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비현실적인 풍경

Deepforest 조회수 : 1,948
작성일 : 2023-01-24 15:16:06
역대급의 추위라고 하여 모두들 집안에 둥지를 튼 채 웅크리고 있는 오후입니다. 찻잔을 씻으며 창밖을 보니, 하늘은
봄하늘처럼 포근하고 마알간 파란빛에 흰구름이 몽글몽글.

어제 오후 모처럼 아들 면회를 갔지요.
보통은 사양하는데 명절에는 그리운 모양입니다.
다행히 집에서 멀지 않지만, 군대라는 심리적 거리감은
어찌할 수 없는가 봅니다. 좋아하는 음식들과 후식들과
유난히 과일 좋아하는 아이라, 색색의 과일도 예쁘게 담고…
면회실 동기들에게 배달시켜줄 음료를 물으니, 다들 얼죽아네요. 창밖의 고참 고양이들에게 남은 고기도 던져주고요.
돌아오는 길에 보니, 교외의 아울렛 명품관들 앞에 길다랗게
늘어선 자동차들의 행렬이 명절 뒤끝의 소비 열풍을 말해줍니다. 그런데 세상이 온통 하룻밤만에 이토록 얼어붙다니…

오후의 햇살이 참 따뜻하고 포근해 보여서(?)
창가에 찻자리를 마련하고 핫팩과 무릎담요 안고 앉습니다
마음에 잔잔하게 파문을 일게도 하고 가라앉게도 하는
브람스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틀어놓고
몇주째 아껴서 읽고있는 울프의 등대로를 펼칩니다.
20대에는 읽히지 않던 문장들이
한줄 한줄 심장을 파고 듭니다.
사람의 개성과 나날의 풍경들, 그리고 인생에 대한
시간의 아니, 세월의 흐름에 대한 통찰들.
아름답고 지적인 문장들.
한줄 한줄 밑줄 그으며 읽는 영문의 아름다움.
한없이 오랫동안 읽고 싶어 집니다.
올 한해는 뒤늦게 버지니아 울프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할듯 합니다.

1.
램지 부인은 등대지기의 아이들에게 가져다 줄 양말을 짜는
중입니다. 아들 제임스의 다리에 재어보니 아직도 짧습니다.

“짧아, 아직도 너무…” 그녀는 중얼거렸다.
그 누구도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지은 적 없으리라. 밝은 햇빛에서 어두운 심연에 이르기까지 뻗쳐 있는 빛줄기 속에서 중간쯤의 어딘가에 어쩌면 눈물이, 쓰디쓰고 검은 눈물이 한방울 맺혀서 떨어졌는지도 모른다. 바닥에 고인 물이 이리저리 흔들거리다가 그 눈물을 받아서 이윽고 조용해졌다. 그 누구도 그렇게 슬퍼 보인적은 없었다.

2.
바람이 불었다. 나뭇잎들이 이따금 별의 모습을 드러내주곤
했는데, 별들도 흔들거리고 있는 듯했고 나뭇잎들 가장자리 사이로 빛을 발하려고 애쓰고 있는 듯했다…
그들은 아무리 오래 살아도 이 생각을 되풀이하며 이 밤, 이 달, 이 바람, 이 집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부인은 생각하는 것이었다.

3.
아버지는 주머니를 뒤적이고 있었고, 다음 순간 그는 책을 찾을 것이었다. 그녀(딸)에게는 그가 누구보다도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그의 손,발 그리고 목소리. 그가 하는 말, 서두름. 성깔과 기벽. 열정. 모든 사람 앞에서 ‘우리는 각자 홀로 죽어가’ 라고 주저없이 내밷어 버리는 것. 그리고 초연함. 그 모든것이 아름다웠다.

4. 그리고 유머

구두가 참으로 훌륭해요. 그녀는 탄성을 했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그는 영혼을 위로해 주길 요청했는데, 고작 구두를 칭찬하다니… (그리고 계속 구두이야기)

그는 유유 자적하게 아직도 공중에 치켜 올려진 채로 있는 발을 내려다 보았다. 그들은 평화가 깃들어 있고, 건전함이 판을 치고, 태양이 영원히 빛나는, 좋은 구두의 축복을 받은 섬. 태양이 내리쬐는 섬에 도달했다고, 그녀(릴리)는 느꼈다.





