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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해외살이 15년째

조회수 : 7,518
작성일 : 2022-10-24 21:44:02
해외에 오래 살다보니 겪게되는 삶의 사이클인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겠으나 이렇습니다.

시작은 남편 대기업 주재원으로 따라온거라 아주 여유있고 풍족했습니다.
어쩌다보니 동네의 한국 아줌마들끼리 동맹(?) 같은게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같이 운동다니고, 매일같이 맛있는거 찾아다니며 점심 먹으러 다니고, 누구집 밥그릇까지 알 정도로 서로가 서로에대해 잘 알고 챙겨주고.. 한 2-3년 그렇게 내 인생에서 가장 여유롭고 재미나게 지냈던거 같아요.
그러다 언니들 사이에 틈이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누구누구가 싸우게되고 그렇게 해서 동맹은 또 자연스레 사라지게 되었고.

다른동네로 이사오니 또 여기서도 공통점 있는 한국 아줌마들끼리 뭉치게 되고, 지내는 패턴들은 전에 살던곳과 비슷하였습니다.
타지에 살아서인지 한국의 아줌마들끼리 모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구요.

그렇게 5년정도를 보냈을까요. 슬슬 이게 맞나 싶어집니다.
남편도 주재원에서 사업으로 방향을 틀고 하다보니,
저도 뭔가 생산적인게 하고 싶어져서 이즈음부터 한국 아줌마들과의 연락은 대부분 끊고 아이들 학교의 외국인 엄마들과 교류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을 해외에 살면서 그나라 말, 영어조차 제대로 못해간다는게 부끄럽더라구요. 여기에 나이핑계 대는건 더 싫고 해서 악착같이 외국어 실력 향상에 매진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불킥 장면도 여럿 있지만 그땐 정말 얼굴에 철판깔고 적극적으로 사교 했어요.

그렇게 또 2-3년 지내며 그들이 하는 말들도 귀에 잘 들어오기 시작하고, 만남을 갖다보니 가정경제가 여유로운 집들도 엄마들이 일을 하는 경우가 꽤 많더군요. 전 또 거기에 자극을 받고 나도 뭔가 경제적인 일을 해보기로 합니다. 그래서 몇 년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은 1인 사업으로 왠만한 회사원 월급보다는 많이 벌고 있구요.

대신, 한국엄마들과의 만남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가끔은 한국사람과의 수다가 그립기도 하나, 그렇게 누군가에게 연락하고 그렇게 또 그룹이 만들어지다보면 내 의지와 다르게 뭉쳐다니게 될 것임을 너무나 잘 알기에 지금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타지에서 외롭게 나이들어가나 싶긴한데 일한 만큼 돈이 모이니 그걸로 어느정도는 위안을 삼아야지 어쩌겠나요.

남편따라 해외에 갓 도착해서 앞으로 몇 년 어떻게 지내야 되나 걱정되시는 분들.. 내 인생에 찾아온 기회일 수도 있으니 계획 잘 짜서 알차게 지내다 가세요.





IP : 160.202.xxx.242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가치
    '22.10.24 9:47 PM (39.119.xxx.3)

    1인 사업 어떤거 하셨어요?

  • 2. 반가워요
    '22.10.24 9:48 PM (1.126.xxx.225)

    저는 이제 22년 차에요
    일하느라 바빠서..친구은 일년에 대여섯 번 만나나..
    사업 파트너 만나서 내년엔 더 바쁠 듯 해요^^

  • 3. 원글님
    '22.10.24 9:49 PM (223.62.xxx.132)

    멋지십니다.보통은 지내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어렵지요. 익숙한 것을 버리고 불편하고 두려운 모험을 한다는게 보통 어렵나요? 더군다나 나이 든 사람은...
    도전하셨기에 이루신것 같아요.
    용기있는 분이세요.

  • 4. 부럽네요
    '22.10.24 9:49 PM (114.199.xxx.240)

    타향에서 잘 살고 계시네요
    수다 보다는 더 생산적인 것을 하시네요.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하면 되는거죠 뭐

  • 5. ㅇㅇ
    '22.10.24 9:50 PM (211.110.xxx.44) - 삭제된댓글

    좋은 생각이
    좋은 인연을 만들었고
    좋은 인연이
    좋은 자극 주었고
    좋은 자극이 좋은 길을 터준 거네요.
    1인 사업이 뭘까 살짝 궁금해집니다.
    좋은 자극 좀 받고 싶네요.

  • 6. ㅡㅡㅡㅡ
    '22.10.24 9:52 PM (61.98.xxx.233) - 삭제된댓글

    열심히 사시네요.

