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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쌩쑈 부산여행기 2

ㅎㅎ 조회수 : 1,785
작성일 : 2023-01-18 20:57:55
떡국을 먹고있는데 심각한 전화가 심상챦다.

코로나?

지금 온다고?

언제?

밥해놓으라고?



대충 이런 내용에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전화를 끊은 친구왈

이런 망할 영감탱이. 코로나가 걸려서 배 못타고

도로 집으로 돌아온단다.

그 와중에 밥해놓으란다.

이러면서 흥분흥분.

어찌될지 모르니 떡국이나 배부르게 먹자.



우리는 얼른 떡국을 씹는데 떡국인지 돌인지 모르겠다.

대충 먹는 시늉을 하는데

그집 딸이 엄마 나는 모르니까 알아서 해.

하면서 손녀딸을 데리고 사라진다.

얼른 붙잡아서 잡채랑 반찬들 가져가라고 싸주고.



친구는 이제부터 그 반찬들 처리가 걱정이다.

친구남편?

보통사람들이랑 식성이 많이 다르다.



배추김치 노, 나물 노, 잡채 노노.

해물탕도 아무것도 없이 대구만 넣고 얌전하게 끓인

지리만 대령해야 한다.



음식을 봉지봉지 싸서 오늘 합류하기로 한 친구꺼 포장.

그래도 많이 남는다.

또다시 3여인네가 봉지봉지 한보따리 싼다.

위아래옆 주민들에게 반찬 가져가라고 전화돌린다.



잡곡밥 안먹는 남편 땜에 밥까지 다 포장해서

방문하는 이웃에게 떠안긴다.

좀처럼 볼 수없는 진풍경이다.

남은 떡국은 어쩔 수 없이 음쓰통으로 향한다.

너무나 아깝다.

애시당초 2박3일 아무데도 안가고 집에서 사람들을

더 불러 놀기로 한 탓에 음식물의 앞날이 이럴줄은 몰랐다.



친구남편은 자기가족 말고 누가 집에 오는걸 아주 싫어한다.

젊은날엔 친구가 누구를 만나는 것도 아주 꺼려했다.

젊어서는 남편이 있을때나 없을때나 집에 있든지

아니면 수시로 걸려오는 남편 전화를 받아내야했다.



그래서 간신히 합의 본게 우리랑은 어울려도 좋다였다.

어쨌든 그날은 남편에게 통보없이 우리끼리의 약속이었기에

우리의 흔적지우기를 위해서 음식 지우기를 했다.



음식을 어느정도 비웠을때 친구가 갑자기 무를 꺼내든다.

그러고선 깍두기를 담가야한단다,

웬 깍두기?

어제 전화가 와서 깍두기가 먹고 싶다고 했단다.

하겠다고 하면 주문하는게 세세하게 많아 자기도 모르게

벌써 했다고 거짓말을 했단다.

그러니 집에와서 제일 먼저 찾을 무깍두기.

당장 담가야겠지.

그런데 친구가 떨려서 무를 썰 수가 없단다.

그래서 내가 썰게. 하고 칼을 잡았다.

그새 풀을 쑤던 친구가 내가 썬 무를 다 버려야 한단다.

왜? 너무 커?

아니. 크기가 너무 골라서.

나는 대충 삐뚤빼뚤 들쭉날쭉 썰거든.

다행히 무를 2개 사왔어.

이거는 그냥 갖고 나가자.

우여곡절 끝에 김치도 담그고 이불도 치우고

안빤 수건도 숨기고 청소기도 돌리고

내가 칼각 잡아놓은 쇼파위도 적당히 흐트렸다.



나도 너무 떨려서 세수도 화장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손닿는 곳에서 뭐든 다 찾을수 있도록 물건배치를 해서

친구를 찾지않아도 되게끔 세팅해 놓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전화는 서너차례 더왔다.

배가 정박해있는 다른 도시에서 부산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있긴 하나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



친구는 우리가 서울 올라가는 다음날 시댁제사가 있어

비행기를 타야하고 손주를 돌보기 때문에

코로나 간병을 할 수 없다고 몇번이나 설명했다.

그렇지만 자신이 증상도 없고 아프지않기 때문에

전염성이 없을거라고 같이 있어도 된다고 계속 전화한다.



어쨌든 설득은 성공했다.

이제 그가 오기 전에 여기를 다함께 빠져나갈 수 있을거 같다.



그런데.

우린 어디로 가?








IP : 222.109.xxx.116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
    '23.1.18 9:02 PM (222.109.xxx.116)

    우리의 흔적을 지우고 여기를 빨리 떠나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우리가 어디로 갈 지를 생각도 못한 것이다.

    갑자기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뭘하고 있는거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전전긍긍하면서
    다들 바보같은 행동을 하지?
    헛웃음이 나왔다.
    그냥 집으로 갈까?

  • 2. ㅎㅎ
    '23.1.18 9:09 PM (222.109.xxx.116)

    일단 가장 근처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우리를
    데리러 오라고 했다.
    차를 기다리면서도 친구는 그가 먼저 올까봐 걱정이 되나보다.
    잡히기 전에 빨리 가야되는데.
    그 말이 너무 웃겼다.
    우리는 의미없이 다같이 박장대소했다.

    그 사이 친구가 와서 자기집으로 데려갈 수가 없는 사정을 설명했다.
    아. 호텔로 가자.
    호텔로 가면 되지.
    집주인 친구가 딸에게 전화해서 빨리 호텔을 잡으란다.
    내가 아침에 눈뜨자마자 손주에게 용돈을 주기를 잘한것 같다. 그렇쟎아도 자기도 지금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단다.

    어쨌든 호텔은 잡았는데 3시에 오란다.

  • 3.
    '23.1.18 9:11 PM (175.211.xxx.98) - 삭제된댓글

    친구들이 불륜 관계도 아니고..왜 그렇게까지?

    남편이 아니라 왕인데요. 왕이 없을 때 잡인이 왕의 방에 드나들면 사형감이긴 하네요.

  • 4. ,,
    '23.1.18 9:12 PM (119.198.xxx.63)

    드라마 시나리오???ㅎㅎ
    다음회 부탁 해요!!

  • 5. ...
    '23.1.18 9:13 PM (39.7.xxx.154)

    아~누군가 결제를 하신 모양이네요...ㅋㅋ
    갑자기 연재가 시작되다니..,

  • 6. ...
    '23.1.19 3:40 AM (112.154.xxx.179)

    재밌어요
    계속 연재해 주세요ㅎ

  • 7. . . .
    '23.1.19 11:24 AM (210.95.xxx.63)

    일일드라마 보는듯한 재미가 있는데요

    계속 부탁해요~~~~~

  • 8.
    '23.1.21 2:40 PM (115.21.xxx.157)

    다음편 언제 나올까요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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