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형제자매라면 빚 내서 도와주고 아프다고 징징거리면서도 그 집들이 일 있다면 고속버스타고 달려가 도와주고. 엄마는 결혼 뒤 맞며느리 역할 잘 했는데 보면 이건 해야되니 하는 거지, 별로 애착이 보이진 않았어요. 물론 없는 집 장남한테 시집와서 시부모 병수발 하고 시동생 장가보내고 고생은 많아 하셨지요. 그건 정말 대단해요.
저한테는 살갑게 신경 써주는 엄마는 아니었어요. 바쁘기도 했고 일도 많았고. 못하면 소리지르고 나무라긴 했어요.
제가 대기업 들어가서 갭으로 아파트 한 채 사둔게 자꾸 올라 그거 전세금이 야금야금 올랐는데 엄마가 다 받아 썼더라구요. 마지막엔 그거 팔아 쓰면서 제 대학원 등록금은 부모님이 내줬어요. 그러고 보니 크게 받은 건 없네요. 장학금도 많이 받았고 국립대라 등록금도 쌌었고.
제가 잘하면 당연한 거고 이기적이라 자기 것만 잘 챙겨 그런 것이고, 동생이 못 하면 너무 안타깝고 누나한테 치어서 그런 거고.
엄마한테 가족은 본인 형제자매와 본인 아들, 친정 고모 뿐인 것 같아요 가끔 보면. 저한테도 자기 고모 아들 얘길 가끔 뜬금없이 하는데 저는 한 번 본 적도 없는 사람이거든요. 엄마 고종사촌인거죠.
제가 다시 돈 벌자 자꾸 돈달라고 전화를 하더라구요. 아들이 백수로 이것 저것 벌리면서 부모님 돈 빼다 쓰는 눈치였어요. 아들은 어떡하든 잘 되어야 한다고 엄청나게 책임감 느끼더군요.
나는? 나는 어떡해? 하면 너는 니가 알아서 잘하잖니.
저도 이제 부모님이 그 아들이랑 알아 잘 하시도록 놔두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