  • 7. ㅇㅇ
    '22.10.24 9:55 PM (113.185.xxx.11)

    저도 해외인데...맨날 한국아줌마들이랑 재밌게 놀고먹어요. 이게 맞나싶기도한데 이렇게 쭉 살고싶기도 하네요 ㅜㅜ

  • 8. 저도
    '22.10.24 9:57 PM (170.99.xxx.209)

    18년차요.
    전업하다가 미국생활 6년만에 취업해서 공무원으로 일해요.
    저도 원글님이랑 비슷한 생활하다가 비슷한생각으로 파트타임부터 시작했어요. 45에 재취업했는데, 일도 재밌고, 아침에 출근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커피냄새 마실때 제일 행복해요.
    영어는 평생 짊어지고 갈 숙제지만 어쩌겠어요. 말없는 비사회적 동물인 제가 아침마다 동료들 찾아다니면서 영어무료강습이다 생각하고 무조건 수다 떱니다.
    미국이 제일 좋은점은 늦은 나이에도 일할수 있다는것. 기회가 열려있다는것.

    일하다보니 확실히 또래 아줌마들이랑 사교할 시간은 적어지네요.
    시간도 기력도 없어요.

  • 9. 그렇게
    '22.10.24 9:59 PM (123.199.xxx.114)

    사는게 부러워요.
    건설적이고 성장하는 삶

  • 10.
    '22.10.24 10:05 PM (45.248.xxx.252)

    대단하세요.
    전 해외생활 8년차인데 아무것도 안하는데 ㅠㅠ
    골프치고 브런치 하고 뱃살만 늘어가는 삶이라 아들들이
    주부가 꿈이라고 하네요.
    명문대 나와서 이러고 사는게 한심하고 부모님께 죄송한데
    회사 그만둔지 오래되니 뭘 하는게 너무나 막막해요.
    새로운 일을 하시는 분들 정말 존경스러워요.
    특히 사업이요.

  • 11. ㅡ어머
    '22.10.24 10:08 PM (99.99.xxx.148)

    저 위에 미국 공무원 님 어떤일 하시나요? 저도 45인데 기회가 있을까요? ㅜㅠㅠ

  • 12. ㅇㅇ
    '22.10.24 10:14 PM (73.86.xxx.42)

    제일 쓸데 없는게 외국에서 한국 아줌마들이랑 노는거. 후회는 오롯이 본인 거.

  • 13.
    '22.10.24 10:25 PM (160.202.xxx.242)

    그때에는 나중에 나이들어 한국가서, 아이들 대학가고 나서도 꼭 연락하고 지내자 맹세했던 수십끼 같이 밥먹고 수십병 술마시고 수십번 같이 라운딩 가고 했던 사람들, 지금은 아무와도 연락이 끊겼습니다. 뭐 당연한 것인지도요.

    살아보니 인간관계 이렇게 덧없음을 배웁니다.
    물론 해외에 짐풀고 처음 알게된 언니 한 명과는 아직도 연락을 하지만요.

    애 대학보내고 폭풍처럼 몰려오던 공허함도 바쁘게 일하며 그럭저럭 잘 넘겼습니다.

    살아보니.. 무언가를 하면서도 이게 아니다 싶을때는 빨리 결단을 내리고 변화를 주는게 맞는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감당못할 후회로 남을수도 있잖아요.

    재밌으면서 만족스럽고 뿌듯한 그런 완벽한건 없으니.. 하나를 내어주고 더 나은 하나를 얻어가야지요..

  • 14.
    '22.10.24 10:44 PM (170.99.xxx.209)

    위에 공무원 쓴사람인데요, 미국은 한국만큼 공무원 어렵지 않아요.
    대신 어느 직업이나 경력없이 취직하기는 좀 어려울수 있으니까, 파트타임이나 자원봉사라도 경력을 쌓으시는게 더 유리하겠죠. 대졸 아이들도 인턴경험 중요하니까요.
    요즘 시즈널도 많이 뽑을때기도 하고, 선거철이니까 찾아보시면 어느 주나 카운티나 사람 많이 뽑을거예요.이럴때 일단 공무원 되시면 다른 에이전시로 옮기기는 더 쉬울거예요. 저도 한번 이직했어요.
    사시는 주 이름이랑 state government jobs 구글하시면 구인 사이트 나올거예요. usajobs.gov 는 연방 구인 사이트구요. 카운티는 카운티대로 따로 뽑아요.

  • 15.
    '22.10.24 11:03 PM (1.252.xxx.104)

    멋지세요!
    저도 곧 남편따라 해외로가요.
    가서 전 그곳 현지에서 열심히 적응하려 애쓰려고요!
    한국인들 배재하고 사는삶...외롭겠지요. 한번 부딪혀보려고요

  • 16. 성향
    '22.10.24 11:20 PM (112.151.xxx.88)

    성향자체가 놀기만 하는게 안되는 사람이있어요
    그런사람들은 놀긴해도 길게 못놀더라구요
    저도그렇지만 ㅎ

  • 17. ㅇㅇ
    '22.10.24 11:36 PM (58.124.xxx.225) - 삭제된댓글

    저는 해외 가자마자 영어 배운다고 대학1학년 과목 몇개 듣다가 관심이생겨서 대학원전공해서 직업갖고 사느라 저는 놀아본 기억이 없네요.

