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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빠를 생각하면요ㅠㅠ

조회수 : 4,517
작성일 : 2023-03-19 19:45:10
1969년생인 제가 국민학교 다닐때가 생각나요.

첫번째 기억은요.
8세입학 전날 구들목에서 밍크담요에 발을넣고 계속 벽시계만 쳐다봤어요.아빠가 퇴근하시면서 빨간줄에 백설공주 그려진 손목시계를 사오셨어요 아직도 그시계를 그릴수있어요.그만큼 좋았어요.

두번째는 매일밤 퇴근하시면 신문지위에다 저희 3남매 필통속 연필을 모두 내놓고 손잡이없는 도루코 면도칼로 사각사각 끝은 뾰족하게 깍아서 필통속에 나란히 넣어주신게 생각나요.연필깍기가 나오기 전까지 매일 해주셨어요.

세번째는 매번 신학기가 되면 달력뒷면으로 책을 싸주셨어요.
그리고 싸인펜으로 국어.산수.사회.자연 이리 적어주셨어요.
전기구이 통닭도 자주사오시고 군고구마도 사오셨어요.

여름에는 자동차도 없을때였는데 매번 해수욕장에 데리고 가셔서 검정튜브에 태워주셨어요.집에오면 등껍질이 확 벗겨져서 얼마나 따가웠는지요.중고등때도 남들은 졸라서 겨우산다던 워크맨.씨디플레이어도 알아서 사주셨어요.제가 아빠말을 조금만 더 잘들었음 지금과는 다른삶을 살았을거예요ㅠㅠ

그리 사랑을 주시던 아빠가 이제 84세가 되셨고 암을 2번이나 겪으셨어요.저에게 아빠는 큰 나무이자 하나님보다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날이 가까워지고 있단걸 느끼는 요즘입니다.
돌아가시기전까진 제가 최선을 다해서 모실거예요.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우리아빠.














































IP : 1.251.xxx.85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버지가
    '23.3.19 7:48 PM (14.32.xxx.215)

    따님덕에 편안히 가실수 있기를 빌게요
    사랑해요 우리 아빠 ㅠ

  • 2. 부모복이
    '23.3.19 7:48 PM (59.23.xxx.132)

    원글님은 충분히 사랑 많이 받고 자라셨네요
    좋으셨겠어요
    아빠가 가정적이시고 최선을 다한 아주 좋으신
    분이셨네요

    저는 10살에 아빠가 돌아가셔서 아주 어릴때부터
    사는게 힘겨웠어요.

  • 3. ..
    '23.3.19 7:51 PM (68.1.xxx.117)

    부러워요.

  • 4. ㅇㅇ
    '23.3.19 7:54 PM (58.124.xxx.225) - 삭제된댓글

    저도 그나이쯤이고 아버지도 비슷. 에피소드도 비슷.
    아침마다 어린이 신문 머리맡에 두시면서 아버지가 깨워주신 기억.
    제게 평생 큰소리 한번 내신적 없어요

  • 5. 아 눈물나
    '23.3.19 7:57 PM (222.234.xxx.237)

    2번 우리아빠에요.
    그리고 저는 늘 아빠가 수건으로 제 머리를 털고 말려주셨어요.
    제가 1학년 되자 아빠가 빨간시계 사주셨는데 백설공주였나 미키마우스였나 기억이 안나요. 늘 차고다녔는데 뛰어놀다 그만 잃어버렸댔죠.
    아빠는 퇴근하실때 종이가방에 담아주는 제과점빵 종종 사오셨어요. 빼빼로 둥근통에 든것도 종종.
    그때가 넘 그립네요

  • 6. ㅇㅇ
    '23.3.19 7:57 PM (1.229.xxx.156)

    제 첫번째 기억은 아버지가 새자전거를 장만하셨는데 자식3명 돌아가면서 뒤에 태우고 동네한바퀴 돌은거하고요...
    연필도 멋지게 잘깎아주셨고...
    특히 소풍때 김밥을 전담으로 싸주셨어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손자소풍으로 김밥싸시는거 동영상 찍어놨는데 그거 보면서 회상하곤 합니다.

