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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소개팅 주선한 후기 올려요

살다보니 조회수 : 5,256
작성일 : 2022-09-12 06:56:05
제 나이 40대 후반, 이런 일 해 본 지 20년은 된 것 같네요. 잘 한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한달 전쯤 아는 선배 오빠를 오랜만에 만났어요. 선배라고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나이는 50대 초중반 제 대학원 후배이고 사람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고 화이팅은 부족한 스타일이라 학위도 정말 오래 걸려서 1년 전에 간신히 마쳤어요. 변변한 직업도 없으면서 술은 혼자 다 사고 다니는 스타일. 그래도 인맥이 좋아서인지 학위 따자마자 다행히 서울 괜찮은 대학에 바로 임용이 되었고요. 근데 전에는 늘 싱글이라도 씩씩했던 이 오빠가 저를 만나더니 너무나 간곡하게 소개팅 부탁을 하는 거예요. 진지하게 사귀어 볼 맘이든 하루 데리고 놀 맘이든 하다못해 호구로 보고 얻어 먹을 맘이든 어떤 여자든 다 만나 볼 준비가 되어있다고 여자 사람 전화번호만 달라고요.

도대체 누구를 어떻게 알아보나 고민하다가 제가 알기로 제일 마당발인 대학 동기 한명한테 연락을 했어요. 이 친구는 아직 싱글인데 왜 싱글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알아요. 완벽주의의 끝판왕. 숨막히게 쎈 성격. 직장도 본인 스펙도 집도 차도 모든게 완벽해야 한다고 지난 20년간 뼈를 깎는 노력으로 원하던 상위 1%에 들어간 친구. 끝없는 시술과 수술과 다이어트로 외모도 많이 개선되었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고 인맥 관리도 철저하고요. 남자도 이상한 사람이랑 얽힐까봐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본 걸로 알아요. 혹시 소개시켜 줄 후배 없냐고 물어보려고 전화 했더니 대뜸 자기가 나가겠다는 거예요. 아주 단호하게요. 그래서 이건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열심히 설명을 했지만 자기가 일단 만나보겠다고 고집하더라고요. 

할 수 없이 저는 전화번호 알려주고 둘은 만났어요. 친구가 선택한 청담동 비싸고 핫한 레스토랑에서 만난다던데 세 시간 후쯤 문자 오더라고요. 당연히 좋은 분이지만 내 상대는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이었고요, 양쪽 다. 어휴 다행히 잘 마무리 지었다 싶었는데 일주일쯤 지나니 제 친구가 연락이 오네요. 사귀거나 결혼할 마음은 꿈에도 없지만 솔직하고 재밌는 남자, 술 고기 사달라고 전화하면 언제든 튀어 나올 것 같은 사람이라 계속 만나고 싶대요. 그래도 괜찮겠냐고 저한테 묻네요. 그거야 그 오빠가 결정할 문제니까 내 허락을 받을 건 아니지, 하고 얼버무렸는데, 그 얘기 들은 또다른 친구가 제가 제일 나쁘대요. 세상 모든게 용서 되는 남자와 세상의 아무것도 용서 못하는 여자를 연결시켜주는 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요. 전 좋은 뜻이었는데.

소개팅이 이렇게 힘든 건 줄 몰랐어요. 저 정말 잘못한건가요?


IP : 74.75.xxx.126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2.9.12 7:07 AM (121.144.xxx.128)

    원글님도 맘 따뜻한분인듯ᆢ수고많으셨어요^^

    세상~~젤힘든일이 사람소개로ᆢ알고있어요
    ᆢ고로 소개는 아무나 쉽게 도전할수있는 수없는

    예전에 들었던~속담? 말?이 생각나네요

    *중매~잘하면 술이 석잔~못하면 빰이 세대ᆢ

  • 2. dlf
    '22.9.12 7:07 AM (180.69.xxx.74)

    남편이 전문직이라 부탁 많이 받는데
    20.30대초까진 소개는 그나마 부담없는데
    그이후부턴 안해요
    잘해야 본전이라서요
    나이외모 능력 집안 다 봐야하고 힘들어요

  • 3. 저는
    '22.9.12 7:21 AM (39.7.xxx.120) - 삭제된댓글

    여자쪽 태도가 썩 마음에 들지 않네요.
    가부를 결정했으면 그걸로 끝난거지
    미련이 남는것도 아니고 뭐하자는건지

  • 4. 저도 소개
    '22.9.12 7:22 AM (119.204.xxx.215) - 삭제된댓글

    한번 해주고(남자가 제친구를 보고 호감) 평생 시달렸어서 다신 안함요. 얼굴.스펙.조건 다보고 연애하다 결혼해놓고는 전부 트집을 볼때마다ㅜ 마흔중반에 손절했어요
    잘해도 본전도 못함.
    전 친구분이 이해 안가요. 싫음 그만인거지 무슨 또 간보기도 아니고.

