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일본 의료관광객 유치에 나선 강남구청이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혔다. 관광객에 의료비 할인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을 두고 구민 사이에서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14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강남에 거주 주민들이 강남구의 일본인 관광객 대상 의료기관 특별 할인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강남구청은 이달 5일부터 내달 말까지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의료기관 특별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일본인은 성형, 피부, 한방 등의 분과에서 최대 50%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지혜씨(37·가명)는 "병원들이 자체적으로 할인하는 것이 아니라 구청에서 앞장서 외국인 성형비를 지원하는 것은 황당하다"고 밝혔다. 이진환씨(26·가명)는 "환자도 아니고 미용 목적으로 시술을 하는 것까지 지원하면서 관광객을 유치해야 하나 싶다"며 "차라리 전통시장이나 문화공간 같은 다른 장소에 혜택을 주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아씨(33·가명)는 "강남 거주 내국인은 성형외과에 가서 할인을 받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데, 오히려 역차별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외국인 유치에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강남구청은 참여 병원 중 일부만 선별해 지원하므로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병원이 자체적으로 할인을 해주면 홈페이지 구축 등 홍보비 명목하에 지원금을 주고 있다"며 "관광객 유치와 경제효과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남구의 정책에 참여하는 병원은 관내 협력병원 130곳 중 15곳이다. 강남구청은 이 중 일부를 선별해 홍보비 명목하에 한 병원당 최대 3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해당 사업비는 총 3600만원이다. 한국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작년 외국인 환자 수는 2만3734명이며, 강남에 유입 비율은 미국 중국 태국 몽골 일본 등 순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수요가 이미 있는 곳에 세금을 추가적으로 쓰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강남 성형외과는 일본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도 유명한 곳이어서 외국인이 알아서 오는데 세금으로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없다"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부족한 곳에 재정 지원을 해주는 게 맞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