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한 두 개도 아니고 한 두 푼도 아니다 보니
보면서 계속 안 살 이유, 흠거리만 찾아내면서 견뎌내고 있어요.
그래 저건 이미 입어본 스타일이야.
저건 캐시미어 100면 보풀 생기지.
저 디자인은 있는 옷이랑 조합이 어려워.
저건 비슷한 거 있잖아.
저건 너무 비싸고 저거 입고 갈 데도 없어.
...
사실 입으려고 들면 지금도 입을 옷이 없는 것도 아니요
누가 나만 보고, 내 옷만 쳐다보는 것도 아니고
이제까지 벗고 산 것도 아니고
지금 사놓은 것들도 비싼 것들이고
몸도 하나도 불어난 것도 없는데
계절 바뀌고 새것들은 얼마나 예쁜 게
쏟아져 나오는지
누구처럼 나도 새로 사서 빨기 전까지만 입고
세탁이 필요할 때 되면 누굴 주든 버리는 식으로 살까 싶기도 하지만
옷으로 산더미가 된 곳에 소가 있는 사진을 보고 나니 알고서는 그것도 못하겠고
참 어렵네요.
그래도 오늘도 옷은 안 사는 걸로.
옷장도 터져 나가고 멋지게 입고 갈 곳도 없고
옷을 살릴 만큼 사람이 연예인처럼 멋지지도 않고
무엇보다 새로 사면 그게 짐덩이가 되는데 새로 사서 뭐하게 하는 이런 이성으로
제정신줄을 잡고 견디고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