  • 7. 아 눈물나
    '23.3.19 7:58 PM (222.234.xxx.237)

    담날 아빠가 뾰족하게 깎아주셨던..가지런히 필통에 들어있던 연필들.. 원글님 아버님도 가정적이시고 딸 많이 이뻐하셨겠죠...

  • 8. ㅇㅇ
    '23.3.19 7:59 PM (1.229.xxx.156)

    윗님..저도 아빠가 월급날 제과점 빵을 정말 한보따리 사오셨어요~~월급은 노란봉투에 담아오셨죠~~

  • 9. 아 눈물나님
    '23.3.19 8:02 PM (1.251.xxx.85)

    그시계 미키도 있었어요.시계끈이 천재질이었어요.

  • 10. 하나님보다
    '23.3.19 8:02 PM (59.1.xxx.109)

    당연 부모님이 소중하죠

  • 11. 우리
    '23.3.19 8:23 PM (223.62.xxx.35)

    아버지도 우리들 연필을 다 뾰족하게 깍아주시고 새 교과서 받아오면 달력뒷면으로 싸주셨어요. 엄청 다정한 아버지는 아니셨지만 아들 딸 편애 안하시고 폭력적인 면이 전혀 없으셨던...지금 추억해보면 감사했어요. 하늘나라에선 아픈데 없이 잘계시겠지요? 아버지 감사합니다.

  • 12.
    '23.3.19 8:23 PM (14.42.xxx.224)

    저도 그런 아빠계셨죠
    너무 일찍하늘나라 가셨습니다
    사랑해요 아빠

  • 13. .....
    '23.3.19 8:31 PM (58.126.xxx.214)

    저도 평생을 사랑만 주신 아빠가 계셨습니다.
    저는 원글님보다 많이 어린데, 저희 아빠는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5년만 더 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네요. 평생 받기만 하고 해드린 것이 없다는 생각에 돌아가시고 많이 힘들었어요. 아직도 사실은 힘듭니다.

    아빠와 비슷한 연배의 어른신들 보면 괜히 울컥합니다.

    아직도 아빠 생각만 하면 울컥울컥 합니다.

  • 14. 어머나
    '23.3.19 8:36 PM (58.225.xxx.216)

    원글님. 댓글님들 너무 부러워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확실히 자식들은 부모사랑먹고 자라고 오랫동안 기억하나봐요.
    제 어린시절은 따뜻함없는.. 그냥 흑백이기만 헀는데..

    나는 그런부모 못만났지만 제 아이들한테는 그런 기억을 주도록 노력해야겠어요.

  • 15. 생각나네요
    '23.3.19 8:37 PM (118.235.xxx.25)

    새학기 되면 아빠가 달력뒷면으로 책을 싸주셨고 초등입학하기전 낮잠을 정신없이 잤는데 잠결에 아빠가 저를 부르시길래 눈떠보니 예쁜 딸기 모양 지갑을 저 줄려고 들고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나네요ㅠ

  • 16. 부러워요
    '23.3.19 8:41 PM (121.182.xxx.161)

    제 아버지도 가끔 원글에 쓰신 그런 거 하셨지만
    폭력적이고 권위적 가부장적
    친척들에게 생색내느라 가족은 뒷전
    엄마랑 날마다 싸우셨어요

    정말..정이 없어요.

    부정이 뭘까 진심으로 궁금하구요

    그래도 당신 본인도 엄청 생색도 내시지만
    아버지가 일해 벌어온 돈으로 우리 키우고
    시집보내고 했던 거 존중하는 마음으로
    겉으로는 네네 하면서 지냅니다.

