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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말기인 아빠를 뵙고 왔는데

ㅁㅁ 조회수 : 9,014
작성일 : 2023-02-17 23:09:47
팔십 가까운 친정아빠가
전화할 때 목소리가 너무 안좋으시고
내가 이번 달을 넘길지 모르겠다..하시길래
오전에 다녀왔어요.

살도 많이 빠지시고 
기력도 없고
의사 얘기도 치료 거부하는 아빠 딱히 뭐 해줄게 없다 하시는...
그냥 산소기나 쓰고,
뭔 증상 있으면 응급실로 가라고.
그래도 입성도 베레모에 아빠 좋아하시는 
베이지색 패딩에 카키 니트에..이발도 깔끔하시고..

그런데 해물탕 드시고 싶다고해서
연포탕을 사드렸더니 잘드셨어요
난 질겨서 잘 넘어가지도 않던데
나보다 훨씬 많이 드심. 
암튼 기운이 괜찮으시다해서
스벅 갔더니
자바 프라프치노 드시고,

저를 보더니
너 몸무게가 몇이니 딱 보니 55-56키로 나가게 생겼구나
(저 54.5키로입니다.)
영어 들으면 몇 퍼센트 알아듣니(제가 영어 잘했음다)
중국어는 안까먹고 잘하니(전공임다)
안아프셨을 때 만날때마다 하던 질문 똑~~~같이 하시네요.

물론 기력 좋으셨을 땐,
스쿼트 몇 개 하니, BMI가 몇이니, 체지방 몇퍼니 이런것도 물어보셨음. 
매번 그러셔서 속으로 궁시렁 거리고 짜증나고 그랬어요.
날 고딩으로 아나....낼모레 50이구만. 

오늘은 반갑더라고요.
아빠 아직 살만하시구나. 
내가 잘살길 바라시는구나. 아직도 나에게 관심이 있으시구나..싶어서
부모 사랑에 좀 짠하면서도, 쓱 웃음도 나고...

차가 너무 막혀서 왔다갔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더군요. 
마음의 짐을 아주 조금 덜고 왔어요.
앞으로 또 일이 많겠지만요. 

저 얼마전에 아빠 삼혼인데 장례 어찌하냐고 글올렸던 사람이에요. 
오늘 병원가니 세번째 부인되시는 분 같이 나오셨길래
같이 진료실에도 가고, 연포탕도 먹고, 커피도 마셨어요.
할 말도 관심도 없어서 그냥 말씀하시는거 들어드리고, 대답하고...
그렇지만 좋은 분 같더라고요. 
우리 할머니(아빠의 엄마)는 너희 아빠가 처복이 없다고 슬퍼하셨지만,
제가 보기에 아니요...
아빠는 꽤 좋은 분들과 세 번의 인연을 가진 걸로 보입니다. 
그래서 내가 아빠를 미워하기도 했어요
새어머니보다도 아빠가 별로인거 같아서...
세번째 부인이신 어머니께서 장례 치루게 되면 같이 상주해야할텐데..하시더라고요.
그쪽 집 외동딸이 있어서 무척 불편하겠지만 뭐..어쩌겠습니까
이게 내 인생인걸.

그렇게 집에 와서 한동안 꼬꾸라져 있었어요. 피곤해서. 기빨렸나봐요.
IP : 180.69.xxx.124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3.2.17 11:17 PM (121.160.xxx.202) - 삭제된댓글

    수고하셨어요
    뭔가 슬프면서도 덤덤하고
    단편영화 같다고 하면 실례가 되려나요

  • 2. ㅇㅇ
    '23.2.17 11:19 PM (222.108.xxx.39)

    아버님이 멋진분이시네요
    나이드시면 어르신들이 본인위주의 신세타령, 아프다는 호소등등등
    그런류의 이야기만 주로 하시는데, 세련되고 인생의 멋을 생각하시는 분같아
    짠하면서도 글읽으며 저런 아빠를 둔 원글님이 부러워집니다

  • 3. ㅇㅇ
    '23.2.17 11:21 PM (222.97.xxx.75) - 삭제된댓글

    그집외동딸은 상주아니예요
    상속도 혈연이 아니라 못받습니다.
    님이 상주

  • 4. ....
    '23.2.17 11:23 PM (112.147.xxx.62)

    삼혼인데도 외동딸이면
    일부러 자식을 더 안 낳으신건가봐요

  • 5. 덤덤
    '23.2.17 11:26 PM (210.96.xxx.10)

