 누구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둔한 사람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애들 뛰라 그러더라구요

생각보다 참 좋은 분들이었는데 이분들도 1년 있다가 이사 가버리셨어요

그리고 저희도 그 다음 해에 1층으로 이사 갔고요.

층간소음 때문에 얽히긴 했어도 참 좋은 이웃들이었어요 아래층 분들 아직도 기억납니다 우습기도 하고.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개인주의적이고 피해받는 것도 되게 싫어하고 또 피해 주면서도 당당하고 또 그렇더라구요 또 인간미가 좀 적어지는 느낌도 들고 삭막하고요.
IP : 223.39.xxx.250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3.3.28 9:11 PM (223.39.xxx.250)

    기억에 남는건 그때 제가 막 강남가서 애들 키워야 하나 고민할때라 그 이야기를 하니까 이 아주머니가 강남가서 키우라고 막 신나서 말씀을 하시는거에요. 자녀분들을 다 스카이 보내고 이사나오신거라..
    그때 강남폭등중이라 겁먹고 있으니 전세는 싸니까 전세가라고.
    그 분도 저처럼 지방서 올라와 강남에서 전세 살면서 애들 학교 보냈다고요.
    한쪽은 전라도 토박이, 한쪽은 경상도 토박이 ㅎㅎ
    두 지방출신끼리 1년간 친하게 지내다 그 분은 고향으로 가셨고
    저희는 1년후 강남 소형 전세 1층으로 이사가서 그 잘 뛰던 둘째가 올해 대학갔어요.
    저더러 대치동 아파트이름까지 친절히 알려주셨었네요
    추억은 방울방울.

  • 2. ㅅㅅ
    '23.3.28 9:13 PM (180.92.xxx.238)

    원글님도 좋은 분이고 아랫 층 분들도 좋네요. 불가피한 측면도 있는데 이렇게 서로 염치를 알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읽는데 괜히 흐뭇

  • 3. ㅋㅋ
    '23.3.28 9:14 PM (39.7.xxx.41)

    조폭스타일 아저씨 집근처에서는 나름 젊잖으시네요
    ㅋㅋ 웃었네요

  • 4. 오마나
    '23.3.28 9:29 PM (175.113.xxx.252)

    얼마전 엘리베이트에서
    우리 윗층 젊은분이 초등 저학년쯤 보이는 아들과
    함께 타더니 제가 자기집 아래층 이라는걸 알고서는
    아들 머리를 눌러서 수그리게 하더니만 저한테
    인사 하라고 다그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아니 아니 안 그래도 된다고 우리는 바로 밑이 아니고 대각선쪽이라 상관 없어요 하고 서로 웃었네요 ㅎㅎ

  • 5. ..
    '23.3.28 9:34 PM (211.243.xxx.94)

    둘째 아이 넘 귀여워요. 흥 인사 안하고 싶은 그 곤조. 왜 이리 귀엽나요. 깍두기 아저씨도.니가 지금 나한테 이러면 안되는 거 아니잖니라니.. 콩트 본 기분이네요. 원글님 감사.

  • 6.
    '23.3.28 9:35 PM (39.7.xxx.83)

    저도 32개월차이 두아이 키우며 터득한 층간소음 해결방법은 원글님 처럼 항상 죄송합니다. 하며 애들 단두리하면 어지간하면 봐주시더라구요. ㅠ 저희애들 어릴때 아랫층 아저씨는 포기했으니 실컷뛰라고 ㅠㅠ 말이라도 감사했었죠

  • 7. 지금도
    '23.3.28 9:40 PM (223.39.xxx.250) - 삭제된댓글

    잊혀지지 않은게 그 조폭 느낌 아저씨가 그래도 4살짜리에게 인사받아 보겠다고 나름 근엄하게 서서 우리애를 바라보던 모습요.
    ㅎㅎㅎㅎ
    근데 그런 아저씨를 빤히 보더니 흥! 세번이나 퇴짜를 놨어요.
    애가 지금도 곤조(?)같은게 확실히 있어요.

