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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감 얘기가 나와서 써봐요

그냥 조회수 : 2,710
작성일 : 2022-11-21 15:15:31

아래 단감얘기 써주신 분이 있어서

그냥 감 얘기 해보려고요


시골에서 나고 자랐어요

고향마을에 감나무가 정말 많았어서

늦가을이며 감나무에 매달려 붉게 농익은

홍시 따러 다니는 게  놀이였죠


바구니 옆에 끼고

감따는 대나무 망 들고 다니거나

그냥 감나무에 올라가서 붉게 익은 말랑말랑한

감을 손으로 살포시 감싸서 터지지 않게 따서는

바구니에 담으면 너무 행복했어요.ㅎㅎ


늦가을에 감나무 아래 서면

낙엽 냄새랑 익다 못해 곯아 떨어진 홍시감의

냄새가 가득했고요

가끔 낙엽위로 홍시감이 떨어져 살짝 터질락 말락 찌그러진

홍시를 주워서 먹으면 그게 또 그리 맛있었는데요.


우리가 먹는 감은  고욤나무에 접목을 해서 만들어진 거라고 하는데

시골 마을에는 고욤나무도 있어서

손톱만한 고욤이 검게 읽으면 그거 털어서

고욤만 항아리에 넣어놓고 겨울에 찐득한 고욤을 퍼서 먹기도 했어요

고욤은 작고 씨가 반. 고욤 과육은 되게 말린 건포도 같이 딱딱 찐득해서

그냥 먹기가 좀 힘들었어요.


넙데데하고 큰 쑤시감은 익으면 과육이 찰지게 홍시가 되어서

반으로 쪼개면 결이 보이는. 흘러내리거나 이렇지 않고 찰진 과육이지만

달콤해서 입에 넣으면 입에 한가득 채워지는 느낌.

쑤시감 매력있어요


근데 저희 시골은 이렇게 납작하고 큰 감을 쑤시감이라 했는데

쑤시감으로 검색하면 일만 감이 나와서  지역마다 다른가? 싶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먹감.

감이 멍이 든 것처럼 군데 군데 까맣게 있는데

이 먹감은 익으면 감 과육도 과육이지만 껍질이 쫄깃하고 맛있어요

껍질채 먹어야 진한 감의 맛을 다 느낄 수 있고요

먹감을 참 좋아했는데...


그리고 또 하나..

이 감의 이름은 뭔지 잘 모르겠는데

보통 감이 늦가을에 붉게 익어서 홍시를 먹거나

익기 전의 감을 따서 곶감을 만들거나 하고

나무에서 익다못해 농익은 감은 땅으로 떨어져 버리거나 하는데


이 감은

붉게 익지 않고 그냥 갈색으로 익는다 해야 하나..

한겨울에 사방에 눈이 내려서 열매란 열매는 찾기 힘들때에도

이 감나무에 감은 흙갈색으로 익어 매달려있는데

이 감의 속살도 거무튀튀해요

근데 따서 먹어보면 달콤하니 맛있어요


저희 동네에 딱 한그루 있던 감나무인데

겨울이면 동네 애들이 밭 주변에서 눈싸움이나 썰매타고 놀다가

이 감나무에 달린 감을 간식처럼 따먹기도 했어요.


밭 하나에 큰 감나무가  두세그루씩  심어져 있어서

가을이면 주황빛, 붉은빛 감이 사방에서 익어갔는데

젊은이들이 줄고

노인들이 많아지고

마을도 나이 들어가니

어느순간 감나무들을 다 베어 버리더라고요


예전처럼 감을 많이 먹지도 않고  먹을 애들도 없고..

이젠 마을 전체 감나무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만 남았네요.




IP : 121.137.xxx.231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
    '22.11.21 3:20 PM (116.37.xxx.94)

    고욤 이라고 하는군요
    제가 살던 경상도에서는 개염?이랬나 그랬는데ㅎㅎ
    이거 씨많아서 먹을것도 없는데 진짜 맛있었죠
    요즘은 통 못봤네요

  • 2. 풍요롭다..
    '22.11.21 3:22 PM (221.141.xxx.116)

    가을 정취가 담뿍 느껴지는 글입니다. :)

  • 3. ㅁㅁ
    '22.11.21 3:26 PM (183.96.xxx.173) - 삭제된댓글

    제 고향마을도 밭두렁에 감나무
    그것도 있는집만 있어서 부러움의 대상이기도하던
    침시라고 가을 운동회즈음 땡감따다가 항아리넣고 따듯한소금물부어
    한 사흘 떫은맛 우려내면 단감?처럼되는 그거 기억이 좋아요
    지금은 타지사람들이 눈독 들였다가 후다닥 털어 가버리나봐요