IP : 121.172.xxx.24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줄바꾸기가
    '23.1.24 3:26 PM (121.172.xxx.247)

    참 어색하네요. 핸드폰 작성글은 … 수정도 어렵고.

  • 2. 좋은글
    '23.1.24 4:08 PM (125.187.xxx.44)

    감사합니다.
    아드님도 건강한 군생활 보내시길 바랍니다

  • 3. ㅇㅇ
    '23.1.24 4:44 PM (222.234.xxx.40)

    아드님 겨울철 건강히 안전히 군복무 잘 하시길 바랍니다.

    글 잘 쓰시네요 덕분에 책을 읽고싶은 오후네요

  • 4. 등대로
    '23.1.24 4:52 PM (221.143.xxx.13)

    우리집에 있는 솔출판사의 번역보다 훨씬 매끄럽네요
    등대로의 문장들은 원글님 번역인가요?
    오늘 춥죠. 어제의 따스하게 내리던 화사한 햇살이 아득하게 느껴질만큼요.

  • 5. 감사합니다
    '23.1.24 4:59 PM (121.172.xxx.247)

    원문으로 다운받아서 천천히 읽고 있는데
    워낙 느린 템포의 글이기도 해서
    조금씩 아껴 읽는 맛이 좋아요.
    밑줄 그은 부분들이 좋아서,
    조금씩 번역해 보고 있습니다.
    어려서는 울프의 글들이
    너무 어둡다고 생각했는데,
    다양한 맛이 있는걸 알게 되었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427491 여드름붉은 흉터-연고 뭐가 좋은지 아실까요 7 여드름흉터 .. 2023/01/24 1,753
1427490 보부상) 무슨 짐이 이렇게 많을까요? 3 jj 2023/01/24 2,011
1427489 동파되는일 없길바래요 2 겨울 2023/01/24 2,489
1427488 오늘밤 동파많겠어요 2 ... 2023/01/24 3,815
1427487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관련 질문요 ... 2023/01/24 1,570
1427486 미씽에서 이정은 양갈래머리 12 양갈래 2023/01/24 3,828
1427485 과일향 중에 뭐가 제일 29 2023/01/24 4,417
1427484 이마트 쓱배송 이상하네요 3 뭐지 2023/01/24 3,688
1427483 유동규 "이재명, 입찰 참여하란 말 먼저 꺼내".. 6 ㅇㅇ 2023/01/24 1,189
1427482 거실에 깔수 있는 토퍼(?) 추천좀 해주세요. 6 ... 2023/01/24 2,561
1427481 이혼 판결문에서 사적인 부분에서의 기망과 부정행위? 8 궁금.. 2023/01/24 2,117
1427480 나이들어 진정 복받은 사람은 먹고픈것 양껏 먹을 수 있는 사람~.. 23 .. 2023/01/24 7,750
1427479 블로그 하시는 분들께 궁금한게 있어요 블로그 이웃은 시간 지나면.. 6 .. 2023/01/24 2,066
1427478 부산 대장 내시경 잘하는 병원 추천 좀 해주세요 5 .. 2023/01/24 1,400
1427477 폐경기 생리통 5 자궁근종 2023/01/24 1,879
1427476 화장실 안전손잡이 6 안전 2023/01/24 1,477
1427475 베트남이 우리보다 낫네요 30 ㅂㅈㄷㄱ 2023/01/24 17,873
1427474 샤워부스 문 고장은 어디서 고칠수 있나요? 2 ㅇㅇ 2023/01/24 854
1427473 물가상승 넘 가파른데 . 언제 또 이랬나요 12 ㅡㅡ 2023/01/24 2,751
1427472 스키헬멧 따뜻한가요? ^^;; 5 ㅇㅇ 2023/01/24 955
1427471 가스 남아도는데 가스비 올리는 현실 6 ... 2023/01/24 2,689
1427470 기대출을 갈아탈수있나요? 금리때문에요ㅠ 3 힘들다 2023/01/24 1,181
1427469 어른도 눈썰매장가도 될까요? 3 루돌프 2023/01/24 734
1427468 우리애 원룸에 필요한거 장보고 들고가면서 2 위대한인간 2023/01/24 2,330
1427467 송파, 잠실...9억, 8억 떨어져 - 펌 30 뚝뚝 2023/01/24 7,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