  • 8. 지금도
    '23.3.28 9:43 PM (223.39.xxx.250)

    잊혀지지 않은게 그 조폭 느낌 아저씨가 그래도 4살짜리에게 인사받아 보겠다고 나름 근엄하게 서서 우리애를 바라보던 모습요.
    ㅎㅎㅎㅎ
    근데 그런 아저씨를 네살짜리가 빤히 보더니 흥! 세번이나 퇴짜를 놨어요.
    애가 지금도 곤조(?)같은게 확실히 있어요.

    다들 건감하게 잘들 지내시기를요...

  • 9.
    '23.3.28 10:08 PM (1.235.xxx.160)

    옛날에 조카를 데리고 1년 산 적이 있었는데,
    세네살 될 땐데, 뛰는 게 너무 귀여운 거예요.
    (지금은 다 커서 군대갔어요...)
    그래서 집에서 맨날 뛰라 그러고 박수치고 했어요.
    그리고 나중에 윗집이 이사와서 애들이 다다다 뛰는데,
    그게 다 들리는 거예요...
    우리 아랫집에서 얼마나 시끄러웠을 지...
    그 때서야 알았죠...ㅠㅠ
    그래서 저도 애들 뛰는 건 그냥 기꺼이 참고 살아요...
    내가 지은 죄를 갚는다 이런 맘으로...ㅎ

  • 10. 귀엽네요
    '23.3.29 1:30 AM (188.149.xxx.254)

    우리 큰애 3살이고 작은애 백일 되었을때 아랫집 아줌마가 우리집애들이 둘이서 너무 뛰어서 시끄럽다는거에요.
    애들 나이 몇살이냐고해서 큰애가 세살 작은애가 백일 되었다니깐 입 딱 다물더니 다음날 아이 백일 내복을 사오셨네요... 그 집에 처음 들어갈때부터 엄청 조심하고 수박사들고 인사하고 뭐 하면 내려가서 드렸었어요.
    우리애 욕먹을까봐 엄청 조심하구요.

    다음으로 이사간집은 작은애 5살 큰애 7살부터 삼 년간 살다 나왔는데,,
    글쎄 그 삼년간 밑에집 애들이 중3이되고 큰애가 고3으로 수능을 치렀다는....@@
    밑에집 중3남아에게 우리집 시끄럽지 않았냐고 허겁지겁 물었더니 조용햇다고 소리 없었다고 명랑하게 말해줘서 어찌나 고맙던지.
    아랫집 분들 보니깐 웬 보살님부처님 상이 떠억...너무너무 너무 양반 스타일 이었어요.
    한눈에 봐도 진짜 차분하고 호인같은 분들. ㅠㅠ
    하긴 그 집에서 애들이 뛰어놀 시간도 없이 학교에 보내고 유치원 보내고 나면 작은애 데리고 공원가서 실컷 놀리고 큰애는 학원 돌리다가 저녁 먹고 둘 다 일일공부에 목욕시키고 재웠으니 두 발들이 식탁의자 위에 공중부양 되었지요...휴 다행...

  • 11. 혹시
    '23.3.29 3:54 AM (188.149.xxx.254)

    조폭이 아니라 형사님 아니었을까요.
    너무 귀여우세요...말도 행동도 넘 귀여움...그 아재요.

  • 12. 저희집
    '23.3.29 10:00 AM (124.49.xxx.138)

    위층에 부부만 계시는데 손자들을 데리고 봐주셨어요
    좀 크니 제법 소리가 쿵쿵 하더라구요
    언제 한번 엘레제이터애서 한번 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가
    안녕? 니가 그렇게 콩콩콩 소리내는 애구나~
    그랬어요
    할아버지 멋적어하시고 그 후로도 살짝 소리 났지만 시간 흐르고 애도 커서 덜 오고 하니 소리도 안 들려요
    시간 지나는게 쓸쓸하고 아쉽고 그렇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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