  • 18. 아무짝에
    '22.10.24 11:42 PM (217.149.xxx.220)

    쓸모없는게 아줌마들끼리 몰려다니며 먹고 떠들고 노는거요.
    결국 누구 하나 뒷담화하다 싸우고
    누군 내려지고 나머진 돈독한 듯 하다
    또 서로 편갈라 싸우고

  • 19. 저도
    '22.10.24 11:53 PM (2.31.xxx.249)

    처음 영국 와서 한국사람 별로 없는 지방인데 신기하게 곳곳에 한국 사람들이 꽤 있어 순간순간은 참 재밌게 어울려 지낸거 같은데 지나보니 좀 무의미한 걸 느껴요. 인관 관계 어디나 문제가 있겠지만 외국에 이상한 한국 사람도 많구요.

    지금은 일하느라 한국 사람들과의 사교 모임은 적지만 억지로 만드는 인연에 연연하지 않으니 마음은 편하네요.

  • 20. ...
    '22.10.25 12:17 AM (109.147.xxx.159)

    저도 외국이지만 제 일을 계속해서 하고 있어요. 경력단절되지 않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네요. 저도 한국인 친구들은 소수로만 알고 지냅니다. 한국사람이라고 반가워서 다가갔다 나와는 너무 다른 사람들도 여럿 봤거든요. 이런거 저런거 맞춰서 지내느니 그냥 기존 인연들 더 아끼고 나머지 시간에는 취미로 각종 운동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 21. ^^
    '22.10.25 12:56 AM (211.58.xxx.62)

    건설적이고 성장하는 삶2

  • 22. 저도
    '22.10.25 3:30 AM (92.0.xxx.163)

    영국에 산지 17년 됐어요. 구 남친 현남편때문에 온거라 한국인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어학원때 만난 한국인들은 다 한국에 갔고, 사회생활할때 만났던 사람들도 여기에서 결혼하지 않으면 다 한국으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전 아이도 늦게 생겨서 동네에 수많은 한국 주부 커뮤니티에도 못꼈구요. 그러다가 아이 가지고 이사를 가고 동네 임산부 요가 다니면서 동네 영국인들이랑 만나서 친하게 지낸지 꽤 되었어요. 아무래도 아이가 있으니 만날 일이 많게 되더라구요. 그 와중에도 절대 잊지않겠다 한국오면 내가 데릴러 오겠다 하던 한국인연들은 다 사라졌더라구요. 그냥 아이들이 엄마 손 덜 타면 다시 일해야죠. 일해야 덜 외롭고 생활이 어느 정도 즐거워지더라구요, 할 이야기도 생기고.

  • 23. Mm
    '22.10.25 4:13 AM (81.242.xxx.66) - 삭제된댓글

    제얘기인줄 ..
    제가 요즘 그런맘으로 언어공부중이예요.12년째구요
    예전엔 브런치하고 쇼핑하고 몰려다니는게 재밌었는데 언제부턴가 뭐하는짓인가 .. 싶다라구요.
    생산적인 일이 그립기 시작했어요
    잘나가던 예전이 생각나고 남편따라 안 나왔으면 지금쯤 한자리 하고 있을텐데.. 싶기도하고..
    남편 돈 잘버는데 뭐하러 힘들게 일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자아를 갖고싶어서 일이 하고싶어요
    원글님은 어디서 무슨일을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 24. ㅍㅍ
    '22.10.25 4:16 AM (81.242.xxx.66)

    저도 같은 환경 12년차입니다
    완전 공감해요 ! 브런치하고 쇼핑하고 한가로이 여행하고
    마나님놀이하는것도 지겨워진다는걸 알았어요..
    내손으로 10원이라도 벌고싶어졌어요 소비만 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생산을 갈구하게 되나봐요

  • 25. ..
    '22.10.25 11:52 AM (112.159.xxx.188)

    오 부러워요
    성공적인 삶이네요

  • 26. ..
    '22.10.25 9:22 PM (223.62.xxx.89)

    살아보니.. 무언가를 하면서도 이게 아니다 싶을때는 빨리 결단을 내리고 변화를 주는게 맞는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감당못할 후회로 남을수도 있잖아요.

    재밌으면서 만족스럽고 뿌듯한 그런 완벽한건 없으니.. 하나를 내어주고 더 나은 하나를 얻어가야지요..

    저한테 답을 주시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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