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속이든, 서랍장속이든,
책꽂이든, 신발장속이든,
빨래건조대의 빨래든 그 모든것이
전부 코드에 맞게 정돈되어있어요.
그런데,
제 맘은 늘 잡동사니가 가득한
다락방같아요.
불쑥불쑥 이런저런 생각들이
설거지를 하는동안
뿅망치를 맞은 두더지처럼
떠올라요.
설거지가 끝난후 걸어놓은
네모난 수세미의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면
머릿속을 그토록 달리던
많은 생각들이 마침표를 찍은
흔적같이 보여요.
그런데,
겉으로 보여지는 저는
너무 차분해요.
말도 차분하고 행동도 차분해요.
그동안 친구없이
혼자서 지내왔어요.
제 속마음을 편하게 한번쯤
털어놓아본적이 없어요.
부메랑이 되어 다시 되돌아온 경험도
많이 겪어보았고.
또 타인에게 어느정도의 간격이 적정한건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차라리 책보면서 지내왔던 습관처럼
그렇게 혼자 책을 읽으면서 살았더니.
저도 모르게 참 많은 세월이 흘렀더라구요.
내 진심을 전하고
또 공감을 얻는 방법을
잘 모르겠어서 혼자 걷고 혼자 지내온 저와는 달리
근처 문구점 여사장님은 제주도에 친구랑 함께 여행도 다녀오고
이미 대학교때부터 절친이었다고 하니, 40년 친구였다고 하더라구요.
전 그런 친구가 없어요.
40년이 아닌, 4년도 아닌, 알게된지 4일된 지인은 제게도 있겠죠.
그 문구점 여사장님이 폐업하고 며칠안되었을때
커피숍에서 유자차도 마신 날도 제게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전 제 속이야기를 못하고,겉도는 이야기만 하다가
일어났어요.
이런 제게
안지 3개월되었을까,
알게된 제 또래 엄마가 저랑 1박2일로 여행가자는거에요.
경비일체 자신이 댈거고,
또 여건이 되면 해외도 갈수있다, 그또한 경비전체 자신이 댈거라고하는데
먼저 겁부터 나더라구요.
알건 다 알아요.
그 엄마가 돈도 많고 땅도 많고 가진 집도 많은거.
그런데 가난해서 친구가 없는 저와는 달리
이 엄마는 부자인데도 친구가 없어요.
저는 이 엄마에게도 제 이야기는 안했어요.
이제 대학생이 될 딸아이와 아직 초등생인 아들과
남편이 있다고만 하고 더 다른 일체의 이야기는 없었어요.
그런제게 같이 여행가자고,
아이들이 있어서 어렵고 갑자기 여행을 떠날 계제가 안되어서
어렵다고 하는데도
그 엄마는 다시한번만 생각해보라는 연락을 주는데
혹시 친구가 된다는건 이런 계기로
되는건가요,
제 맘은 내키지가 않아요,
다 쓸수는 없지만, 정말 내키지가 않아요.
그리고 괜히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건 제가 오랫동안 친구가 없이 살아온 제 미성숙한 태도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