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첫눈 오니까 옛날 생각~

그냥 조회수 : 1,139
작성일 : 2022-12-03 10:09:32

오늘 아침에 첫눈이 내리는 걸 봤어요.

정말 겨울이네요. ^^


제가 20대 중반이었던 그즈음 겨울 크리스마스 이브때였나,

안양에 살았었는데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거라는 예보가 있었어요.


그날이 토요일이었는지  평일이었는지 기억이 나진 않는데

따로 생활하던 오빠가 그날 집을 비우고 어딜 갔어야했고

제는 오빠가 생활하던 집에 물건을 가져다 놓아야 했었고요.

오빠한테 여유분의 키를 받아두고 있었던터라

제가 자취하던 집에서 짐을 챙겨서 버스타고 오빠 집으로 갔어야 했는데


그날 눈이 어마 어마하게 왔어요.

커다란 함박눈이 소리도 없이 비처럼 내리는데

와...살면서 그런 크리스마스 이브 처음이었던 거 같아요

온 세상이 설원인데다가

저녁 7시 8시쯤 되어서 가로등 불빛, 네온싸인등 불빛이 쌓인 눈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정말 고요한 눈의 나라  그 자체였거든요.


겨울이고 눈오면 바람 불고 매섭게 춥던 날씨가 아니라

그날은 눈도 함박눈이 고용하게 소리없이 사륵사륵 내리는데

버스에서 눈 내리는 모습을 감탄하면서 봤어요

눈이 많이 내리니 차들이 천천히 운행을 했지만

눈이 녹거나 바로 얼음이 얼거나 하지 않아서 혼잡스럽지도 않았고요.


오빠가 생활하는 집에 도착해서 들어가려고 키를 찾는데

세상에... 챙겨왔다고 생각했던 키가 없더라고요

집에 놓고 온 거였어요.

같은 안양이어도 바로 옆집도 아니고 거리가 좀 있는데

평상시 같으면 너무 짜증이 났을 상황임에도

그날은 기분좋게 다시 버스 타러 갔어요


온 세상이 설원인데  공기는 하나도 차갑지 않고

포근할 정도로 느껴져서

조금이라도 더 밖을 거닐고 싶을 정도였거든요


그날 왔던 길을 두번씩 반복했지만

하나도 피곤하지 않고 짜증나지 않았어요


제가 45살인데

눈 많이 오기로 소문난 지역이 고향이라

어렸을때 눈 엄청 쌓인거 보고 자랐지만


그날처럼 공기까지 포근했던 함박눈 가득 쌓인 겨울저녁은

처음이었던 거 같아요

겨울이면 그때 저녁거리가 가끔씩 기억나요


IP : 121.137.xxx.23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2.12.3 10:16 AM (118.37.xxx.7)

    아름다운 기억이네요~
    그날의 따뜻함이 느껴져요. 원글님 행복하세요~

  • 2. ...
    '22.12.3 11:29 AM (39.7.xxx.151)

    20중반에 나올수없는 대단한 평정심이네요~^^
    눈이 그랬다기보다 작은일에 감동할줄 아는 님의 성정 때문이 아니셨을까요?

  • 3. 아름다운 원글님
    '22.12.3 11:46 AM (211.36.xxx.200)

    성품이 너무너무 아름다우셔요... 글도 넘 잘 쓰세요
    저까지 글 읽으면서 행복해졌어요^^

  • 4. 쓸개코
    '22.12.3 3:13 PM (121.163.xxx.229)

    몇 해전 겨울 어느날 버스를 타고 귀가하고 있었어요. 밤이었고요.
    원글님 추억속의 눈처럼 그렇게 소리없이 소복소복 눈이 내리는데
    버스가 어느 지점을 지나는데 온통 나무 밖에 없어 얼마나 설경이 아름답던지..
    만원 버스에 서 있던 사람들 표정이 감상에 젖은 표정으로 변하더니
    모두들 창밖을 아련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라고요.ㅎ
    그날을 잊지 못해요. 모두가 타인이지만 한마음으로 빠져있던 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410376 막내아들이면 제일 사랑 받는 캐릭터 아닌가요? 10 TV 2022/12/04 4,042
1410375 펠레 항암포기하고 호스피스 한다네요 .. 2022/12/04 3,435
1410374 먼저 사람이 되라 대통령 2022/12/04 970
1410373 오징어덮밥글 보고 ... 1 ㅠㅠ 2022/12/04 2,881
1410372 이게 누굴까요? 5 2022/12/04 9,935
1410371 다나카상...혼자보기 아까운.. 15 혼자보기 아.. 2022/12/04 6,563
1410370 SNL누구편이 재밌어요? 5 snl 2022/12/04 3,110
1410369 일부러 빨래를 햇볕에 말리고 있는데요 15 2022/12/04 5,656
1410368 마음 따뜻해지는 미드, 영드, 중드 뭐 보셨나요. 9 .. 2022/12/04 2,895
1410367 16강전 첫경기 시작했네요 ㅇㅇ 2022/12/04 1,425
1410366 지금 ebs 위대한 수업 13 ... 2022/12/04 4,470
1410365 치매이신데 치매약 안드시는분 계신가요 20 ... 2022/12/04 5,146
1410364 1층에 비해 2층 임대료는 어느정도가 적당할까요? 3 ... 2022/12/03 1,779
1410363 초6 아들 학원 고민(선배맘들 조언 간절합니다) 5 하늘땅 2022/12/03 1,806
1410362 호주 시드니 공항에 노트북 할 수 있는 공간 있을까요 3 초보여행자 2022/12/03 1,018
1410361 사설엠블런스 비용 6 문의 2022/12/03 4,061
1410360 공기업 지역할당제 현실 40 00 2022/12/03 8,554
1410359 월드컵단상-말같지도 않은 말인데 6 하루 2022/12/03 2,181
1410358 중고대학생 옷차림이 비슷한 건 왜일까요? 12 보니7 2022/12/03 4,252
1410357 재벌집 로맨스는(스포) 1 ㅇㅇ 2022/12/03 3,990
1410356 재벌집 산으로 가고 있음 ㅋㅋㅋ 12 ooo 2022/12/03 12,502
1410355 국민의 죽음 방치하고, 월북 단정해 명예 살인 12 ??? 2022/12/03 2,391
1410354 티파니 얼굴이 저렇게 길었나요 32 지나다 2022/12/03 14,198
1410353 공기 청정기 정말 효과 있나요? 6 ..... 2022/12/03 2,864
1410352 징징거리고 의존하는거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16 징징이 2022/12/03 4,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