    담담하게 쓰셨지만
    아쉬움과 짠함과 다행인 느낌이 막 교차하는듯한..
    묘사하신 글에서 왠지 아버님
    김홍파배우가 연상되네요
    편히 계시길 바랄게요
    님도 아버님도

  • 6. 어르신
    '23.2.17 11:29 PM (220.117.xxx.61)

    어르신은 폐암이라도 꽤 오래 사시더라구요
    우리 외할아버지도 재산이 많아 삼혼(두번 사별)이셨어요
    저는 중학교때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셔서
    제 아버지면 저런말씀 하셨겠나 하면서
    읽었네요. 자주 찾아뵈세요
    가시면 다신 못봬요.

  • 7. ...
    '23.2.17 11:38 PM (211.104.xxx.198) - 삭제된댓글

    그 연세에 학벌이 높은거에서 끝난게 아닌 늘 배우고 노력하셨던분 같아요
    경제적 여유도 있고 옷차림이나 외모 건강 돌보시는데도 게을리하지 않으셨을듯하고
    삼혼이란게 여복 없다 할지는 몰라도 좋은 배우자들 만나신듯하고 무엇보다 따님이 착하시네요
    자식복도 있고 그만하면 한평생 성공하신분인듯 합니다

  • 8. ㅁㅁㅁ
    '23.2.17 11:49 PM (180.69.xxx.124) - 삭제된댓글

    돈 1도 없으신, 그리고 고졸이시라 학벌 컴플렉스도 있으신 분인데
    늘 배우는 자세로 책을 많이 읽으셨고 새로운 것에 열려있으셨어요
    운동도 늘 하시고, 끝까지 컴퓨터 배우러 다니시고..
    옷도 늘 깔끔하고 멋있게 입으시고,
    저에게 '마리뗴 프랑소와 바지' 10만원짜리도 92년도에 사주셨는데 ...요새 다시 나오더군요.

    아빠는 자기애가 너무 강한 것 같고, 겉멋에 취한 것 같아서
    아빠가 싫고, 멀리하고 싶은 날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내가 친엄마 가출로 혼자남았을 때 바로 달려와서 같이 사셨어요.
    백수셨는데...

    지금 보니, 윗 댓님 말씀대로
    신세타령보다 훨씬 나은...너는 어떠니의 질문을 많이 던지셨던 분이네요.
    오늘 우리 아이 대입 다 떨어졌다고 하니
    '실패도 다 해봐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오늘 보니,
    건강할 때 더 관계를 누릴 걸....
    아빠랑 한 번 맘편하게 놀러가보지도 못했네요.
    복잡한 가정사에 눌려서....

  • 9. ㅁㅁㅁ
    '23.2.17 11:52 PM (180.69.xxx.124) - 삭제된댓글

    돈 1도 없으신, 그리고 고졸이시라 학벌 컴플렉스도 있으신 분인데
    늘 배우는 자세로 책을 많이 읽으셨고 새로운 것에 열려있으셨어요
    운동도 늘 하시고, 끝까지 컴퓨터 배우러 다니시고..
    옷도 늘 깔끔하고 멋있게 입으시고,
    저에게 '마리뗴 프랑소와 바지' 10만원짜리도 92년도에 사주셨는데 ...요새 다시 나오더군요.

    아빠는 자기애가 너무 강한 것 같고, 겉멋에 취한 것 같아서
    아빠가 싫고, 멀리하고 싶은 날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내가 친엄마 가출로 혼자남았을 때 한걸음에 달려와서 그날부터 우리 버려진 남매와 같이 살았어요.
    백수셨다는...

    지금 보니, 윗 댓님 말씀대로
    신세타령보다 훨씬 나은...너는 어떠니의 질문을 많이 던지셨던 분이네요.
    오늘 우리 아이 대입 다 떨어졌다고 하니
    '실패도 다 해봐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오늘 보니,
    건강할 때 더 관계를 누릴 걸....
    아빠랑 한 번 맘편하게 놀러가보지도 못했네요.
    복잡한 가정사에 눌려서....

  • 10. ㅁㅁㅁ
    '23.2.17 11:52 PM (180.69.xxx.124)

    돈 1도 없으신, 그리고 고졸이시라 학벌 컴플렉스도 있으신 분인데
    늘 배우는 자세로 책을 많이 읽으셨고 새로운 것에 열려있으셨어요
    운동도 늘 하시고, 끝까지 컴퓨터 배우러 다니시고..
    옷도 늘 깔끔하고 멋있게 입으시고,
    저에게 '마리뗴 프랑소와 바지' 10만원짜리도 92년도에 사주셨는데 ...요새 다시 나오더군요.

