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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개학전날 문구점

문구점주인 조회수 : 2,911
작성일 : 2022-08-29 21:05:27


지난주부터 다녀가신 분들이 계셨지만 그래도

개학직전의 토요일부터 문구점은 바빠지는 것 같아요


입학을 앞둔 유치원생 가족


엄마와 아빠는 무엇이든 사주고 싶어하고

미리 이발을 하고 좋은 옷을 입은 아이는

고분고분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들어요

하하호호 가족은 즐겁게 쇼핑합니다



입학식을 앞둔 예비 초등학생 가족


유치원 입학생과 마찬가지로 아이는 입학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어요 부모님은 뭐든지 좋은 것을 사주고

싶어하고 예비 초등생과 부모님은

사이가 아주 좋고 물건도 많이 삽니다

아버지들이 따라오지만 딱히 하는 일은 없습니다

마지막에 짐을 들어 줍니다


초등2학년


1년 학교생활을 했지만 엄마도 아이도

여전히 어리버리합니다 2학년 준비물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문구점 주인에게 계속 문의하고

담임선생님이 세세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며

원망합니다. 색연필 있냐 가위 있냐


엄마가 계속 묻지만 아이는 모른다는 대답만 하다가

갑자기 다 새걸로 사자는 주장하고

엄마와 급작스레 다투게 됩니다


보통 2학년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엄마 마음대로 결정되고 2학년은 울다가

끌려나갑니다


3학년은 부모중 한쪽과 오는데

누구와 오던지 학용품에는 관심없고

장난감 구경만 합니다


엄마나 아빠는 알아서 아주 조금만

학용품을 사고 아빠 혼자 온 경우는 꼭

엄마한테 전화해서 물어봅니다


3학년은 장난감을 요구하지만 대부분

묵살되고 심한 경우 아버지에게 공부도 못 하는게

같은 모욕적인 말을 듣고 역시 찡찡거리며

끌려 나갑니다. 문앞에서 울면서 끌려나갑니다.


4학년은 엄마만 옵니다

실내화와 알림장만 간단히 사서 갑니다



5학년은 자기들끼리 옵니다

여학생들은 연예인이 들어간 학용품위주로 사고

남학생들은 물건을 많이 사지 않고

필통 하나 사거나

샤프(싸구려) 하나

샤프심 하나

하여튼 하나만 삽니다 두개나 세개를

사지 않는 남학생


6학년 안 옵니다



갑자기 맨발에 쓰레빠를 신고 위에는 패딩을 입은

남자중딩이 들어와서(머리는 덥수룩)(몸은 무거워)

나름 시간을 투자해 쇼핑을 하는데


물건 중에서도 디자인이 떨어지는 것으로만

골라서 옵니다 안 팔리는 물건만 골라서

사주는 고마운 남자중학생


꼭 현금으로 계산하는 고마운 남자중학생이 가고 나면

아버지들이 옵니다



종합장이 뭡니까

알림장이 뭡니까

L자화일이 뭡니까

4학년 뭐 가져가야 됩니까

제가 몰라서 그러는데 이것 좀 봐 주십시오(종이 너덜너덜)


아버지들이 다 다녀가고 나면 문구점은

문을 닫습니다


내일은 개학이고 입학식입니다


올해는 학교를 좀 많이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문구점 주인은 생각합니다


모두들 같은 생각이겠죠



IP : 220.119.xxx.23
2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주인님
    '22.8.29 9:08 PM (223.62.xxx.72) - 삭제된댓글

    너무 재밌어요
    글많이써주세요

  • 2. 빛그림
    '22.8.29 9:11 PM (183.99.xxx.150)

    아~~
    문구점 사장님!
    지금 막 올리신 글들 다 찾아 읽었는데
    눈을 의심하게 따끈한 새글이 똬아 @@

    돌아가신 장영희 교수님 글 좋아하는데
    같은 결이 느껴져요!

    저도 다른 분들처럼
    사장님 글,깊이 깊이 애정합니다♡

  • 3. ..
    '22.8.29 9:11 PM (211.212.xxx.240)

    넘넘 잼있어요 동화 읽는것 같아요
    말씀하신 장면들이 문앞에 그려지는 마법이 펼쳐지네요
    감사합니다

  • 4. ..
    '22.8.29 9:14 PM (211.214.xxx.61)

    전 이런글이 좋아요
    등장인물들의 상황을 상상하게되고
    그치그치 웃음지게 하고
    원글님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는데도
    다 알게되는 그때 그시절들

    감사합니다

  • 5. 빛그림
    '22.8.29 9:16 PM (183.99.xxx.150)

    덧붙혀
    혼자 문구점 보시면
    그 바쁘고 북새통인 상황에서 느끼신 단상들을
    어쩜 이렇게 세세하게 묘사하시나요?
    (하루 마무리 하실때 그날의 단상을 꼭 몇자라도 쓰시는 가요?)

    그리고 사람들의 면면에서 끄집어내시는 날카로운 삶의
    통찰력.. 참 좋습니다!

  • 6. ..
    '22.8.29 9:16 PM (182.215.xxx.158)

    어느 지역에 있는 문방구일까요? 아이 학교에서 사용할 종합장, 아이가 좋아하는 포켓몬 카드 사러 가고 싶어요

  • 7. .....
    '22.8.29 9:19 PM (49.1.xxx.78) - 삭제된댓글

    아이 키워본 엄마들은 다 공감하실듯 ㅎㅎㅎ
    글을 읽는데 영상을 보듯이 눈에 그려지네요
    오랜만에 좋은 글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 8. ..
    '22.8.29 9:22 PM (58.140.xxx.224) - 삭제된댓글

    ㅋㅋㅋ
    중딩남학생 어떠케요.
    넘나 재밌어요.

