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성남FC 후원을 제3자 뇌물죄로 처벌한다면
2023.01.11.
어제 두산, 네이버 등 성남 소재 기업들이 성남FC에 낸 후원금은 뇌물이라며 검찰은 이재명을 소환, 조사했습니다.
저는 이재명의 정치 스타일을 좋아하지도 않으며, 이재명 개인에 대해서도 혐오하는 편인데다 이재명의 정책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고 이재명을 까는 글을 수도 없이 썼던 사람이지만, 이번에 이재명이 검찰의 조사를 받는 성남FC 후원 건에 대해서는 좀 다른 생각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두산, 네이버 등이 성남FC에 후원한 것을 제3자 뇌물죄로 엮는 것은 무리이며, 만약 이게 기소되어 유죄로 판결난다면 우리나라 행정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고, 앞으로 적극적인 행정은 기대할 수 없어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만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재명을 이런 식으로 잡으려다 대한민국을 잡을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당장 성남FC와 같이 시민구단으로 운영되는 대구FC, 경남FC 등이 지역 소재의 기업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처벌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여, 재임 중에 기업들이 시민구단에 후원한 실적이 있는 전현직 지자체장들 모두를 처벌해야 합니다.
2019년 대구은행은 대구시의 시금고 재선정을 앞두고 있었는데, 당시 대구은행은 대구FC의 메인 스폰서였으며 홈구장인 ‘포레스트 아레나’가 완공되자 네이밍 스폰서로 나섰습니다.
이재명을 수사하고 기소한다면, 당시 대구시장이었던 권영진도 검찰이 수사해 기소해야 합니다.
경남FC는 연고기업인 STX로부터 2006년부터 5년간 총 200억원을 후원 받았습니다. 이 경남FC 후원금을 끌어온 사람은 당시 경남지사였던 홍준표였습니다. 홍준표 역시 이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어 검찰 수사를 기다려야 할 판입니다.
앞으로 국토부나 지자체는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용도 변경이나 건폐율/용적율 상향, 그린벨트 해제 등은 절대 해주지 않을 것이며, 공장의 인허가도 극도로 기피할 것입니다.
기부채납을 받고 용도 변경을 해주고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조건으로 용적율을 높여주어도 이걸 특혜로 규정해 버리면 기부채납이나 개발이익 환수가 지역민이나 지자체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용도변경이나 용적율 인상을 받은 해당 당사자(기업이나 개인)는 이익을 얻은 것임으로 이를 특혜로 보고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됩니다.
환경설비 완비, 지역 주민 민원 해결 및 지원, 지역 단체에 기부, 지역 업체 거래 등 해당 지자체와 지역민에게 도움이 되는 조건으로 공장 인허가를 내주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찌되었든 공장 인허가를 받은 기업은 공장을 건설하고 운영해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공장 인허가라는 특혜를 받은 것이니 인허가를 내 준 공무원이나 지자체장은 처벌이 가능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되는데 어느 지자체장이나 담당 공무원이 용도변경이나 건폐율/용적율 상향, 공장 인허가를 해 주겠습니까?
두산이나 네이버가 성남FC로 후원한 돈이 다시 성남FC를 거쳐 이재명이나 이재명 측근들에게 넘어갔다면 상황은 다르겠죠. 이건 명백한 뇌물죄에 해당하여 처벌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성남FC에서 이재명측으로 넘어간 돈이 있다는 것은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와 두산이 성남FC에 후원한 것이 특혜에 대한 네이버와 두산의 뇌물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한 법 적용일 뿐아니라 상식에도 반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모든 지자체는 자신의 지역에 기업의 본사나 공장을 유치하려고 별별 특혜를 다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환으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성남시)은 두산이 소유한 성남시내의 부지(당시 병원 용도)를 용도 변경해 주고 용적률도 상향시켜 건물을 짓게 해 주는 특혜를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토지를 기부채납 받고, 두산의 계열사들이 이 부지에 건설되는 빌딩에 입주하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여기에다 이재명은 두산에게 성남FC에게 후원금을 내도록 한 것입니다. 실제 이 빌딩이 완공된 뒤에 두산 계열사들이 이 빌딩에 입주하여 주변 지역이 활성화되고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되었죠. 두산으로부터 성남FC 후원금을 내도록 하지 않았다면, 성남시는 두산이 낸 후원금만큼 성남FC에 성남시민들의 세금으로 지원을 했어야 했습니다. 성남시민들의 부담을 덜어 준 것인데 이걸 뇌물로 보는 게 온당할까요?