    아빠는 자기애가 너무 강한 것 같고, 겉멋에 취한 것 같아서
    아빠가 싫고, 멀리하고 싶은 날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내가 친엄마 가출로 혼자남았을 때 한걸음에 달려와서 그날부터 우리 버려진 남매와 같이 살았어요.


    지금 보니, 윗 댓님 말씀대로
    신세타령보다 훨씬 나은...너는 어떠니의 질문을 많이 던지셨던 분이네요.
    오늘 우리 아이 대입 다 떨어졌다고 하니
    '실패도 다 해봐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오늘 보니,
    건강할 때 더 관계를 누릴 걸....
    아빠랑 한 번 맘편하게 놀러가보지도 못했네요.
    복잡한 가정사에 눌려서....

  • 11. ㅇㅇ
    '23.2.18 12:01 AM (73.86.xxx.42)

    어르신은 폐암이라도 꽤 오래 사시더라구요22222222
    아버지 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

  • 12. 에공
    '23.2.18 12:10 AM (221.140.xxx.139)

    저도 폐암으로 엄마를 잃었어서
    제목 보고 일부러 들어왔어요.

    컨디션 좋으셔서 다행이에요.

    원글님이 여러 감정이 드시는 느낌이에요.
    통증과 불편함이 시작되면 많이 힘드실 수 있으니
    진통제 아끼지 마시길..

    하루를 1년같이, 평안하시길 바래요

  • 13. ...
    '23.2.18 12:14 AM (119.69.xxx.167)

    드라마의 한장면을 본 느낌이에요..
    아버님과 원글님 많이 힘드시지 않으시길..
    부디 행복하세요

  • 14. 해물탕이
    '23.2.18 1:21 AM (112.144.xxx.120)

    드시고 싶은것 보다는
    그걸 이유로 딸 보고 싶으셨던것 같네요.
    하루하루 평안하고 덜 아프시고 작은 추억들 쌓으시먀 만나시길 바라요.
    컴플렉스 있다면서 주변 쪼아대지않고 그걸로 본인이 노력하시는 원동력으로 삼으신 멋진 아바지네요.
    세번 결혼하신 것도 실패할 용기가 있고 세번이나 여자들이 결혼결심 할만큼 매력있는 분 이셨던 거잖아요.
    글 또 써주세요.
    평안한 밤 되세요.

  • 15. ㅇㅇ
    '23.2.18 2:12 AM (133.32.xxx.15) - 삭제된댓글

    삼혼이요? 상차하신 거겠죠?

  • 16. 그래도
    '23.2.18 2:26 AM (124.57.xxx.214)

    최악의 아버지는 아니시네요.
    그만하면 좋은 아버지예요.

  • 17. 토닥토닥
    '23.2.18 4:40 AM (219.248.xxx.53)

    우리들 나이가 있다보니 끊임없이 부모님 아픈 얘기를 나누게 됩니다. 원글님 생각도 감정도 복잡하시겠어요.

    상처가 있었겠지만 그만하면 아버님이나 원글님이나 멋진 분 같아요.

  • 18.
    '23.2.18 9:03 AM (183.99.xxx.87)

    원글님의 사려깊은 성정도 느껴져요. 얼마나 고비도 많고 미움도 많았을까 그걸 담담하게 말씀하시고. 아버지를
    인간으로서 바로 보는 시선. 따뜻하네요.
    원글님 참 멋진 분이시네요

  • 19. 오래전
    '23.2.18 9:56 AM (211.108.xxx.131) - 삭제된댓글

    님 글 기억나네요
    영어, 몸무게, 운동 세밀히 체크해서 님을 좀 고달프게
    했던 아버지,,,
    글을 술술 읽히게 잘 쓰시네요
    늘 한 개인의 역사란 오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님도 편하길 바랍니다

  • 20. 어찌됐든
    '23.2.18 10:11 AM (110.70.xxx.51)

    폐암 죽음의 순간은 살아 있는 지옥이에요.
    잘해드리세요 ㅠ

  • 21. ㅅㅇ
    '23.2.18 11:22 AM (118.43.xxx.176)

    폐암으로 돌아가신 가족생각에 눈물이 나네요.
    돌아가신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각하면 눈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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