  • 9. 문구점일기
    '22.8.29 9:23 PM (1.211.xxx.10)

    블로그 개설하시고
    글 올리시면
    출판사에서 엄청 연락올듯해요.

    글이 너무 좋아요~~~

  • 10. 세상에
    '22.8.29 9:28 PM (125.178.xxx.135)

    너무 재미있는 수필 한 편 읽었어요.
    또 올려주세요. ^^


    물건 중에서도 디자인이 떨어지는 것으로만

    골라서 옵니다 안 팔리는 물건만 골라서

    사주는 고마운 남자중학생


    ^^

  • 11. ...
    '22.8.29 9:31 PM (222.112.xxx.115)

    문구점 사장님 또 오셨네요 ^^

  • 12.
    '22.8.29 9:32 PM (110.70.xxx.18)

    또 오셨네요
    저번글도 이번글도 너무 재밌어요
    단순하고 가볍게 쓰시는데 그림 그려지듯 문구점이 보이고, 사람들이 보여요
    남자 중학생 너무 귀엽네요

  • 13. 옴마야~
    '22.8.29 9:42 PM (58.127.xxx.56)

    문구점 사장님
    당신은 준비된 글쟁이!!! 우후 훗~~~

  • 14. ...
    '22.8.29 9:50 PM (223.39.xxx.112)

    6학년....
    안옵니다ㅋㅋㅋ
    저 울 아들 안갔어요ㅋㅋㅋㅋㅋ 우찌이리 신통하신지

  • 15. 문구점팬
    '22.8.29 9:50 PM (222.107.xxx.62)

    2학년 아이 엄마 얘기에 너무 웃었어요 엄마와 급작스럽게 다툼 ㅋㅋㅋㅋㅋ 와 정말 문구점 사장님 제발 자주 올려주세요 왕 팬임

  • 16. 문구점팬2
    '22.8.29 10:20 PM (110.70.xxx.59)

    문구점주인님 글 기다렸습니다. 자주 올려주세요~~

  • 17. 알리사
    '22.8.29 10:51 PM (119.194.xxx.130)

    재밌어서 두고두고 읽으려고 저장합니다.

    원글님 이전 글은 어디서 찾아 읽을 수 있을까요?

  • 18.
    '22.8.29 10:52 PM (125.186.xxx.140)

    꼭 현금으로 디자인 안팔리는것만 사는 중딩이 우리집에 있어요.ㅋ
    글 너무 잘 써요
    마치 책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있는듯.

  • 19. 리메이크
    '22.8.29 11:01 PM (125.183.xxx.243)

    사장님 정말 이야기꾼이시네요ㅋㅋ

    세대를 아우르는 통찰력과 유머감각에 쓰러짐.

  • 20. 중딩
    '22.8.29 11:05 PM (175.125.xxx.31)

    맨발에 슬리퍼 위에는 패딩
    그 안에는 반팔 반바지....ㅋ
    낼 개학하는 아들녀석 신발이 하나도 안 맞는데
    안 샀어어 사러 안 가요
    걍 등교조 슬리퍼 신고 하려고 일부러 안 사고 버티는 듯

    이런글 너무 조아용

  • 21. 재미남
    '22.8.29 11:26 PM (61.105.xxx.4) - 삭제된댓글

    글을 읽는데 눈앞에 스크린이 펼쳐지네요
    문구점 풍경 너무 공감되고 재밌어서 저장합니다

  • 22. ......
    '22.8.30 12:31 AM (58.230.xxx.146)

    6학년 안옵니다에 빵 터졌어요 우리애 6학년인데 ㅎㅎㅎㅎㅎ 정말 문구점 안가요

  • 23. ㅇㅇ
    '22.8.30 12:40 AM (223.62.xxx.220)

    문구점 풍경이 상상되면서 넘 재밌네요 ㅎㅎ 자주 써주세요~~ 근데 개학인건 알겠는데 가을에 입학식도 하나요?

  • 24. 눈물
    '22.8.30 12:49 AM (118.218.xxx.40)

    아이 어릴때 손잡고 문방구 들리던 추억이 새록해요.
    눈썰미 없는 커다란 중딩 울아들이 보여 눈물나는데 웃고있네요.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 더 좋아요.
    글 많이 써주세요~~ 작가님~

  • 25. 프랑켄위니
    '22.8.30 3:05 AM (220.72.xxx.186)

    저는 왜 이 글을 읽고 눈물이 찔끔 나는 걸까요
    글 쓰신 님이 계시는 문구점에 가서
    인터넷으로 사줄게~같은 말 안하고 호쾌하게 현금으로 장난감을 사고 싶네요 금방 망가지는 말랑이나 하루 지나면 잊혀지는 스티커라도 사고 싶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6. ..
    '22.8.30 7:23 AM (211.245.xxx.23)

    이젠 다커버린 아이들의 어릴적 모습이 떠오르네요 잼나게 잘 읽었어요

  • 27. ㅎㅎ
    '22.8.30 12:22 PM (223.38.xxx.94)

    요즘은 학교서 준비물 거의 다 주니 운영힘들지 않으세요?초2 아들이 갖고 싶어하면 인터넷이 싸다며 묵살했는데 쿠팡이나 인터넷주문 안하구 문구점서 살래요 그런데 어디 계신지 넘 궁금

  • 28. ....
    '22.8.30 8:20 PM (1.241.xxx.114)

    문구점주인님 글 넘 잘읽었습니다. 다른글도 있다니 읽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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