  • 4. 원글
    '22.11.21 3:29 PM (121.137.xxx.231)

    ㅡㅡ님 경상도에선 개염이라 부르나봐요? ^^
    저흰 고욤.
    이 고욤이 꼭 곶감 수십개 농축한 듯한 진한 맛이죠
    먹기가 여간 까탈스러워서 그렇지.
    씨가 많고 과육은 겨우 씨 주변으로만 감싸 붙어있는 모양새라..ㅎㅎ

    고욤나무가 보기 힘들어 졌어요.
    저희 시골에도 한그루 남아있고
    제가 사는 이곳 경기도 도심쪽인데 옛날 주택가 옆에
    진짜 큰 아름드리 고욤나무가 있는 걸 발견했어요
    반갑더라고요.ㅎㅎ

  • 5. ^^
    '22.11.21 3:32 PM (175.196.xxx.6) - 삭제된댓글

    수필같은 글이네요
    늦가을 여행등 길가다 보이는 감나무 너무 예뻐요

  • 6. ㅁㅁ
    '22.11.21 3:33 PM (183.96.xxx.173) - 삭제된댓글

    ㅎㅎ그 고욤 항아리 푹 삭혓다가 한 사발퍼먹으면
    방귀가 ㅠㅠ

  • 7. ^^
    '22.11.21 3:34 PM (175.196.xxx.6)

    수필같은 글이네요
    늦가을 여행등 길가다 보이는 감나무 너무 예뻐요
    춘천에 가끔 가는 베이커리 커피집엔
    나무에 모형감을 달아놨는데 실물같아 설레어져요

  • 8. 감원글이
    '22.11.21 3:44 PM (61.82.xxx.146)

    일단 고욤 검색 먼저 하고 올게요
    휘리릭;;;;;

  • 9. 감원글이
    '22.11.21 3:48 PM (61.82.xxx.146)

    고욤나무 검색해봤는데
    저는 처음 보는 거네요 ㅠㅠ

    원글님덕에
    가을정취 물씬
    감 지식 획득까지
    감사합니다
    정겹고 멋진 추억 부럽습니다

    제 글에 달아주신 따뜻한 댓글도 감사해요

  • 10. 원글
    '22.11.21 3:50 PM (121.137.xxx.231)

    ㅁㅁ님!!
    저 울근감 진짜 좋아했어요!! ㅎㅎ
    주황빛 땡감 자루로 한가득 따다가 항아리에 넣고 소금물에 우려
    달콤하게 만든 울근감.
    저흰 울근감이라 불렀는데
    저 어렸을땐 가을에 꼭 항아리 가득 울근감 만들어서
    그거 먹었는데.
    가을운동회나 소풍때 울근감 싸가기도 하고요.

    그땐 애들이 많으니 집집마다 한번씩은 울근감 만들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찾기가 힘들어요.
    그거 정말 맛있는데...

    ^^님 10월 중순에 강원도 양양에 간적이 있는데
    남대천 안쪽 주변이 다 대봉감이어서 정말 너무 너무 예쁘더라고요
    사방이 감나무고 주황빛 감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매달려 있어서
    시골태생임에도 감탄을 하면서 봤어요.ㅎㅎ

  • 11. ...
    '22.11.21 4:02 PM (220.116.xxx.18)

    강화도에서 감씨 받아 심어도 감나무가 아니라 고욤나무가 된다고 어떤 어르신이 말해주셔서 어찌나 신기하던지...
    그 어르신이 고욤 따주셔서 구경했는데 작고 맛도 없었던 기억이... ㅎㅎㅎ

  • 12. ㄴㄷ
    '22.11.21 4:31 PM (211.112.xxx.173)

    감순이 침 고이는 글이네요. 근데 변비도 변비지만
    감은 살이 너무 쪄요! 제가 4년째 10키로 빼고 유지중인데 연시 한박스 먹고 바로 3키로 뿍찜요.

  • 13. 대박
    '22.11.21 4:44 PM (39.117.xxx.5)

    저희집 감나무에 감이 희한하게 열리던데
    그게 고욤 나무였군요.ㅎㅎ
    님글 보고서야 알았어요.

  • 14. 저도
    '22.11.21 5:32 PM (223.39.xxx.128)

    고욤 정말 많이 먹고 컸어요.
    전 월하감 울근걸 제일 좋아해요.
    달기가 최고죠. 엄마가 거의 장인 수준이셨는데
    그걸 전수 못받았네요. 이제 감나무가 없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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