만약 이재명이 두산에게 성남FC 후원금 요구는 하지 않고 토지 기부채납과 두산 계열사 입주 조건만 내걸고 두산 소유 부지의 용도변경과 용적율 상향을 해 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럴 경우도 윤석열 검찰이 이재명을 뇌물죄로 엮을 수 있었을까요?
윤석열의 검찰이 애초에 기부채납도 뇌물이고 성남FC후원금도 뇌물이라고 해서 이재명을 제3자 뇌물수수로 기소한다면 그나마 일관성과 합리성을 인정하겠지만, 성남FC 후원금만 뇌물로 보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기부채납+두산 계열사 입주)와 (기부채납+두산 계열사 입주+성남FC 후원금) 중에 어느 쪽이 성남시와 성남시민에게 이익이 되는 것인지 생각해 보면 성남FC 후원금을 뇌물로 보고 이재명을 처벌하겠다는 발상이 얼마나 어이없는지 알 수 있죠.
이 사안을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이나 자신이 다니는 기업이 투자를 할 때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사옥을 짓는다면 기업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지자체와 협상을 할 것입니다. 부지의 종 변경과 건폐율/용적률 상향, 기부채납 토지면적, 공개공지 면적, 건물의 층수와 높이 등 최대한 기업에게 유리하게 하려고 지자체와 협의해 사옥을 건축했다고 합시다.
윤석열 검찰의 논리라면 사옥 건축을 인허가해 준 지자체장과 담당 공무원도 역시 뇌물죄로 기소해 처벌해야 합니다.
산업단지에 공장을 지으려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령 소유 부지의 용도가 현재는 석유화학 관련 사업만 하도록 한정되어 있다고 합시다. 원칙적으로 수소 생산설비나 LNG 비축 설비는 건설할 수 없지만, 지자체 입장에서 부지 정리를 빨리 해 공장을 지어 고용을 늘리는 것이 지자체에 이익이라고 생각하여 수소 사업이나 LNG 사업을 하겠다는 업체가 용도 변경을 해달라 하면 변경해 주는 것은 잘 하는 것이지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가 없죠. 지자체나 지역 경제, 지역 시민들에게 이익이 됨으로 변경해 주는 것이 당연하고 이걸 문제 삼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입니다. 산업단지의 용도변경은 변경 사유가 합당하면 변경해도 불법이 되지 않습니다.
도로 접경 구역은 기부채납 받아 도로를 확장하고, 주변 지역에 1억원의 기부금을 내게 하고, 배수로 설비를 확충하는 등의 조건으로 수소 생산설비 건설을 인허가 해주었는데 용도 변경을 해주었다고 이건 기업에 특혜를 준 것이고, 주변 지역에 낸 1억원 기부금은 제3자 뇌물이니 인허가를 내 준 지자체장과 담당 공무원을 뇌물죄로 처벌한다면 이 얼마나 황당하겠습니까?
이재명과 두산/네이버의 성남FC 후원금, 지자체장과 수소 사업자의 1억원 기부금은 동일한 성격이며 다를 바가 전혀 없습니다.
성남FC 후원금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만약 성남FC 후원금이 뇌물이라고 하여 이재명을 처벌하면, 뇌물을 제공(공여)한 사람도 뇌물공여죄로 똑같이 처벌받아야 합니다. 뇌물은 준 자와 받은 자가 있어야 성립하죠. 이재명이 처벌 받으면 네이버와 두산의 대표이사도 뇌물공여죄로 처벌받아야 합니다.