  • 5. 그 주선건에서
    '22.9.12 7:23 AM (116.123.xxx.191)

    원글님은 빠지셔야 좋을듯
    나중에 둘다한테 욕먹으실꺼 같아요.

  • 6. 노노
    '22.9.12 7:23 AM (221.140.xxx.65) - 삭제된댓글

    원글님이 매칭한게 아니잖아요. 그 친구분이 자기가 만나보겠다고 해서 만난거니...

  • 7.
    '22.9.12 7:46 AM (180.65.xxx.224)

    원글이 주선한거 맞죠
    그 남자분에게 실수하신것같구요.

  • 8. ..
    '22.9.12 7:54 AM (180.70.xxx.150) - 삭제된댓글

    실수한 것도 아니고 신경쓸 일도 아니에요. 남자도 호구가 되어도 좋다는 생각까지 말하면서 부탁했다면서요? 저 정도 나이의 남녀면 그냥 소개 한 번 했으면 그 다음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마무리ㄱㄱ.

  • 9. ㅡㅡ
    '22.9.12 7:58 AM (1.222.xxx.103)

    못된 여자 소개한듯

  • 10. ㅇㅇ
    '22.9.12 8:22 AM (110.12.xxx.167)

    남자 성격 엄청 좋은가보네요
    완벽주의자 여자의 눈에 들은거보니
    의외로 잘될수도 있을거 같아요
    여자가 이성적으로는 안되지만 감정적으로 끌리는거 같으니까요
    이미 성인을 지나 중년에 접어든 사람들이니
    어떤 만남을 하던 그들의 책임이니 부담 갖지 마세요
    알아서 하겠죠

  • 11. ,,
    '22.9.12 8:41 AM (68.1.xxx.86)

    여자가 못됬고 남자가 호구 자청. 그렇게라도 여자 냄새라도 맡고 싶어하는 것 같긴 한데 참.

  • 12. 괜찮응
    '22.9.12 8:53 AM (39.7.xxx.5)

    괜찮은 조합인데요? 의외로 잘 맞을듯요

  • 13.
    '22.9.12 9:18 AM (58.120.xxx.107)

    여자가 이기적이긴 한데 그 남자도 무료함 달래줄 여자로 괜찮지요.
    최소한 돈 빼먹고 도망갈 여자는 아니잖아요. ㅎㅎ

  • 14. 신경 끄세요.
    '22.9.12 9:40 AM (222.101.xxx.29)

    50넘은 성인들인데 서로 해달라고 해서 해줬으면 그 다음은 본인들이 알아서 할 노릇이죠.

  • 15. 혹시
    '22.9.12 10:03 AM (49.175.xxx.11)

    모르잖아요. 그러다 둘이 진짜 좋아하게 될지도ㅋ
    원글님은 이제 신경쓰지 마세요.

  • 16.
    '22.9.12 10:03 AM (74.75.xxx.126)

    얼떨결에 털보 사장과 선녀를 소개시켜준 우영우가 된 기분이네요.
    제 친구가 선녀보다 백배 쌘 무셔운 캐릭터지만요.

  • 17. ㅎㅎ
    '22.9.12 10:27 AM (175.193.xxx.50)

    계속 만날 것 같아요. 잘 맞아요.
    그 나이에 '이 사람 아니면 안되겠다'보다
    '이래저래… 한 번 만나나.볼까?' 이게 더 무서운 건데
    여성분이 가랑비 옷젖듯 만나게 될 것 같아요ㅋ

  • 18. ....
    '22.9.12 11:03 AM (211.206.xxx.204) - 삭제된댓글

    지가 만나본다고 나가 놓고는 ...

  • 19. ㅋㅋ
    '22.9.12 11:07 AM (39.7.xxx.5)

    완벽한 여자분이 저 정도면 나름 많이 넘어간것 같고 먼 훗날 청첩장 받으실수도..

  • 20. 그래도
    '22.9.12 11:31 AM (122.34.xxx.114)

    둘이 잘 될겁니다.
    여자분이 자기가 이때까지 해놓은 말이랑 너무 다른 남자를 좋아하는게 민망해서 그런거에요.
    아에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았을건데요. 전화해서 그정도까지 말한다는건.. 어영부영 결혼도 가능하네요.

  • 21. 왠지
    '22.9.12 12:49 PM (175.223.xxx.179) - 삭제된댓글

    잘 될 것 같네요. 왠지 은근 잘 어울리고.
    이제 난 모른다고 알아서 하라고 하고
    뒷전에 밀려나서 어떻게 되는지 팝콘들고 관전하세요.
    괜히 이 사건 남들한테 알리지도 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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