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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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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독히 외로운 사람인가봐요.

컵라면 조회수 : 4,946
작성일 : 2022-10-04 19:50:44
이젠 우연한 계기로, 제게 호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친구도,
만나서 즐거운게 아니라
어느날 맞이하게 될 끝이 어떤 형식일지를
떠올려요.

외로움이란 감정이 없을때가
전  여름이더라구요.
더운 아주 더운 여름날.
유리창도 손을 대면 뜨겁고
바람마저도 뜨겁고
가끔 내리는 소나기가 반가운 
그런 여름엔
외롭다는 감정이 덜한데

이렇게 저녁이 빨리오고
나무들마다 붉게 노랗게 단풍이 들고
바람이 스산해지는
이런 가을날엔
특히 11월달엔 더 외로워요.


단칸방에서 혼자 지내는 엄마는
저보다도 너무 씩씩하게 잘지내요.
엄마는
외롭다는 감정을 느껴본적이 없대요.
먹고 사는게 바빠서.

혼자 지내는 엄마가 걱정되어서
저녁나절 반찬이나 빵을 사들고 가면
일일 막장드라마를 보거나 전원일기를 보면서
포근한 꽃이불속에 편안히 누워있거나 앉아있는 모습이
게다가 불켜진 방안은 또 왜이리 따듯한 정경인지.

시간맞춰 묵주기도를 드리는 엄마와
그앞에 놓인 온화한 얼굴의 성모님조각상.
그 방에 30분쯤 앉아있다가 나와 엄마네 창문을 올려다보니
밤하늘아래 노랗게 빛나는 창문.그리고 작은 꽃화분들.

연탄구멍개수가 19개라고 했나, 18개라고 했나.
꼭 그 나이에 만난  뽀얗고 해사한 얼굴의 아빠는
곧 술만 마시면 펄펄 날뛰는 그 본색을 곧 드러내었고
제대로 된 회사한번 다니지못한채 헐렁한 츄리닝차림으로
이불속에서 그나이에 맞지도 않는 뽀뽀뽀를 보고, 오후 5시에나 
방영되는 tv프로그램을 기다리면서 무료한
하루를 건덜건덜 보냈던 사람.

학교가면 또 미움받고 얻어맞을텐데 그 뽀미언니의 말은
다정하고 따듯했어요.
그 유년시절내내 선생님과 부모와 동네아저씨,아줌마를 
포함한 어른들에게도 따돌림당하고 미움받고 괄시받는 내내
그 뽀미언니만이 화면밖의 제게 따듯한 말로 존중해주더라구요.

그렇게 크는동안
공부에 흥미가 없어 가슴떨며 갔던 초등학교는
혹시나 또 혼날까봐 웅크리고 있는 저를 기어이 찾아내어
또 때리는 선생님때문에 힘들었고
집에 오면 히스테릭한 엄마와 알콜중독으로 눈이 노란
아빠에게 얻어맞고.

그렇게 크면서 친구도 없이,
겉돌면서 지냈어요.

그런데 지금도 친구가 없이
겉돌면서 지내요.

우리엄마 또한 친구가 없었을텐데
저처럼 외로워하지도 않고.

얼마전 우연히 저보다 두세살 많은 언니를
알게되었는데 잘사니깐 박스채로
선물을 곧잘 주는거에요.
저도 답례를 드리는 가운데
이사실을 알게된 엄마가
너, 나중에 상처받잖아.
라고 하네요.

정말 그 상처받는일이
이미 생겼어요.
그냥 저절로 연락이 끊겼어요.
이번에도 흔적없이 끝날까봐
걱정했는데.
인간관계가 다 그렇고
우린 어른들이라 바쁜 일상을 영위하는 거니까
잠시 차한잔을 나누는 짧은 만남인거잖아요.
예의도 교양도 있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말만 뱉어내면서
절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여기지 않는 분을 만나
더 좋았는데
그냥 또 그렇게^^
저도 그런 분이라,
더 말도 조심했고 예의도 잃지않았는데
그냥 이대로 지나가는 과정인가봅니다..



IP : 119.71.xxx.203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랑
    '22.10.4 7:54 PM (39.7.xxx.223)

    비슷하네요.

    그래도 님은 엄마라도 계시잖아요.

    전 엄마마저 돌아가셨어요.
    세상에 혼자남았어요.

    엄마 돌아가시면 지금의 외로움보다
    백배는 더 처절할겁니다.

    저녁이 오면 너무나 우울합니다.

  • 2. 어머니가
    '22.10.4 7:55 PM (123.199.xxx.114)

    지혜로우시네요

    근데 나만 상처 받는게 아니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상처를주었을꺼에요.
    늘 받았다는 피해의식은 나에게 정말 좋지 않아요.

    인간관계가 원래 그런거구나 라고 생각하면
    외롭지 않아요.

    우리가 이럴것이다 미화시켜 버리니 기대심이 깨지면서 상처가 되는거 같아요.