이런 일들이 현실화되면 기업이나 경영진은 위축되고 투자에 인색하게 되어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정상적으로 인허가를 받고 투자해도 잘못하면 감방에 갈지도 모르는데 누가 투자를 하겠습니까?
사실 이재명이 검찰에 소환되는 것은 자업자득의 측면이 강합니다. 그리고 이재명을 지지하는 개딸들도 억울해 할 이유가 없습니다.
검찰이 이재명을 성남FC 후원금 건으로 소환해 기소할 수 있는 이유는 삼성 등 그룹사들의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제3자 뇌물로 보아 박근혜를 기소해 유죄 판결을 받은 판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유명한 묵시적 청탁과 경제공동체라는 황당무계한 논리가 적용된 것이죠. 당시 민주당과 이재명도 이런 윤석열이 주도한 특검의 논리에 동조하고 박근혜 유죄 판결은 정당하다고 했습니다. 지금의 개딸들 대부분도 윤석열의 조치에 환호했었구요.
윤석열 정권의 검찰은 박근혜에 적용했던 제3자 뇌물죄와 같이 이재명에게도 똑같은 논리로 기소하려 하는 것입니다. 박근혜도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을 통해 단 한푼의 돈을 취한 바가 없었고, 최서원도 1원도 건들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최서원의 사람들이었던 고영태 일당 등이 운영한 더블류K가 K스포츠재단에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돈을 뜯어내려 했던 것도 K스포츠재단의 거부로 좌절되었습니다. 박근혜가 최서원을 통해 K스포츠재단 돈을 사적으로 취하려 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박근혜가 한 푼의 돈을 받은 것도, 취한 것이 없어도 기업들이 두 재단에 출연한 출연금을 제3자 뇌물로 보고 윤석열 특검은 기소해 유죄 판결까지 받은 것이죠. 이 대법원의 판결은 과거의 판례를 뒤집은 것으로 새로운 판례가 되었고, 이 새로운 판례에 따라 윤석열의 검찰은 이재명을 기소하려 하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권이 적폐청산에 이용한 무리한 법 적용이 부메랑이 되어 지금 이재명의 목을 겨누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윤석열이 권력을 잡았다고 자기 마음대로 너무 무리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이재명에 대한 묻지마 반감이나 적대 때문에 이재명을 제거하거나 처벌할 수 있다면 어떤 방법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일부 보수진영 사람들도 두렵습니다. 결국 이게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구요.
4년 뒤 정권이 바뀌어 윤석열과 윤석열 정권 사람들에게 윤석열 정권의 검찰들이 들이댄 이런 논리로 신정권이 기소한다면 과연 이들이 무사할 수 있을까요? 이 때 이 사람들은 신정부에게 어떤 논리로 자신을 변호할 수 있을까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논리가 계속 반복된다면 정치보복으로 편할 날이 없을 것이고 나라가 두 동강 나 매일 싸움으로 날을 샐 것입니다.
* 이 사건을 판단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이재명 자리에 오세훈을 넣어 보십시오. 오세훈이 두산 소유의 병원 부지를 빌딩을 지을 수 있게 용도변경해 주는 대신 일부 토지를 기부채납하게 하고 그 지역에 두산이 도서관을 지어 운영토록 하게 했다고 합시다. 이를 문제 삼아 문재인의 검찰이 제3자 뇌물수수죄로 오세훈을 기소한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오세훈을 기소한 문재인 정권의 검찰을 잘 했다고 할 것인가요?
또 다른 예를 들어 볼까요?
만약 이재명은 두산 소유 부지의 용도변경과 용적률 상향을 해 주는 대신 기부채납과 두산 계열사 입주를 조건으로 내걸었고, 윤석열은 기부채납과 계열사 입주 조건에다 성남FC 후원금까지 요구했다고 한다면 둘 중 누가 성남시와 성남시민들을 위해 잘 했다고 생각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