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끝내고 다시 직장으로 복귀후
열심히 오전 업무를 하고 나서
점심 시간이 되었어요
늘 하던 걷기 운동을 할까
밤나무가 많은 공원으로 나가볼까
이삼분 고민을 하다가
밤나무가 많은 공원으로 발길을 돌렸어요
이곳 공원은 주변에서 꽤 큰 체육공원인데
공원과 이어진 야트막한 동산 한쪽이 밤나무 산이에요
밤나무가 많고 수령이 좀 되어서 큰 밤나무가 많죠
밤꽃이 피고 지고
애기 주먹만한 밤송이가 맺히고
어른 주먹만하게 커진 후
드디어 밤이 익어 밤송이가 벌어질즘이면
밤나무 근처는 전쟁터가 따로 없어요
새벽부터 나와서 밤나무 아래 진을 치고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아주머니들의 소리없는 전쟁이죠
문제는 익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밤을 줍는 분도 계시지만
대게 몇몇 분은 막대기를 던져 밤송이를 따기도 하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답니다
밤이 익는 가을이면 항상 되풀이 되는 장면인데
올초에 밤나무 주변 인라인 스케이트장을 새로 정비한다고
부수고 짓고
밤나무 아래 멀쩡한 길을 파고 정비하면서 그 주변 밤나무 가지들도 잘려지고
많이 바뀌었어요.
중간중간 뚫려 있던 길도 다 막아서 기존보다 접근이 힘들어진 곳도 많고요
그때문인지 아니면 밤이 익어 많이 떨어지고 난 후라서인지는 몰라도
오늘 오랫만에 그 주변으로 걷기 운동겸 나가봤더니
밤 나무 아래 사람이 한사람 정도 밖에 안보이더라고요
와...할머니 할아버지 아주머니 부대들이 다 어디로 가셨을까. ㅎㅎ
텅빈 밤송이들이 여기저기 떨어진 길을 슬슬 걸어가다가
풀숲 위에 반짝이며 빛나고 있는 밤 한톨 주웠어요.
입으로 껍질을 조금씩 까서 오독오독
가을을 한톨 깨물어 먹으며
다시 사무실로 들어왔습니다.
정비한다고 밤나무의 큰 가지들이 다 잘려 나간게 안쓰럽긴 한데
정비하면서 여기 저기 막아서
가을이면 사람들 때문에 치이던 밤나무가
이젠 좀 덜 혹사당하겠다 싶어 다행이란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