    그동안 우리가 미화시켜서 세상을 바라봤구나
    실상을 알아버린거죠.
    너무 쓸쓸해 마세요.

    또 내년 여름이 오잖아요.

  • 3. 어머니처럼
    '22.10.4 8:01 PM (211.206.xxx.180)

    기질적으로 외로움 안 타는 유형들이 있음.
    오히려 얽히는 관계의 괴로움을 더 싫어하는 편.
    저도 사실 외로워 본 적이 없어요.
    혼자서도 해야 할 일들이 늘 있고, 스스로 재미를 찾는 편이라.
    아기들 좋아하고, 친구들과 담화도 좋지만,
    평생 몰입할 가치있는 일들이 많고 많죠.

  • 4. 같은시대
    '22.10.4 8:02 PM (221.162.xxx.233) - 삭제된댓글

    저도 뽀뽀뽀를 5학년까지봤어요.
    예쁜말투로 말하는뽀미언니 ..즐겨보면 어린애도
    아닌데본다고해서 몰래몰래봤어요
    저역시 외로운사람이예요
    되돌아보니 아무도없어요..대화를 나눈지도 오래구요
    늘 지독히외릅고 늘 잔소리꾸중듣고자랐어요
    저도 이런 스산해지는 쓸쓸해지는가을과추운 겨울이오면 우울이 더심해져요
    그냥 요즘은 견디네요

  • 5. ㅇㅇ
    '22.10.4 8:16 PM (175.124.xxx.116)

    님 만나서 꼬옥 안아드리고 싶어요.
    저도 외로움을 많이 느끼게 타고 났는지
    이런 쓸쓸한 저녁이면 많이 힘들어요.
    난 한다고 했는데 모르는 새 연락이 끊기고
    실망하고..또 그렇게 살다 보면 뜨거운 여름이 다시 오고 또 한해가 살아지겠죠..

  • 6. ...
    '22.10.4 8:20 PM (182.225.xxx.69)

    님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가을에 외로움 많이 타는데 더운나라 3년 사는동안 계절성 외로움이 없었어요.
    몇달전 귀국해서 지금은 너무 외롭네요.10월.11월이 두려워요.

  • 7. ...
    '22.10.4 9:07 PM (182.225.xxx.69)

    원글님 어머님은 제 엄마 같으시네요.
    정신과 의사가 세상에서 젤 어려운게 인간관계래요.
    요즘 가을 나는게 힘든데 님글 보고 위로 받아요.^^

  • 8. 원글
    '22.10.4 9:44 PM (119.71.xxx.203)

    어릴때는 심심하다,라는 감정이지, 외롭다, 고독하다이런 감정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과 앉아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분명히 겉돌고 있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고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무례한 말을 여과없이 하거나, 자화자찬하면서 거만한 사람은 피하게 되다보니
    이젠 편안하게 만날 친구가 없더라구요.

  • 9. 82회원
    '22.10.4 9:46 PM (118.235.xxx.35)

    최근에 이런 와락하고 감정이 느껴지는 글은 처음 읽어요
    글솜씨가 너무 좋으세요
    마음도 따뜻한 분이실 거 같아요
    친구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겠죠?ㅜ

  • 10. ...
    '22.10.4 11:28 PM (39.7.xxx.131)

    글이 너무 좋아서 댓글 남겨요
    잔잔하게 스며드는 한 편의 수필같아요
    제 유년시절 또 현재의 마음과 너무 비슷해서 공감하며 읽었어요
    저 역시 무척 활발하고 유쾌해서 외로움따위 모를 것 같지만
    지독히 외로움 타는 사람이에요
    외로움은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안고가야하는
    또하나의 친구같은 기분이에요..
    혹시 만나게 되면 손잡아 드리고 싶네요..
    너무 상심하지마세요 새로운 인연이 또 오고가고 할 거예요..

  • 11. 눈이사랑
    '22.10.5 12:22 AM (180.69.xxx.33)

    저도 님 어머니같은 엄마가 계셔요

  • 12.
    '22.10.5 1:29 AM (122.36.xxx.160)

    겨울에 태어나셨나요? 저는 겨울생이라선지 뜨거운 여름이좋아요.살아있는 느낌이 들어서요.
    외로움도 많이 타고 사람 사귀는것도 힘들어 하고 겨울은. 너무 고독해서 힘드네요. 겨울생들의 특징이 아닐까싶어요.

  • 13. 22
    '22.10.5 1:54 AM (210.0.xxx.68)

    슬픈 주제인데 글을 물흐르듯이 잘쓰셔서 감탄하면서 읽다보니
    큰문제로 느껴지지가 않아요 죄송..
    저랑 친구해요. 외로운 사람끼리 단풍구경 가실래요?

  • 14. ㄴㄷ
    '22.10.5 2:10 AM (118.220.xxx.61)

    글 잘 읽었어요.
    누구나 외로움느끼죠.
    또 좋은글 기다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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