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심부름을 왔는데
이 물건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 물건 앞에 한참을 서 있다가 나가는가 싶더니
다시 들어와 영상전화로 엄마에게 보여준다
엄마가 맞다고 하고 사라고 한다
똘똘하고 생긴 것도 귀엽다
엄마에게 딱지 하나만 사게 해달라고 하는데
엄마가 철벽이다 딱 잘라 거절한다
매달린다
철벽이다 너 딱지가 얼마나 많은데
매달린다 더 싼 걸로 사겠다고 한다
엄마가 안돼! 하고는 전화를 끊는다
똘똘하고 귀여운데 좀 가엾다
주인아줌마가 말을 건다
엄마가 안 된다고 하셔?
소년은 <정말 너무 자존심상해요>라고 말한다
딱지도 몇 개 없단 말이예요! 화를 낸다
엄마는 정말 너무 해요!
난생 처음 보는 아줌마한테 소중한 엄마의 흉을 본다
딱지 몇 개 있는데?
60개밖에 없어요
딱지 60개 밖에 없는 귀여운 소년은
너 자 세트 산 거 맞아? 하니까 똘똘해서 맞다고 하고
그런데 이거 두 개에 3400원이면 어느게 400원짜리냐
질문하고 1800원 1600원이어서 3400원이다 하니
갑자기 멍한 얼굴을 하더니(더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은 듯)
그럼 안녕히 계시라고 인사하고 나갔다
그 모든 행동들이 너무 귀엽다
정말 자존심 상한다는 그 말까지 정말 귀엽다
아이가 귀여워서 문구점 아줌마가 웃는다
심부름을 마친 소년이 집으로 돌아간다