    원글님이나 댓글님처럼
    아버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그런 감정은 없지만요

  • 17. 크롱
    '23.3.19 8:48 PM (1.239.xxx.94)

    전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어릴적 4남매 다 썰매만들어주시고 마당에 그네 달아주시고 하셨던게 생생해요
    다정스럽게 말씀하시진 않으셨지만, 늘 격려해주시고 잘 챙겨주셨어요

    연세든거 체감 못하고 늘 정정하시다 믿고있다가 갑자기 뇌출혈로 입원하셨다 결국 몇달만에 돌아가셨어요
    3년 넘었는데 아직 너무 속상하고 죄송하고그래요
    건강하실때 더챙겨드리고 사랑한다고 말씀 못드려 속상해요
    아빠! 제가 정말 존경하고 사랑해요 감사했어요

  • 18. 음음
    '23.3.19 8:58 PM (223.39.xxx.216)

    좋은 아버지와의 행복한 경험.
    글로 배우고 갑니다.

  • 19. 비슷한 추억
    '23.3.19 9:14 PM (116.43.xxx.34)

    한참 아빠가 그리울 나이 67년생입니다.

    1.아빠 퇴근길 마중을 나가면
    엄마는 사주시지 않던 과자나 학용품을
    사주셔서 자주 마중나갔어요.
    늦게 오시는 날에는
    분홍 꽃그림 그려진 흰종이에
    포장한 영양센터 통닭(치킨아님!)과
    함께 술냄새 풍기시며
    까끌한 수염이 난 볼 부벼주셨죠.

    2.저희는 1학년 입학하고 영어로 보스톤?이라고
    써진 미제 연필깎이를 벽에다 설치해주셨어요.

    3. 저희도 흰 달력으로 싸주시는데 아빠는
    책꽂이에 꽂았을 때 보이는 부분의
    맨 위와 아랫 부분의 종이를 안쪽으로 접어 넣어
    안찢어지게 하는 비법이 있으셨어요.
    아빠가 필체도 좋으셔서
    국어,산수,자연 멋지게 써주시고
    열심히 잘하라고 머리 쓰다듬어 주신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 20. 저도 눈물이....
    '23.3.19 9:15 PM (58.126.xxx.44)

    에피소드들 너무너무 저희 아빠랑 비슷해요
    입짧고 안먹는 저를 위해 늘 제가 좋아하는걸 사오시던 기억....ㅜㅜ

  • 21. 플럼스카페
    '23.3.19 9:33 PM (182.221.xxx.213) - 삭제된댓글

    저는 아버지가 상견례 하실 때 저희 시부모님에게 "자라면서 부모에게 기쁨을 많이 준 딸입니디. 잘 부탁드립니다." 하셨는데 울컥했어요.

  • 22. 천천히
    '23.3.19 10:19 PM (218.235.xxx.50)

    벚꽃이 피면 밤에 꽃구경을 갔어요.
    광주에 있던 농촌진흥청 으로요.
    지금은 그곳도 없어지고 아빠도 돌아가셨어요.
    무섭고 엄한 아빠셨는데 가장으로써 정말 튼튼한 울타리셨지요.
    돌아가신지 30년쯤 되었는데
    아빠가 돌아가셔도 이렇게 잘 살고 있다는게 슬프기도하고 어색할때가 있어요.
    지금은 서울에 사는데 가끔 광주갈때마다 없어진 추억의 장소가 찌릿해옵니다.

  • 23. ㅇㅇ
    '23.3.19 10:55 PM (125.132.xxx.156)

    저도 같은 나이고 고무튜브 등까진 추억도 비슷한데
    저희아빤 돌아가셨어요
    조금만 더 사시지
    어느날 아침 갑자기 떠나셨어요..
    그날이 늦게오시길 그리고 평안한 이별 하시기 기원합니다

  • 24.
    '23.3.19 11:06 PM (39.123.xxx.236) - 삭제된댓글

    저도 존경할수 있는 아버지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부러울뿐입니다

  • 25. ...
    '23.3.20 7:57 AM (58.148.xxx.236)

    소풍전날 퇴근하시는 아버지 기다리면
    누런 봉투에 담아져 있던 과자와빵들..
    그립네요

  • 26. ......
    '23.3.20 8:04 AM (211.49.xxx.97)

    부럽다...... 저런걸 경험해보지못해서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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